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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사실 수필에 지나지 않는 소재와 작가의 일천한 사회 경험을 가지고 역사성은 배제한 채(그 소설이 어느 시대에 나왔는지조차 종잡을 수 없을 만큼) 칵테일하고 칵테일하여 우려먹으면서 문학상을 독식하는 숱한 여류작가들에 대하여 우려를 금치 못하며 살아왔다. 그녀들을 심사하여 문학상을 줌으로써 그들의 소설을 읽어야만 마치 훌륭한 독자인 것처럼 인식하게 만드는 구태하기 짝이 없는 심사위원들의 정체성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가져왔다.
그런 점에서 문학상 수상작가들과 더불어 그렇지 않은 언더그라운드 작가들이 동시에 한 스승 아래서 습작의 혼을 키워 왔다는 것을 이유로 작품들을 모아 책으로 펴냈다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YES24 서점의 서평담당자님은 문학상 수상작가인 마르시아스 심, 하성란, 신경숙 세 분 외에 김선영, 심석구 두 분의 소설을 관심있게 촌평했다. 요즘에 보기드문 개성을 가진 소설이기 때문이리라. 김선영식 해학소설 또는 골계소설, 심석구식 누보로망.
몇몇 분들이 김선영의 소설에 대해서 성석제나 김종광의 소설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고 하여 나는(나는 사실 시인으로 데뷔하였으며, 전국 규모의 문학공모전에서 문학평론애 당선한 바도 있다), 어떤가 하여 김선영 형에게 전화를 걸어보았다. 그랬더니 답변인즉, ˝성석제 님의 소설은 한 편도 읽어본 것이 없으며, 김종광 님이라는 소설가가 계신 줄은 이번에 처음 알았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김선영과 성석제와 김종광은 아마도 체질이 비슷한 작가일 테고, 그들의 소설이 진작부터든 뒤늦게든 주목을 받고 있다는 것은 우리 문예사조 가운데 대단히 한국적인 풍으로서 큰 물줄기를 이루고 있음이 분명함을 입증하고 있는 셈임을 우리는 간과하고넘어갈 수가 없겠다. 앞으로 발표되는 그분들의 단편소설들에 관해서 연대하여 연구해 볼 필요가 절실하다는 생각이 든다.
김선영의 <성인소설>은 해학소설의 일상적 품격에, 그리고 골계소설의 이미지에 한층 권위를 부여한 세련된 소설이다. 단편소설집 <우리 시대의 운전>을 1990년에 발표한 이후 단편소설 발표가 뜸하였지만, 그는 그 동안 역사의 가식을 꾸짖는 대하소설 <애니깽>과, 지식인과 창녀와의 특별하고 진실한 사랑을 깔끔하게 그려낸 <사랑꽃>(전제:포르노는 없다>) 등으로 언더그라운드 소설가로서의 외로움을 달래 왔던 것 같다.
그런 중에 단편소설 쓰기는 뒤로 미루어 두었던 것 같고, 콩트를 틈틈이 써 왔던 모양이다. 그의 콩트집 <짤비>에 대해, 문예창작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김기우 소설가가 <작가의 역사관과 현실 인식이 면면이 흐르는 촌철살인의 작품세계>라는 서평을 써준 적이 있다고 한다.
<짤비>는 ´짧은´과 ´이야기´의 첫자를 합성하여 소리나는 대로 적은 것이라고 한다. 기이한, 수상한, 순박한, 은밀한, 명쾌한, 괴팍한, 음울한, 듬직한, 비정한……. 문학을 본격적으로 공부하고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독서가 일이 되어 있는 현실에, 기증받거나 필요에 의해 책을 읽고 난 후 느낌을 되새겨보며 나름대로 형용하는 한마디가 있는데, 김선영의 <짤비>는 앞에 나열한 모든 것에 해당하는 책이다. 그냥 평범치 않다기엔 심심하고, 괴이쩍거나 형식 실험적인 소설이라기에도 적절하겠지만, 그것만으론 모자란, 그래서 여러 형용사를 동원해야 할 소설책이 <짤비>다.
<짤비>에는 수많은 인물이 등장한다. 인물들이 각축을 벌이며 현실상을 외친다. 때론 절규하며, 때론 속삭이며, 때론 어눌하게, 때론 가성(假聲)을 섞어 말한다. 군상(群像)이 여러 목소리로 말하고 있지만 하나의 일관된 주제를 견지하고 있는데, 그것은 서민(庶民)의 고통이다. 해방 후 지금까지 우리 사회는 정치 경제적으로 격변의 세월 속에서 파행을 거듭해 왔다. <짤비>는 우리의 정치와 경제권에 늘 속해 있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언제나 소외되어 왔던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대하소설 <애니깽>에서부터 시작된 그의 역사와 현실 인식이 이번 작품집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는데, 이는 작가의 간단없는 연마의 결과라고 할 수 있겠다.
작금의 작품들이 무분별한 성(性)의식이나, 미화(美化)된 폭력의 대중성 획득이라는 미명(美名)으로 쉽사리 땜질되어 버리는 이때, 우리의 본모습을 이만큼 촌철살인(寸鐵殺人)으로 찍어낸 소설은 드물다. 작가가 <아라비안 나이트>보다 더 흥미롭고 신이(神異)한 이야기를 팔만대장경만큼 많이 써내기를 바란다.
김선영은 확실히 개성있는 소설가다. 그가 참으로 오랜만에 구정물 사회에 관한 통렬한 비판성을 띤 단편소설(<성인소설>)을 발표하여서, 나는 그의 ´다음 작품을 기다리는 기쁨´이라는 기대에 충만하여 있다. 그는 최근에 40여 명의 소설가와 시인이 신작을 발표한 <마음의 연인>에도 동참하였지만, 거기에 발표한 소설은 <지독하게 가벼운 품격>이라는 짧은소설 연작의 일부여서, 그 소설의 모음체가 <지독하게 가벼운 품격> 한 권으로 탄생하길 기대해 두어야만 할 것 같다. 물어보니, 소설이 한 권 분량 다 되어 있으므로 출판사를 알아보는 중이라고 하며(<데카메론> 식의 식의 액자소설로 개작하는 것도 연구중이라고 함), 또한 <성인소설>을 비롯하여, 다른 단편소설 10편 가량을 개작하여 단편소설집을 출간하는 것도 모색중이라고 한다. 그리고 9월초쯤에는 2000년에 하이텔문학관에서 조회수 1위를 기록했던 2연작 장편소설 <원초적 캠퍼스>가 출간될 것이라고 한다.
소설가 김선영은 무라카미 하루키 흉내나 내는 모방 전문 인기소설가들과는 분명히 다르다. 그가 최초의 한글소설 <구운몽>을 써낸 대제학 서포 김만중 선생과 같은 문중인, 광산김씨 양간공파 혈통이라는 점이 어쩐지 에사롭지 않게 느껴지는 늦여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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