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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의 종말
소유의 종말



하릴없이 책장 앞을 서성이다 나의 시선이 머무는 한 권의 책이 있었다.

『소유의 종말』

순전히 나의 지적 허영심에 의해 읽게된 책이었지만 읽는 동안 내내 머릿속의 세포들이 한 스푼

한 스푼씩 비워지기도 하고 채워지기도.....

나의 무지에, 채워지지 않는 지적 허영심에 아무 잘못 없는 머릿속 세포들이 비워지고 새로운 생각

에 꿈틀거리는 뇌 운동에 의해 채워지기도 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젠 더 이상의 소유란 없다.

예전 우리네 부모님들이 내 집 마련에 공들이고 수고한 노력들이 아무 의미 없는 일로...

그렇게 하여 마련한 ‘내 집’이 유지비만 족족 들어가는 귀찮은 존재로 치부되어 버렸다고 말한다

면 너무 냉소주의적인 발언일까?

이 책의 논지는 소유 중심의 경제에서 접속 중심의 경제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 시장에서 사람들

의 관계는 이제 판매자와 구매자의 관계에서 공급자와 사용자, 즉 서버와 클라이언트 사이의 단기

접속 관계로 바뀐다는 것. 여러 측면에서 참 편리하고 깔끔한, 합리적 경제 형태이기도 하다. 이전

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싼 가격으로 레프팅이니 골프니 하는 각종 문화 체험 뿐 아니라, 고

급 자동차를 몰아볼 수 있고, 최고 상류 사회의 생활과 문화를 누릴 수 있게 되었으니까...

접속의 시대에 가장 발빠르게 움직이는 대표적인 기업으로 나이키를 예로 들 수 있다. 나이키는

더 이상 운동화 제조업체가 아니다. 생산은 동남아시아의 무명 기업들이 담당하며 내세울만한 공

장, 기계, 설비도 부동산도 없지만 정교한 마케팅 원리와 유통망, 그리고 디자인을 통해 물리적 구

현물의 몇 배에 해당하는 ´개념´을 팔고 있다.

또한 맥도널드는 자신의 영업술과 상표를 하나로 묶어 지역 사업가에게 빌려주고, 매출의 일정액

을 로열티로 가져가는 체인 사업을 통해 엄청난 이윤을 창출한다. 세계 굴지의 자동차 회사인 포드

와 벤츠는 자동차 임대 사업으로 발빠르게 변신하고 있다. 많은 기업이 조직을 아웃 소싱하여 회

사 밖의 브레인을 이용하고 장비도 리스해서 필요한 기간 동안만 사용한 후 반납한다. 아예 사무실

을 없애고 호텔을 빌려 사무실 또는 회의실로 사용하기도 한다. 이쯤하면 맥도널드를 햄버거 파는

가게, 나이키를 신발 가게라고 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제레미 리프킨에 의하면 물건을 사고 파는 것이 우선이었던 소유 중심의 산업 자본주의는 상품화

된 문화 체험에의 ´접속´을 중시하는 하이퍼 자본주의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신제품 생산 주기의 단축은 규모의 경제를 속도의 경제로 바꾸어 놓았고, 이에 따라 소유라는 발상

을 낡은 개념으로 만들어 버렸다. 이 말에 공감이 안된다면 할부금을 다 갚기도 전에 구닥다리가

된 제품들을 가져본 기억들을 떠올려 보면 쉬이 알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내 핸드폰이 그렇다. 듀얼폴더에 16화음 벨소리, 액정화면엔 이쁜 그림들로 채울수 있

고 핸드폰으로 이메일을 볼 수 있음에 신기해하던 때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12개월 할부로 산

그 할부금을 다 갚기도 전에 내 핸드폰은 구식이 되어버렸다.

리프킨은 하이퍼 자본주의의 위험성을 생명 과학 산업 부분에서 지적했다. 예를 들어 몬산토를 비

롯한 여러 생명 과학 기업의 경우를 보자. 이들 기업들은 현존하는 종자에 대해서 남김없이 특허

를 내고 농부에게는 한 해 농사를 지을 권한만을 빌려준다. 그 다음 해에 수확을 해서 얻은 새 종자

의 소유권은 생명 과학 기업에게 있고 농부가 함부로 이듬해 농사에 파종할 경우 막대한 벌금을 지

불해야만 한다. 이런 식이라면 동물을 키우는 사람은 새끼가 태어날 때마다 로열티를 물어야 할 지

도 모른다. 법적으로는 특허 동물의 공급자가 동일한 유전형을 가진 모든 후손을 소유하기 때문이

다. 더 나아가 인간 유전자와 세포의 특허가 일반화되고 있는 지금의 추세에서, 유전자군을 특허라

는 형태로 독점한 소수의 생명과학 기업은 자신들이 소유한 유전자 정보에 대해 어마어마한 사용

료를 부과할 것이다. 합리적인 접속 경제의 결과로 농민은 종자를 빼앗기고 사람들은 유전자를 빼

앗기게 될 지도 모른다.

저자가 인정하듯이 문화 체험과 개인적 변신을 찾아 소유를 과감하게 포기하는 이들은 세계 인구

의 5분의 1에 불과하다. 나머지 80%의 사람들은 아직도 초라한 살림살이 속에서 여전히 생존하기

위해 벌어야 하는 상황이며 더 많은 재산을 갈망하고 있다. 그래서, 소유의 시대가 끝났다는 말이

아직은 아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세상이 급속히 변화하고 경제체제가 많이 바뀌고 있다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소유를 포기함으로

써 얻어지는 경제적 이익과 그 순환을 쉽게 공감을 하지 못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접속의 시대라는 말엔 어떤 이의도 있을 수 없다. 우린 항상 컴퓨터 앞에서 무수히 많은 접

속을 하며 몇 일 전엔 그 접속의 끊김에 얼마나 많은 곤란을 겪었는지를 생각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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