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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냉정과 열정사이 |  | |
| 나는 일본문학을 좋아한다. 니가 일본의 뭐는 안 좋냐 라고 말하면 할말은 없지만.. 뭔가.. 일본문학은 수필이건 소설이건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 독자의 마음을 곧바로 때린다는 느낌. 그 얻어맞는 신선한 기분이 좋다 나는. 냉정과 열정사이. 츠지 히토나리와 에쿠니 카오리라는 잘나가는 남녀 작가가 2년 동안이나 마치 실제 연애라도 하듯이 원고를 주고받으며 릴레이로 연재한 결과물을 소설로 엮은 것이라고 한다. 릴레이 소설의 느낌을 그대로 전해받고 싶어서 두 권을 한 챕터씩 번갈아가며 읽어나갔다. 미국과 이탈리아에서 살던 남녀가 모국에서 대학을 다니러 갔다가 만난 후 사랑에 빠진다 격렬한 사랑.. 오해..싸움.. 그리고 아픔.. 헤어짐.. 그들은 헤어진 후 공교롭게도 이탈리아에서 살게 된다. 서로의 존재가 가까이 있는 것도 모른 채..가끔 그리워 하면서. 하지만 둘 사이를 이어주는 것은 그리움 말고도 한 가지가 더 있었다. 연애 시절 장난스럽게 내뱉은 10년 후 30살이 되면 피렌체의 두오모에서 만나자는 약속이 바로 그것. 사건 사고가 많아서 지루하지 않고 책장 넘기기가 편하다는 쥰세이의 Blu보다 자신의 내면을 차분히 풀어놓는 아오이의 Rosso가 난 오히려 더 좋았다 철없던 대학 초년에 만난 사랑. 상처받고 헤어진지 이미 오래되었는데 그리고 지금 그녀의 곁에는 완벽한 애인인 마빈이 있는데 문득 시린 바람이 지나가듯 찾아오는 무기력함, 허무함은 찰나일 뿐인데도 그녀의 삶을 지배하는 듯 해 보인다. 자신의 마음을 다 열어보이지 않는 아오이, 손에 잡힌 듯 하지만 정신을 차리고 보면 저 멀리 있는 그녀를 마빈은 늘 불안해한다. 그런 애인이 안타깝기는 하지만 아오이는 마빈을 위로할 수 없다. 그리고 마음의 구멍은 좀처럼 채워지지 않는다.아니, 오히려 점점 커져만 간다.. 왜 서로의 마음은 말이 아니면 전하기가 힘든것일까 표현이 서투른 사람들은 자신의 마음을 전하는 데 있어 언어라는 것이 방해만 되지않을까 싶다. 안타까움, 그리움, 미묘한 질투까지 느끼면서 소설을 읽어내려가다가 뭔가 시원함을 느끼며 책을 덮을 수 있었다. 줄거리만 대충 보면 그렇고 그런 진부한 사랑 이야기라고 생각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아오이의 마음을 들여다보면서, 그녀와 함께 무기력에 빠지면서 나도 그녀처럼 구원받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런 문제없어 보이는 나의 생활이, 그녀의 생활이 갑자기 허무하게 느껴진다면 그 무기력함이란.. 누군가의 가슴에 머문다는 것이 그 마음에 청량제가 되어줄 수 있다면 때로는 그게 세간에서 논하는 진부한 사랑인들 어떤가. 쥰세이와 아오이에게 있어 서로의 존재가 부럽다.
by영풍문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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