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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둘기 구구(김향이)
사육장으로 날아든 참새가 두리번두리번 살피다가

모이통으로 다가갔습니다.

참새는 정신없이 모이를 쪼아먹었습니다.

비둘기 구구는 횃대 위에서 참새가 하는 짓을

잠자코 바라보았습니다.

˝썩 꺼지지 못해! 이 얌체야.˝

오골계가 돌아보고 화를 벌컥 냈습니다.

깜짝 놀란 참새가 푸르르 날아갔습니다.

˝도둑 괭이 같으니라고…….˝

장닭이 뒤늦게 목털을 세웠습니다.

˝왜 그래?˝

단잠을 깬 인도공작이 장닭을 쳐다보았습니다.

˝참새 말이야. 번번이 우리 모이를 훔쳐먹잖아.˝

˝그까짓 거 적선한 셈치자고.˝

인도공작은 하품을 하다가 부리를 가슴에 묻어 버렸습니다.

구구는 철망 밖의 하늘을 바라보았습니다.

참새가 날아간 하늘에는 새털구름이 점점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배가 고플지라도 네게는 넓은 하늘이 있구나.´

구구는 힘없이 고개를 떨구었습니다.

구구는 초등학교 사육장에 살고 있습니다.

갓난 새였을 적에 사육장 식구가 되어 인도공작,

오골계, 장닭들과 오순도순 지내 왔습니다.

사육장 생활은 나무랄 데 없이 편했습니다.

관리인 아저씨가 때맞춰 모이 주고 청소해 주며 각별히 보살펴 주기 때문입니다.

가끔 개구쟁이들이 우리 안에 화약탄을 던져

혼이 난 적도 있지만 별탈 없이 지내 온 셈입니다.

그러나 구구는 푸른 하늘을 날아보고 싶어졌습니다.

하늘을 마음대로 날아다닐 수만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을 것 같았습니다.

˝공작새야, 날개를 펴 봐라.˝

사육장 둘레로 모여든 아이들이 철망을 흔들었습니다.

인도공작은 모르는 체 딴전을 부립니다.

한참 거들먹거린 다음에 보란 듯이 재주를 선보일 속셈입니다.

˝공작새야, 과자 줄게. 응?˝

아이들이 던진 과자를 오골계가 아장아장 걸어와 낼름 쪼아먹었습니다.

아이들이 와그르 웃었습니다.

장닭은 보란 듯이 꼭꼬르꼭꼬 목청을 돋우었습니다.

아이들이 손뼉을 쳐주었습니다.

´흥, 그것도 재주라고…….˝

인도공작이 한껏 뽐내며 걸어 나왔습니다.

˝야아, 공작이 날개를 편다!˝

˝어디, 어디.˝

공차기를 하던 아이들까지 몰려들었습니다.

인도공작은 날개를 부챗살처럼 펼쳐 들고 빙그르 맴을 돌았습니다.

천천히, 한껏 모양을 내며…….

떠들썩하던 아이들도 돌아가고 운동장엔 바람만 분주했습니다.

사육장 식구들은 하릴없이 낮잠만 잤습니다.

구구는 바스락 소리에 잠이 깼습니다.

참새가 어느 새 돌아와 과자 부스러기를 주워 먹었습니다.

˝얘, 나 좀 봐.˝

구구가 넌지시 불렀습니다.

참새는 힐끗 돌아보고 저만치 물러났습니다.

˝이리 와. 나랑 얘기 좀 하자.˝

참새가 고개를 갸웃갸웃 저으며 다가왔습니다.

˝넌 참 좋겠다.˝

˝뭐가?˝

˝네 맘대로 어디든 오고 갈 수 있잖니?˝

˝그래? 내가 보기엔 네 형편이 훨씬 좋아 보이는데.

가만히 있어도 먹여 주고 재워 주잖아.˝

˝너처럼 하늘을 날아 봤으면…….˝

˝그게 뭐 어렵니. 여길 빠져나가면 될 걸 가지고?˝

˝어떻게?˝

˝날개는 뒀다 뭐 할래?˝

˝날개?˝

참새가 철망 사이를 들락거려 보이더니 날아갔습니다.

´그렇지. 왜 여태 그 생각을 못 했을까?´

구구의 가슴이 마구 뛰었습니다. 날개를 힘껏 파닥거려 보았습니다.

구구는 오골계를 깨웠습니다.

˝넌, 바깥 세상에 대해 아는 게 있니?˝

˝바깥 세상, 에이 생각하기도 싫다. 여기 오기 전에 양계장에 있었는데, 언제 어느 때 팔려 갈지 몰라 편치 않았어. 이 곳에 올 때도 사람들의 건강식이 되는 줄 알고 얼마나 마음 졸였는데.˝

˝건강식이 되는 건 뭐야?˝

˝우리를 잡아먹으면 사람들 몸이 건강해진다나 어쩐다나. 여태 그것도 몰랐니?˝

˝내 팔자가 상팔자야. 잡아먹길 하나 일을 시키나, 그저 아름다운 몸매 자랑이나 하면 되잖아.˝

인도공작이 깃털에 묻은 티끌을 털어 내며 거들먹거렸습니다.

´어떤 위험이 닥친다 해도 반드시 저 하늘을 날아 볼 테야.´

구구는 부지런히 사육장 안을 날아다녔습니다.

날갯죽지에 힘을 길러 둘 생각이었습니다.

다음 날 해질 무렵이었습니다.

