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좋은글 나누기
joungul.co.kr 에서 제공하는 좋은글 입니다.
바쁜 일상 속에 잠시 쉬어가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돼지와 사자
숲속을 덮친 갑작스런 홍수 때문에 겁에 질린 돼지 한 마리가 어떻게든 목숨을 건지려고 물에 떠다니는 커다란 통나무에 올라탔다. 그런데 가슴 철렁한 일이 벌어졌다. 역시 물에 빠지지 않으려고 버둥거리던 사자가 같은 통나무에 올라탄 것이다.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면서 돼지가 말했다. ˝존경하는 동물의 왕이시여, 우리가 이 통나무를 나눠타게 된 것도 운명인 모양입니다. 바라옵건대 당신의 식욕이 당신의 이성을 앞서게 해서는 안 될 줄로 압니다. 우린 지금 무지무지하게 불안한 밑창을 딛고 있습지요, 까닥 잘못해서 다투기라도 하는 날에는 그대로 강바닥에 곤두박질하는 겁니다.˝

˝정말 현명한 말이다. 너를 잡아먹으려는 짓 같은 건 절대 않기로 하지. 너 죽고 나 죽는 일이 일어나선 안 되니까.˝ 사자의 대답이었다.사자의 이 말을 듣고 어느 정도 안심이 된 돼지가 말했다. ˝훌륭하십니다. 그래도 혹시 식욕이발동할지 모르니까 그땨마다 방금 한 결심을 자꾸 되새기세요.˝

그리하여 돼지와 사자는 통나무 위에서 하룻밤을 사이좋게 평화로이 지냈다. 아침이 되자, 사자가 말했다. ˝참 이상한 꿈도 다 있다! 꿈에 내가 읍내의 어떤 광장을 찾아갔는데 말이야. 사람들이 나를 전혀 눈치채지 못하는 거야, 글쎄. 그래서 여기저기 막 싸돌아다녔지. 그러다가 사람들이 유태교당에 안식일 예배를 위해 들어가는 모습이 눈에 띄었어. 어쩌다가 나도 거기 그냥 끼어들게 됐어. 기도야 어느 나라 말로 하는지 통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어쩐지 기분은 나쁘지 않았어.˝

돼지는 속으로 슬며시 미소가 떠올랐지만 겉으로는 아무 내색도 하지 않았다. 해가 내리쬘수록 사자는 배가 말할 수 없이 고프고 또 고팠지만 돼지 쪽으로는 고개도 안 돌렸다.

다음날 아침에 사자가 말했다. ˝이건 정말 이상해. 어젯밤 꿈의 연속이었는데, 장소까지 똑같았어. 근데 이번에는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어, 오래된 성당에서 성 금요일의 의식을 거행하고 있다는군, 그래서 또 거길 갔지. 라틴어였으니까 당연히 한마디도 몰랐지. 근데도 그냥 마냥 즐겁기만 했어. 허, 그것 참.˝

돼지는 다시 한번 회심의 미소를 마음속으로 지었지만 역시 이번에도 조용히 침묵을 지켰다. 하지만 사자는 입장이 그렇지 않았다. 시간이 갈수록 옆 친구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말았다 안절부절 말이 아니었다. 그날 밤 사자는 잠을 자면서도 계속 으르렁으르렁 고함을 질러댔다.

다음날 아침 잠에서 깨어난 사자가 돼지에게 말했다.˝이것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야. 전에는 이런 일이 없었는데 말이야. 그제 그끄제 꿈이 어제 또 이어진 거야. 또 그곳이었는데, 이번에는 교회로 들어갔어. 종파는 확실치 않았지만 예배는 우리나라 말로 보더군, 세 번 중에서 이때가 가장 즐거웠지.˝

돼지는 이말을 듣자마자 우울해져서 말했다. ˝이제 헤어져야 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그럼 안녕히.˝ ˝잠깐!˝ 사자가 소리쳤다. ˝난 약속을 지켰어. 그래서 너한테 하나도 겁으 안 주었는데 왜 이 안전한 통나무를 떠나려고 하지?˝

돼지의 대답은 이러했다. ˝사실제가 개인적으로 특별히 좋아하는 종교도 없고 싫어하는 종교도 없다는 것은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그렇지만 말입니다. 유태인은 돼지고기를 안 먹고, 천주교 신자들은 금요일엔 고기를 안 먹습니다. 이런 종교들을 버리고 사자님은 언제라도 저 돼지고기를 먹을 수 있는 다른 종교로 개종을 하신 겁니다. 그러니 이젠 차라리 홍수 쪽이 채우지 못한 식욕보단 낫겟습니다.˝ 말을 마치기가 무섭게 돼지는 통나무를 떠나 강물로 풍덩 뛰어들었다. 남겨진 사자야 재주껏 허기를 채우라 하고.

교훈 - 방바닥이 딱딱할수록 꿈은 더 달콤해지는 법이다
 
비즈폼
Copyright (c) 2000-2025 by bizforms.co.kr All rights reserved.
고객센터 1588-8443. 오전9:30~12:30, 오후13:30~17:30 전화상담예약 원격지원요청
전화전 클릭
클린사이트 선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