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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한국 문학의 탐험 1: 1900 ~ 1934
저는 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지만 정작 학창시절에 제가 가장 좋아한 과목은 국어였습니다. 그리고 지금 가르칠 과목을 선택하라고 하면 전 주저 없이 역사를 선택할 만 큼 역사책을 즐겨 읽습니다. 영어교사인 제가 조동일의 한국문학통사(1~5권)를 재미있게 읽고 있을 때 의아하게 생각하는 이가 제법 많았습니다. 한국문학통사는 우리 국문학사에 길이 남을 귀중한 저서임에는 틀림없지만 아무래도 일반인들이 지하철에서 서서 읽는 책으로는 많이 애용되지는 않지요. 하지만 저는 중학교시절부터 우리 나라의 국문학사를 공부하는 것이 참 재미있었습니다. 국어교과서의 끝 부분을 장식하던 국문학사부분은 무수한 ´한국최초의 ...´ 에 해당되는 작가와 작품이 있었고 지금도 그 무수한 ´한국최초의...´를 모두 기억하고 있습니다. 조동일의 한국문학통사는 결코 어려운 책이 아닙니다. 제가 읽어 본 결과는 그랬고 어렵게 느껴진다면 그것은 아무래도 문학이나 역사에 아무런 관심이 없는 사람이겠지요. 문학은 그 시대의 삶을 포용하기 마련이고 당연히 문학사와 역사는 그리 많은 간격이 없습니다. 그래서 역사를 좋아하는 저는 국문학사에 대한 관심도 적지 않아서 조동일의 한국문학통사(1~5)는 여전히 제 문고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지요. 그러던 차에 한국문학통사에 필적할만한 국문학사에 관련된 저서가 있다는 소식을 우연히 접하고 대뜸 장석주의 ´20세기 한국 문학의 탐험(1~5권)´을 수배했지요. 이 책은 예전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아들이 운영하는 회사로 더 알려졌지만 지금은 좋은 책을 출판하는 서점으로 주목받고 있는 시공사의 작품입니다.

이 책의 강점중의 하나가 저자가 대학을 다니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그는 역시 시공사를 통해 출판된 전사섭의 ´장충동 김씨를 위한 책 이야기´에 게재된 그의 인터뷰를 보면 대학을 다니지 않아서 각종 학맥에서 자유로워서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않고 작가에 대한 평가를 할 수 있었다고 토로를 했지요. 이 책은 아무래도 조동일의 한국문학통사와 여러모로 비교가 될 수 있겠는데요 조동일의 그것과 구별되는 점이라면 한국문학통사는 난해하지는 않지만 아무래도 대학의 교재다운 책이고 이 책은 좀 더 일반인들이 접하기 쉬운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삽화도 풍부하며 중간 중간 ´문인들의 호와 필명´ 이나 ´술과 문인´등의 짧은 코너에서 대학교재에서는 절대로 말해주지 않는 문인들의 지극히 사적인 에피소드를 재미있고 소개해주고 있는 것이 또한 이 책의 양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1934년12월의 어느 날 산자락 여기저기에 널린 무덤 주변을 한 남자가 서성거리고 있었다. 삼십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자의 얼굴에는 깊은 그늘이 드리워 있었다 그는 간략한 성묘를 마친 뒤 무덤에 뿌리고 남은 술을 천천히 마셨다. -중략- 내려오는 길에 그는 장에 들러 아편을 구했다. -중략- 그는 아내가 술에 취해 잠이 든 것을 확인하고, 장에서 사온 아편을 삼켰다. 이튿날인 1934년 12월 24일 아침, 그 남자는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다´

위의 인용처럼 장석주는 기존의 대학교재 식의 저서에서 발견할 수 없는 독특하고도 생생한 재구성으로 김소월의 최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런 형태의 문학사 이야기는 이 책의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최신의 저서답게 가장 최신의 문인들에 대한 평가를 볼 수 있다는 것도 이 책의 큰 강점이군요. 중 고등학교 시절 저는 이광수의 최후라면 ´6.25때 납북´에서 끝이나버려 궁금증을 가졌었는데 이 책은 그런 부분까지 가장 최신의 정보로 무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런 종류의 책이 그러하듯이 시공사 직원의 표현을 빌리자면 폭팔 적인(?) 주문이 쇄도하는 책이 아니라서 초판의 2권이 품절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재발간은 아직 예고되지 않고 있습니다. 글쎄요. 이 점이 서울대라는 거대한 배경을 가지고 있는 조동일과 그런 배경을 가지고 있지 못한 장석주의 어쩔 수 없는 한계라는 생각이 들면 서글퍼지기도 합니다. 그나저나 아직 품절 되어 구하지 못하고 있는 이 책의 2권을 찾아 ´탐험´을 계속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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