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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바꾸지않아도행복한나라
잘 조성된 공원을 거니는 기쁨을 누리기도 잠시, 하늘은 울그락불그락 물들었다. 비가 왔다가 개고 또 다시 비가 내리기를 몇 차례 반복, 처음에는 얌전히 우산을 써 보려고도 했지만 거세게 몰아치는 바람은 나로 하여금 내 존재의 시시함을 느끼게 해 주었다. 버킹엄 궁전을 방문했던 당시 요상하던 날씨에 대한 나의 기억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다. 어쩌면 그것이 나의 영국에 대한 첫 인상이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이런 변덕스런 날씨 속에서 도대체 어떻게 산단 말인가. 게다가 낮 4시 밖에 안 되었는데 세상은 온통 컴컴함 뿐이었고, 6시가 지나자 식사도 안 했는데 상점들이 죄다 문을 닫아버렸다. 동생은 연일 영국이란 나라는 놀 곳이 너무 없으며 너무 지루하다는 말을 반복했다. 언제 다시 밟을 수 있을지 모르는 낯선 땅에서 내가 즐길 수 있는 시간은 너무도 짧았다. 나는 영국에서 태어나지 않았고, 그곳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것이 아니기에 영국 사회의 문화를 알지 못한다. 그것들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그 사회에 대한 무한한 애정이 밑바탕에 깔려 있어야 하는 것일 테니 말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영국에 대한 애정으로 가득차 있었다. 내가 경험치 못한 또 다른 사회에 대한 호기심은 한 사람이 느꼈던 애정에 대한 짧지만 자세한 글 속에서 조금씩 충족되어가고 있었다. 생각보다 영국사회는 너무도 보수적이었다. 본인들은 가난한 삶을 영위하면서도 황실의 사치스러운 생활에 대해서만큼은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에서부터 세습적 귀족으로 구성되어 있는 상원의원에 이르기까지, 전통적인 신분제에 기초한 사회의 모습에서 나는 중세 봉건사회를 보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또한, 새로운 것보다 기존의 것을 더욱 선호하는 영국인들의 모습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무엇이든 빨리빨리를 외치며 해왔던 한국인들에게 영국사회는 너무도 시대착오적이고 답답하게만 느껴졌다. 살인적인 물가 속에서 극도의 절약이 요구되어지고, 왠만한 것은 스스로 고쳐서 사용해야 되는 사회 속에서 도대체 행복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왕으로 대접받길 바라고 남보다 나은 삶을 살길 바라는데 익숙한 나에게 영국인들의 삶은 너무도 무료하고도 어리석어 보였다. 하지만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의 삶을 즐길 줄 아는 여유를 가지고 있었다. 반면 우리는 그저 모으고 쓰기에 정신없기에 행복이 무엇인지 묻기를 주저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작지만 초라하진 않은 정원들을 가꾸는 영국인들의 모습은 삶을 즐긴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전통 있는 케임브리지 대학과 관련된 이야기들 역시 흥미를 돋구었다. 낡은 대학 시설에 대한 묘사는 상상과 동시에 웃음을 불러 일으켰다. 그것은 영국 교육이 가지고 있는 하나의 한계점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단 한가지 길을 강요치 않으며, 일단 대학을 선택한 이들에게는 진정한 학문을 추구하는 것이 하나의 의무로 여겨지는 케임브리지의 모습은 나에게 진한 부러움을 불러 일으켰다. 공부에 미치고 동시에 노는 것에도 취해 있는 학생들의 모습, 낭만이란 단어는 바로 이것을 일컫기 위함이 아닐지. 줄곧 지는 해로 여겨지던 영국. 하지만 영국은 지속적인 경제성장과 사회 복지 체제의 구축 사이의 미묘한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 비록 그 사회의 겉모습은 낡아보이지만 진정한 보수를 추구하는 영국인들의 모습은 그들이 지금껏 달려온 역사를 반영하고 있었으며, 앞으로 영국 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내다 보게 만들었다. 다양함이 존재하지만, 그 안에서 자신들의 것을 놓지 않는 영국인들의 자세가 지금의 영국을 가능케 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by 영풍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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