관리인 아저씨가 사육장으로 다가왔습니다.

구구는 가슴을 졸이며 기회를 엿보았습니다.

아저씨가 철망문의 고리를 벗기자 구구는 날쌔게 빠져 나왔습니다.

하늘 높이 날아오른 구구의 눈에서 끊임없이 눈물이 흘렀습니다.

뱅글뱅글 맴을 돌다가, 솟구쳐 올랐다가,

좋아서 어쩔 줄을 몰랐습니다.

구구는 붉은 해가 기울고 있는 산허리로 날아갔습니다.

날갯죽지가 뻐근해지도록 날아갔지만 해는 곧 모습을 감추어 버렸습니다.

이번엔 바람을 따라 날아갔습니다.

바람과의 숨바꼭질에도 지쳐 버린 구구는 가로수에 내려앉았습니다.

그러나 잠을 이룰 수가 없었습니다.

별처럼 많은 등불이 밤을 밝히는 데다 밤새 어지러이 돌아다니는 자동차 때문에도 얼이 빠진 듯했습니다.

아침이 되어도 정신이 없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정신이 없는 중에도 구구는 배가 고팠고 스스로 먹이를 찾아 나서지 않으면 안 되었습니다.

먹을 것을 찾아 거리를 쏘다니지만 그 일이 쉽지 않았습니다.

거리엔 수많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구구는 배고픔을 면할 만큼만 먹으며 지내기로 했습니다.

위험을 무릅쓰고 먹이를 구하느니 안전한 것이 낫다고 생각한 까닭입니다.

사육장에서의 생활에 비하며 말할 수 없이 고생스러웠지만 자유를 누릴 수 있는 대가에 비하면 견딜 만하였습니다.

바람이 몹시 사나운 날이었습니다.

사람들의 발길도 뜸했습니다.

구구는 별 어려움 없이 먹이를 구할 수 있었습니다.

사육장을 떠나 온 뒤로 식사다운 식사를 하는 셈입니다.

느긋하게 음식의 맛을 즐길 때 커다란 그림자가 온몸을 덮쳐 왔습니다.

구구는 잽싸게 날아올랐습니다.

하마터면 개구쟁이 손에 잡힐 뻔한 것입니다.

가로수에 올라앉았던 구구가 다시 먹이를 찾아 내려앉으려다 곤두박질을 쳤습니다.

연 실이 두 발을 얽어 놓고 살 속으로 파고들었기 때문입니다.

구구는 발버둥을 쳤습니다.

그러나 발버둥을 치면 칠수록 실은 살 속으로 파고들었습니다.

그렇게 발버둥을 치는 사이 발가락 하나가 잘려 나갔습니다.

울부짖던 구구는 정신을 잃었습니다.

˝얘, 정신 좀 차려 봐.˝

흰 비둘기가 낙엽더미에 누운 구구를 깨웠습니다.

구구는 몸을 추스르다 말고 눈물을 글썽였습니다.

˝기운을 내. 저 아래 가게 할머니한테 가면 도와주실 거야.˝

흰 비둘기가 앞장을 서고 구구가 안간힘을 쓰며 뒤따랐습니다.

가로 공원에는 비둘기들이 떼지어 놀고 있었습니다.

흰 비둘기가 가로 공원의 가게에 내려앉아 과자 봉지를 쪼아댔습니다.

˝벌써 점심 먹으러 완? 그러디 말고 기대리라우.˝

할머니가 손을 내저으며 흰 비둘기를 쫓았습니다.

흰 비둘기는 자꾸만 과자를 집적거려 할머니를 성가시게 했습니다.

할머니가 마지못해 과자 봉지를 들고 나왔습니다.

할머니가 공원 마당에 과자를 흩뿌려 놓자 비둘기들이 우르르 몰려들었습니다.

그 속에 구구도 끼여 있었습니다.

흰 비둘기가 구구 주변을 날며 할머니의 눈길을 끌었습니다.

할머니가 구구를 보았습니다.

˝쯧쯧……, 이이를 어찌하네. 어카다 이런 봉변을 당했네.˝

구구의 날개를 거머쥐고 발가락을 살펴보던 할머니가 혀를 찼습니다.

겁이 난 구구가 자꾸만 푸드덕거렸습니다.

˝괜찮아, 가만히 있어 봐.˝

흰 비둘기가 곁에 와서 속삭여 주었습니다.

˝네 동무 봐 달라구스리 그케 수선을 떨었네.˝

할머니가 가위를 찾아 들고 구구 발가락 사이에 엉킨 실을 잘라 내며 말했습니다.

˝날래 나아서 훨훨 날아다니라구야. 못난 사람들은 오도가도 못하게서리 땅금 긋고 살디마는, 너덜은 오고 싶으면 오고, 가고 싶으면 갈 수 있디 않네.˝

할머니가 구구의 발가락 마디마디에 약을 발라 주었습니다.

할머니가 구구를 잔디밭에 내려놓자, 구구가 뒤뚱뒤뚱 걸어 보았습니다.

한 무리의 비둘기들이 구구를 에워싸고 날아올랐습니다.

˝내래 날개가 있으믄 참말 도캇구나. 부모 형제가 상기도 고향 딥에서 기대리구 있을 끼구마는…….˝

잔디밭에 쪼그리고 앉은 할머니가 비둘기들을 보고 중얼거렸습니다.

할머니 주위를 맴돌던 구구는 흰 비둘기를 따라 푸른 하늘로 힘차게 날아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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