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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 | |  |  | 나무처럼 산처럼 |  |  |  | 
 |  | 국문학이나 창작을 전공하려는 이들에게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 하나 있다면, 바로 이오덕씨의 글일 것이다. 우리 삶 속에 깊숙이 자리잡고 있는 외래어들은 그의 책 속에서 세밀한 한 부분까지 적발되어 고발당한다. 그러나 뻔히 알면서도 너무나 입에 배어 버려서 무심코 써지고 뱉어지는 일본투나 영어 번역투 말들은, 그것들이 우리 생활에 얼마나 밀착되어 있는가를 보여주는 좋은 반증이기도 하다. 『우리 글 바로 쓰기』시리즈 등 우리 글에 대한 그의 입장은 너무도 확고해서, 일부 평자들에게는 ´배타적´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나무처럼 산처럼』역시 웃음이 너그러운 옆집 할아버지의 모습 속에서도(아이들이 쓴 ´감´이란 시를 보면서 좋아하는 모습은 마치 손자의 재롱을 보는 할아버지의 모습 같다.) 여전히 기력을 잃지 않는(그의 나이 벌써 78세이다) 꼬장꼬장한 남산골 선비의 모습 또한 담겨 있다. 
 이미 서구에서는 ´환경(운동)´이 하나의 정치세력으로 자리잡고 있다. 지구 한 편에서 펄럭인 나비의 날개짓이 반대편에는 태풍을 몰고 온다는 허황되게만 보이던 사실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기도 하다. 먼 먼 훗날의 일처럼 여겨지던 대기오염은 ´엘리뇨´ ´라니냐´ 등 환경재앙을 몰고 와 한 해에도 수백, 수천의 인명을 앗아가고 있는 중이다. 심지어 ´햄버거 제국´ 맥도널드를 반대하는 주된 이유 중 하나는 그곳에서 나오는 1회용품이 일으키는 환경오염 때문이기도 하다. 이오덕이 이 책에서 주장하는 바는 간단하다. 자연에 거스르지 않고 순응하는 삶이 바로 그것. 그에게 자연은 세상 모든 것이다. 단순히 나무와 산이 아니고, 돌맹이 하나 감나무 한 그루 그리고 집에서 기르는 개 역시 자연의 일부이다. 그러나 역시 말은 쉽고 실천은 어렵다. 책에는 유독 ´개´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집에서 기르던 개를 보신용으로 쓰려고 잡다가 놓친 뒤에도 다시 집으로 들어온 그 개를 기어이 때려죽이는 사람들의 이야기로부터 시작해서 ´생존´을 위해서라면 굳이 먹지 않아도 될 개고기를 먹는 사람들에 대한 비판이 매섭다. 개는 불쌍한 동물이다. 개와 인간의 관계는 지배·피지배의 전형적인 구조다. 아무리 두들겨 맞아도, 설사 목숨을 잃는 한이 있더라도 개는 주인을 다시 찾아온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런 개의 특성을 이용한다. 어른들은 몽둥이 찜질을 해서 ´말랑말랑´해진 개고기를 먹지만 아이들은 그런 모습에 두려움과 분노를 동시에 느끼면서도 점점 어른들을 닮아간다. 이렇게 자연의 일부인 사람이 자연을 거역하면서부터 돼 먹지 못한 세상이 되기 시작했다고 저자는 일갈하며 ˝이 소름끼치는 인간들의 끝장˝을 예언한다. ´자연과 사람이야기´라는 말랑말랑한 부제목이 붙어있는 산문집이지만 결코 쉽게 넘길 수만은 없는 통찰과 사색이 예리하다. 한 평생을 한길로만 내달려온 지은이의 열정이 느껴진다.
 
 노파심에 덧붙이자면, 세상 모든 일은 다양한 스펙트럼 안에 존재하고 있고 왼쪽과 오른쪽의 가장 자리는 있게 마련이다. 그런 면에서 그는(그의 사상은) 하나의 기준점이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운명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있다 ― 책 속에는, 주인 잃은 고양이를 돌보는 이가 쓴 ˝많든 적든 들판에(쫓겨다니는 짐승들에게) 먹이를 주는 사람은 남들한테 좋게 안 보이고, 외톨이가 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른 사람들은 그들끼리 사이좋게 원만하게 지내는가 하면 그렇지 않습니다. 약한 것들에 대해 가엾게 생각하는 마음이 없는 사람들은 저마다 겉모양 뿐으로, 한 걸음 안으로 들어가면 그 감정은 조각조각 흩어져 있습니다. 그러니까 당신은 외톨이가 되어 있다든지 하는 생각을 심각하게 하지 말고, 될 수 있는 대로 대범하게 들어 넘기도록 해 주세요. 대단한 노력을 해야 하겠습니다만, 오랜 세월을 지내면 그다지 괴롭지 않게 그렇게 할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은 자기 몸을 위한 것입니다. 좋지 않은 사람들 때문에 언제까지나 마음을 태우면서 몸을 망쳐서는 안 되지요.˝라는 내용이 나온다 ― 세종대왕이 한글을 만든 이유가 전적으로 ´애민정신´에 있다기 보다는 보다 효율적인 ´통치´를 위해서였다고 해서 오늘날 그를 욕하지 않는 것처럼, 그의 생각이 다소 완고하고 딱딱하게 보인다고 해서 고루하고 편협하다고만 몰아 부칠 수는 없는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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