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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심심한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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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인가 내 오른쪽 어깨를 자근 자근 문다.
‘설마 로키 산맥의 진드기가 여기까지’ 하는 순간
이번에는 그것이 나의 왼쪽 어깨를 문다.
고개를 돌리니 시커먼 것이
내 소파 등받이 위에 앉아 있다.
까봉이다.
밤 11시.
그는 심심한게다.
내 몸 여기저기를 물어보고는
나의 무반응에 재미가 없는지
창문께로 걸어가며 심심한 야~옹을 뱉어낸다.
잠시 살펴보니
이놈이 길게 드리워져 있는 블라인드를
앞발로 건성건성 건들인다.
파리도 없는 11월의 싸늘한 밤.
그는 심심한게다.
내가 이 글을 쓰고 있는 사이
그는 내 발가락을 자근 자근 물고 있다.
그리고는 내 눈을 보며 반응을 살핀다.
그는 심심한게다.
그도 나처럼 글을 쓸 줄 알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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