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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방박사와 헤로데 대왕 |  | |
| 아기 예수에게 선물을 바쳤던 동방박사가 진정 3명이었을까? 예수가 태어난 날이 12월 25일인가, 그 당시 나타났던 별은 혜성인가 목성 혹은 화성인가 등등, 동방박사를 둘러싼 의문들은 오늘날까지도 존재한다. 성서에서는 그들이 바친 금, 유향, 몰약만을 언급할 뿐 그들이 몇 명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을 뿐이다. 미셸 투르니에는 이러한 사실에 착안 성서적인 진실과 전설 등을 교묘히 배합해 이 글을 써 내려갔다. 어떻게 보면 지독히 기독교적인 색채가 물씬 묻어나는 것도 같은 주제이다. 하지만 그 안에서 주가 된 것은 다름 아닌 서로 다른 이유를 가지고 여행을 하는 4명의 인간적 고뇌가 아닌가 생각한다. 각각의 이야기들 속에 묻어있는 치열한 삶에 대한 고민과 예수를 알현하는 속에서 각자가 얻는 삶에 대한 지혜, 용서 등은 이 소설의 중심을 이루고 있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동방박사를 3명으로 추정하며, 이미 8세기 경 그들에게는 각각 가스파르, 발타자르, 멜슈와르 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하지만 작가는 제 4의 동방박사가 존재할 것으로 보았으며 그에게 타오르 라는 이름을 붙였다. 동시에 4명의 동방박사 모두를 서로 다른 상황에 처해있는, 한 국가의 왕으로 묘사하였다. 백인 여성을 사랑하는 검은 피부를 가진 왕 가스파르는 자신의 검은 피부에 한없는 모욕감과 열등감을 느낀다. 예술에 대해 갈망하는 발타자르는 자신의 할아버지, 아버지가 보인 부 자체만을 추구하는 태도와 신앙 앞에서 어떠한 예술도 용납하지 않는 성상파괴주의자들에 대한 반감으로 가득 찬 마음을 소유하고 있다. 그리고 멜슈와르, 그는 자신의 왕국을 잃었으며 왕으로서의 위엄은 가지지 못한, 자신의 왕위를 빼앗아간 이에 대한 증오와 복수심으로 가득 찬 인물이다. 제 4의 동방박사로 이야기되고 있는 타오르는 어머니로부터 영원히 권력을 물려받지 못할, 허울뿐인 왕에 불과했다. 그들의 여행 동기는 각자 달랐다. 하지만 그들 모두 자기 안에 있는 증오와 분노, 괴로움을 치유하기 위해 여행을 떠났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들 머리 위에 나타난 혜성은 그저 그들의 여행을 정당화시켜주기 위한 하나의 기제와도 같이 여겨졌다. 적어도 처음에는 그랬다. 그들의 왕이라는 신분은 서로에 대한 신뢰감을 형성하는데 너무도 큰 방해물과도 같았고, 스스로의 위엄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상대에게 자신의 정보를 빼앗기지 않으려는 치밀한 태도 속에서 겉도는 대화만이 오갈 뿐이었다.
타오르를 제외한 세 명의 인물은 헤로데 대왕을 만난다. 그의 왕권은 무척이나 강해 보였고, 그에게는 부족한 것이 아무것도 없는 듯 해 보인다. 하지만 그 역시도 왕이기 이전에 인간이었으며, 늙고 병든 몸을 지닌 사람에 불과했다. 그리고 그의 흔들리지 않을 듯한 왕권은 피와 폭력의 연속 속에서 유지된 것이었다. 헤로데에게는 하루하루가 불안한 모험이었으며, 그의 주변에는 믿을 수 있는 이가 아무도 없었다. 그는 친구를 갈망했지만 단 한번도 진실된 의미의 친구를 사귀어본 적이 없었고, 폭력 이외의 방법을 알지 못했다. 어쩌면 그의 모습은 오늘날의 우리들의 모습과도 크게 다를 바 없지 않나 싶었다. 괴로워하지만 그 괴로움을 솔직하게 고백할 줄 모르며, 외로워하지만 덧없는 겉모습으로 그 외로움을 감추는데 급급한 우리의 모습과 말이다.
세 명의 동방 박사는 마구간 구유 위에서 태어난 예수를 접했고, 그 만남은 그들의 삶을 변화시켰다. 그들은 자기 안에 있던 부정적인 생각들이 사라지고, 모든 이들을 향한 분노와 증오의 마음이 사라짐을 경험하였다. 단순히 권력으로 누군가를 짓누르는 것이 아닌 이해와 상호작용의 바탕 속에서 하나의 위대함을 이끌어낼 수 있음을 그들은 터득한 것이다. 그것은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이자 사랑이기도 했다. 그들은 그러한 마음에 기반해 타인을 사랑하는 법에 눈을 떴을 것이며, 궁극적으로 세상을 사랑하는 왕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극적인 삶을 살았던 것은 다름 아닌 예수를 접견치 못한 타오르였다. 그의 여행 동기는 보잘 것 없었다. 권력에 대한 모든 생각을 차단시키기 위한 그의 어머니의 노력으로 인하여 그는 설탕에 심취해 있었으며, 터키 과자 제조법을 알기 위해 여행을 시작하였다. 그의 곁에 있던 충실해 보이는 노예는 권력 지향적인 인물에 불과했으며, 타오르는 어쩌면 고립된 인물이었던 것도 같다. 하지만 아기예수를 영접한 3명의 동방박사와의 만남 이후 그는 무언가를 끊임없이 갈망하게 되었다. 그 갈망은 그로 하여금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털어 아이들을 위한 잔치를 베풀고 자신의 곁에 있던 모든 노예들에게 자유를 허락케 만든다. 그는 급기야 아내와 4명의 자녀를 거느린 죄인의 죄를 대신 짊어지고 30년이 넘는 세월을 소금광산에서 보내기까지 한다. 이러한 그의 행위는 이미 그의 마음 속에 아기 예수가 들어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 아니었을까 한다. 그랬기에 세월 앞에서 늙고 지친 그의 몸은 결국 예수 앞에 서지 못했지만, 그는 최초의 성체를 받은 사람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책 속에는 실로 너무도 많은 것들이 숨겨져 있다. 아기 예수가 흑인이었으며 그로부터 어떠한 열등감이나 모멸감도 느끼지 못했다는 가스파르의 이야기는 예수는 백인이라는 우리 안에 형성되어 있는 편견을 깬다. 이는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는 사상을 뒷받침 해주는 것이며, 모든 인간이 가진 신앙은 그 자체로 존중받을 수 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아기 예수를 접견하고 변화를 경험하는 발타자르와 멜슈와르의 모습 역시도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용서이며 사랑임을 증명하는 듯 하다.
크리스마스가 지난지 얼마 안 된 이 시점에서 아기 예수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것이 어떨까 싶다. 이 책을 통해 동방 박사가 몇 명이었는지, 그들의 이름이 무엇이었으며 여행의 동기가 무엇이었는지를 생각해 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겠지만, 무엇보다도 신앙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이며 이 세상에서 살아가는 모든 이들과 하나가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되는지를 생각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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