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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알 수 없는 바이러스에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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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알 수 없는 바이러스에 걸렸다.

죽은 세포의 망상들이 나의 누추한 사고를 좀 먹고
그 속에 또아리를 튼 채, 나는 혹독한 겨울을 난다

어느 날,
스산한 바람이 소사나무의 마지막 잎을 겨냥할 때도
나는 그저
나는 그저
코 끝에 저려오는 슬픔 하나없이
그 잎의 떨림을 날려보냈다.

하늘 하늘 떠도는 잎은 무뚝뚝한 도심의 언저리에
어정쩡 앉아 지나가는 바람에 깃을 세우다
그대로 내 발 밑에 움츠리지만,
나는 그저
나는 그저
가슴 아린 눈물 하나없이
그 잎의 텅 빈 외양을 발끝으로 훑어보았다.

나는 알 수 없는 바이러스에 걸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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