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joungul.co.kr 에서
제공하는 좋은글 입니다.
바쁜 일상 속에 잠시 쉬어가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
|
|
|  | 제인에어납치사건 |  | |
| | 단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세상의 모습이 꿈처럼 펼쳐졌다. 이토록 문학에 미쳐볼 수 있는 것일까. 익숙한 이름에서부터 그렇지 않은 이름에 이르기까지, 소설 내내 나는 영문학의 늪에 빠진듯한 착각이 들었다. 하지만 문학을 소재로 다루었다고 하여 사뭇 진지하다거나 온 몸이 비틀릴 정도의 지루함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니 안심하자. 홈즈나 뤼팽 시리즈보다 더욱 흥미 진진한, 그래서 결코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도대체 이러한 장르를 뭐라고 말해야 되는건지 나로서는 도저히 정의 내릴 수가 없었다. 단순한 소설도, SF도 아닌 묘한 느낌은 책장을 넘기면 넘길수록 진해졌다. 서즈데이 넥스트라는 이름을 가진 주인공은 여성으로 문학범죄를 조사하는 SO-27 소속이다. 그녀의 아버지는 시간경비대 소속으로 시간과 장소를 자유롭게 넘나들고, 그녀의 삼촌 마이크로프트는 지금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기괴한 기계들을 개발한다. SO-** 로 이름붙여지는 특수작전망은 마치 CIA나 FBI와도 흡사해 보였다. 하지만 문학범죄와 미술범죄를 따로 담당하는 분야가 있다. 단순히 유명한 미술품, 책의 원본을 훔치는 것이 아닌, 그 안의 내용을 변질시키는 범죄가 성행한다. 이 점에서 작가가 꿈꾸는 세상이 명확하게 드러나는 듯 했다. 문화가 모든 이들의 삶을 지배하는, 문학 없이는 살 수 없는 사람들의 모습. 세익스피어 작품의 모든 대사를 외워 스스로 배우가 되어 연기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사람들이 얼마나 문학을 사랑하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은 일상에서 셰익스피어와 말로, 베이컨 등을 논하며, 스스로를 ~주의자 라고 부르는데 익숙하다. 이러한 사회 속에서 문학을 소재로 한 범죄는 사회 전체를 뒤숭숭하게 만든다. 그리고 서즈데이는 그 범죄의 중심에 서 있게 되었다. 하데스 라는 이름을 가진 시대가 나은 가장 악한 인물과 대학시절의 묘한 인연으로 인하여 말이다. 그는 총에 맞아도 죽지 않으며, 벽을 뚫고도 사라지는 등, 인간이라기 보다 ‘악’ 그 자체인 듯 해 보였다. 그런 그가 영국인들에게 가장 사랑 받는 소설 중 하나인 제인 에어의 주인공을 납치했으니, 특히나 일인칭 관점에서 쓰여진 이 소설은 더 이상 진행될 수 없을 뿐더러 내용 전체가 변질되기에 이르렀다. 하데스의 이러한 악행에 맞선 서즈데이의 태도는 실로 놀라웠다. 그녀는 하데스와의 싸움에서 승리함과 동시에 제인 에어의 결말 부분 마저도 바꾸어 놓았다. 게다가 그녀에겐 큰 어려움이었던 옛 애인 랜든, 죽은 형제 안톤 사이에서의 갈등 마저도 그녀가 제인 에어의 결말을 바꾸었듯이, 제인 에어의 등장 인물에 의해 해결된다. 문학은 현실의 반영이다. 가끔씩은 책을 읽으며 책 속에 빠져든 나머지 등장 인물이 나라는 착각을 하곤 했던 적이 있었다. 이 책은 단순한 착각마저도 현실로 만들어버리는 묘한 힘을 지니고 있었다. 한 번 잡으면 결코 놓칠 수 없는 책, 그 매력은 직접 읽어보지 않는 이상은 어떠한 말로도 표현할 수 없을 듯 하다.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