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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인된시간
타르코프스키는 분명 영화가 예술이라는 전제하에서 그 가능성의 가장 끝까지 밀고 나간 사람일 것이다. 사회주의 국가체제에서 그가 영화를 통해 보여준 모던한 재현의 미적 스타일은 영화 매체가 진정으로 시간과 공간의 층위 위에서 하나의 예술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완전한 작가이다. 이 책 <봉인된 시간>은 그러한 타르코프스키의 내밀하면서도 견고한 영화 예술에 대한 단호한 미학적 소견이 녹아 있는 글들이다. 그렇다고 어떤 새로운 영화 이론을 기술한 것은 아니다. 이른바 에세이 형식이지만 자신이 영화를 창작해오면서 겪은 논리적인 영화철학을 고스란히 고백하며 펼쳐내고 있다. 영화는 시간의 조각을 모으는 작업이다라고 말하는 그가 영화의 구성 요소에 대해 개별적으로 하나하나 의미와 내적 논리를 긴밀하게 풀어 내고 있다. 철저하리만치 고백적이며 사적이면서도 그의 하나하나의 언급되는 영화예술에 대한 언어의 표현은 정말 끔찍하리만치도 자신을 철저하게 그 영화 안에서 얼마나 전투적으로 사고하고 있음을 새삼 글을 통해 확인해 볼 수 있다. 아마도 이 정도의 치밀하게 자신의 영화 철학을 체계적으로 풀어내는 감독은 없을 것이다. 최근에 소개된 로베르 브레송의 <시네마토그래프에 대한 단상>도 뛰어나지만 축약된 아포리즘적 에세이형식의 글이다. 이 책은 단편적인 글 안에서 자신의 핵심적인 영화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보여주는 브레송의 유명한 에세이이긴 하지만 타르코프스키의 이 책만큼의 체계적이며 왜 그래야만 하는가와 예술가가 어떠한 임무와 자세를 가지고 매체를 견주어 창작을 해야 하는지 간곡하게 써내려 간 글은 아직 없을 것이다. 러시아의 지적 전통의 세계를 영화 안에 아우러내면서 타르코프스키는 철저하게 영화가 그 자체의 매체적 한계가 어떠한 것인가를 깨우치면서 그 극한까지 나아간 우리시대의 가장 뛰어난 영화예술가일 것이다. 이 책 <봉인된 시간>은 그런 타르코프스키의 정신적 예술 체계의 논리가 온전하게 응축되어 있는 글이다.

by 영풍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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