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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렌체찬가
초기 르네상스의 중심지였던 이탈리아, 그 중에서 피렌체를 향한 찬양은 그 시대적 배경과 맞물려 이루어졌다. 레오나르도 부르니가 살았던 15세기 전반은 피렌체 역사에 있어서 혼돈의 시기였다. 무엇보다도 전통적으로 가장 강력한 세력이었던 교회가 붕괴하였다는 사실에서부터 그 시대의 혼란이 어느 정도였을지 짐작해볼 수 있을 듯 하다. 혼란속에서 늘 강조되곤 하는 일종의 민족주의적 시각이랄까. 물론 당시로서는 하나의 거대한 국민국가 아닌 도시국가의 형태를 띠었지만, 피렌체를 향한 부르니의 찬양은 어느 정도 그러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 듯 하다. 불안에 떨고 있는 도시민들에게 역사의 유구함과 동시에 타 도시에서는 맛볼 수 없는 우월함이 피렌체에 깔려 있음을 이야기함으로써 사회적 안정을 도모했다고 해도 될지. 다소 과장된 듯한 문체. 모든 부분에 걸쳐 이루어지고 있는 피렌체를 향한 찬양 속에서 부르니가 취했던 감상적 태도가 묻어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 글은 나로 하여금 그 시대의 피렌체를 상상해 보게 만들었다. 도시 곳곳에 세워져 있는 화려하고도 위대한 건물들, 도시민들의 부지런함으로 만들어진 깨끗한 거리 그리고 도심을 가로지르는 강에 놓여있는 너무도 편리한 4개의 다리까지. 아름다운 모습을 간직한 피렌체는 지리적으로도 발전할 수 밖에 없는 정당성을 지닌 곳에 위치하고 있다. 수많은 적대적 세력들을 견제하고 촉각을 곤두세워야만 하는 해안가에서 조금 떨어진, 하지만 바다의 효용을 어느 정도 누릴 수 있는 곳에 위치한 피렌체는 이미 발전할 수 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이러한 피렌체에 부르니는 극도로 흥분했던 것 같다. 이탈리아의 모든 도시, 더 나아가 고대의 모든 도시를 능가하는 피렌체라고 말하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는 신이 주어준 자연적인 것만은 아니었다. 이 발전은 신의 축복과 인간들의 의지가 빚어낸 하나의 작품이었다. 피렌체는 이미 그 선조대에서부터 발전이 예비되어 있었다. 다른 도시들이 부랑인 등 신원이 확실치 않은 이들에 의해 건설되었던 반면, 피렌체는 특정 독재자에 예속되기 전, 가장 민주적으로 발달된 형태의 정치체제를 가지고 있었다. 또한 그들은 자유를 수호하고 전제정을 반대하였으며, 이러한 정신은 오늘날의 피렌체인들에게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고 보았다. 태생적으로 우수한 조상을 두었고, 조상들이 지닌 정신이 오늘날의 피렌체인들에게 그대로 이어졌으니 그들에게는 두려울 것이 아무것도 없었을 듯 하다. 그랬기에 부르니는 자신의 피렌체에 대한 자신감을 맘껏 표현했다. 피렌체보다 뛰어난 무엇인가를 발견할 수 있는 도시는 하나도 없다는 그의 이야기는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하였다. 실제로도 피렌체는 동맹, 우방국가들을 한 번도 배신치 않았으며, 항상 앞서 싸워 승리를 거두었다. 또한 그들은 그 승리를 자신들의 것이 아닌 신의 것으로 돌리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근사했던 것은 권력이 한 곳에 독점되지 않도록 고안된 피렌체의 정치조직이었다. 정의와 자유의 이념이 반영된 제도, 법률 아래 최고위원회, 12인 위원회, 정의의 기수단 등이 함께 공존하는 모습은 비록 도시국가라는 한계점이 존재했으나, 특정인이 절대적 권위를 행사할 수 있는 오늘날의 몇몇 정치체제보다 훌륭하게 느껴졌다. 어떻게 보면 한 도시에 대한 막연한 찬양과도 같아 보이지만, 그 안에는 르네상스로 인해 야기된 혼란감의 극복을 향한 열정이 살아 숨쉬고 있었다. 또한, 신으로부터 인간으로의 권력 이양 과정에서 발생했던 인간 이성에 대한 무한한 신뢰가 존재했다. 그리고 이는 유럽 전체가 중세에서 근대로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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