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   
          | joungul.co.kr 에서 
            제공하는 좋은글 입니다. 바쁜 일상 속에 잠시 쉬어가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   
          |  |  |  |   | | |  |  | 달과 뱃사공(이효성) |  |  |  | 
 |  | 나루터에 강 건너는 손님들이 뜸해졌습니다. 뱃사공은 홀로 노를 천천히 저으며 강물 속에 잠긴 달을 굽어봅니다. 그것은 마치 초록 포대기에 싸인 아기 얼굴 같았습니다.
 아, 달아기였습니다. 노 젓는 소리조차 그 달아기가 꼬딱지를 발락거리며 코 고는 것처럼 들립니다.
 그럴 때마다, 뱃사공의 눈꼬리에 웃음살이 번져 나고 뻐드렁니가 한층 두드러집니다.
 
 
 ˝여보셔유-˝
 저편 나루터에서 여자 손님의 다급한 부름 소리가 강물결을 타고와 뱃머리를 철썩 때렸습니다.
 뱃사공은 대답 대신 노를 잽싸게 저었습니다.
 나루터에 배가 채 닿기도 전에,
 ˝왜 이렇게 늦으셨습니까?˝
 ˝미안스러워유.˝
 두 사람의 인사말이 똑같이 어우러졌습니다.
 ˝아이가 아파서…….˝
 ˝아이가요?˝
 뱃사공은 손님이 업고 있는 계집아이를 뒤돌아보다가 한바탕 껄껄 웃었습니다. 네댓 살쯤 되어 보이는 계집 아이의 등에도 웬 아이가 업혀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어디가 아프답니까?˝
 ˝골치가 쑤신대유.˝
 ˝저런.˝
 손님의 대답에 놀라, 뱃사공은 노를 두 번이나 헛저었습니다. 젊을 때에 자기의 외아들도 처음에는 그렇게 앓다가 숨졌기 때문입니다.
 배가 강 한복판에 다다랐습니다.
 
 
 서로들 아무 말이 없습니다.
 아이는 몹시 아파 지쳤는지, 엄마에게 업힌 채 두 손을 척 늘어뜨리고 콜콜 자고 있었습니다. 그 계집아이의 등에 업힌 사내 아기만이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보름달을 쳐다 봅니다. 젖을 실컷 먹고 난 아기가 엄마를 말끄러미 올려다보듯…….
 뱃사공은 그 광경을 계집아이의 어깨 너머로 훔쳐보다가 노를 자꾸 헛저었습니다.
 엄마와 아이, 그리고 아기의 몸이 그때마다 심하게 흔들렸습니다. 계집아이의 띠가 늘어져서 사내 아기가 강물 위에 떨어져도 모를 만큼 위험스러워졌습니다.
 그제서야 뱃사공은 노 잘 젓기에 온 정신을 쏟았습니다.
 
 
 배가 강을 다 건너왔습니다.
 ˝살펴 가시오.˝
 ˝영감님도 그만 들어가셔유.˝
 뱃사공과 여자 손님은 머리를 마주 숙이고 서로 점점 멀어져 갔습니다.
 이때였습니다.
 어디선지 아기의 울음 소리가 가냘프게 들려왔습니다.
 뱃사공은 배 위에서 또 강물을 굽어봅니다.
 초록 포대기에 싸여 자던 달아기가 잠깨어 울고 있었습니다.
 ˝저어런…….˝
 혀를 쯧쯧 차고 난 뱃사공은 그쪽으로 허겁지겁 노를 저어 갔습니다. 초록 포대기를 걷어차고 우는 달아기 옆에 배를 대었습니다.
 그러고 나서 뱃사공은 두 손으로 달아기를 덥석 안아 올렸습니다.
 ˝어이구, 오뉴월에 감기 들겠다.˝
 뱃사공은 저고리를 벗어 흑흑 느껴 우는 달아기를 감쌌습니다.
 ˝오오, 우지 마아. 엄마 불러 줄게.˝
 그래도 달아기는 점점 더 흐느껴 웁니다.
 
 
 ˝여보오-.˝
 마중 나오며 부르는 아내의 목소리를 듣자, 뱃사공은 부리나케 노 저어 강가에 와서 달아기를 부둥켜 안고 모래사장 위에 껑충 뛰어내렸습니다.
 ˝그게 뭐예요?˝
 아내가 성급히 물어왔습니다.
 ˝자아, 아가 젖 좀 줘.˝
 뱃사공은 얼굴까지 폭 싼 달아기를 아내에게 저고리째 선뜻 안겨 주었습니다.
 갑자기 달아기를 받은 뱃사공의 아내는 그걸 펼쳐 보다가,
 ˝어머나! 이 영감이…….˝
 하며, 혀끝을 굴리고는 한숨을 푸욱 몰아 쉬었습니다.
 
 
 한숨이 채 걷히기도 전에 저쪽에서 홀짝홀짝 우는 계집아이를 업은 웬 부인이 모래 사장을 두리번거리며 다가왔습니다.
 그 부인은 조금 전에 배에서 내려 집으로 가다가 되돌아온 여자 손님이었습니다.
 ˝무얼 잃어버리셨나요?˝
 뱃사공의 아내가 먼저 물었습니다.
 ˝혹시 인형 못 보셨어유?˝
 여자 손님이 되물었습니다.
 뱃사공의 아내는 아무 말 없이 저고리에 싸인 것을 꺼내어 불쑥 내밀었습니다.
 ˝아가!˝
 금세 울음을 뚝 그친 계집 아이가 그 인형을 재빨리 낚아채듯이 받았습니다.
 뱃사공의 아내는 멋쩍게 웃었습니다.
 ˝아무래도 시집간 딸애가 먼저 아들을 낳을 것 같애.˝
 마을에서 개가 컹컹 짖어 댑니다. 무슨 소원을 풀어달라는 것처럼.
 여기에 맞추어, 어느 틈에 또 손님을 맞으러 갔는지, 노 저으며 흥얼대는 뱃사공의 노래가 달빛에 화안히 부서지고 있었습니다.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