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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라리스 랩소디
-복수는 복수를 원하는 자에게 복수한다.

폴라리스 랩소디는 내가 지금까지 읽은 판타지소설 중에서 문학성이 가장 뛰어난 판타지소설에 속한다고 단호하게 말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언급하는 ´더 로그´ 같은 소설도 인간 내면의 세계에 대한 작가의 필력이나 세계관에 대한 재해석 능력은 결코 폴라리스 랩소디의 상대가 안된다고 생각한다. (소설에서 문학성을 따진다는 것 자체가 웃기는 일일수도 있지만.) 소설 속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복수´와 ´자유´라는 키워드. 그리고 그 둘을 대표하는 키 드레이번과 오스발이라는 두 캐릭터의 대립. 그리고 중간에 꼬여있는 데스필드, 파킨슨 신부. 이런 어려운 단어와 복잡한 인간관계가 많이 등장하면 문학성이 뛰어난 소설이냐고 어떤 친구가 말한 적이 있었다. 물론, 어려운 말 많이 나온다고 소설의 질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한가지 알아두어야 할 것은, 소설을 읽을 때 지루함을 느끼는 독자가 있다면 십중팔구는 작가의 정신 수준을 그 독자가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거다. 폴라리스 랩소디에서 파킨슨 신부의 ´주님은 인간의 모든 것을 이해하고 있지만 인간은 주님의 한 부분조차도 이해하기 힘들다.´ 는 말과 비유된다고 할까.... 내가 보기에, 소설이 이해가 안돼면 더욱 탐독하고 사색한 후에 답을 이끌어내려 노력하기보다 ´너무 복잡해서 이해가 안돼게 소설을 집필한 작가가 형편없는 것이다! 그리고 이해도 안돼면서 재밌다고 우기는 독자들도 문제가 있다!´ 라는 택도 없는 말로 소설을 비난하는 사람은 소설을 읽을 자격이 없는 이기적인 사람이다. 물론, 키워드와 키워드 사이의 연결고리와 스토리 전개가 일관성이 없는 소설이라면 비난받아 마땅하겠지만, 과연 폴라리스 랩소디가 일관성이 없는가? 난 그런 사람들에게 권해보고 싶다. 이해가 안되면 다시 한번 읽어보고, 그래도 안되면 될 때까지 읽어보라고. 이해가 안될 만큼 어려운 책 치고 자신보다 정신 수준이 낮은 작가가 쓴 책 없다. 책 속에 담긴 사상이나 논조가 맘에 안들어서 욕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겠다만 책이 어렵다고 욕하는 것은 자기가 무식하다는 것을 자랑하는 꼴 아닌가 말이다. 폴라리스 랩소디에서의 복수란 ´새장´을 뜻한다. 자유란 ´새장의 문이 열린 상태´를 뜻하고. 인간은 규칙성에 묶여있기를 바라는 새와 같다. 키가 초반에 율리아나 공주에게 하는 말을 떠올려 보자. ´새장의 문을 열어 새로 하여금 그 메마른 날개에 자유의 공기를 적시도록 해본 적이 있소? 새장의 문을 여는 것이 그렇게 쉬운 거요? 그 새가 누려온 안락과 안전 대신 무자비한 자유를 주는 것이 과연 그 새를 위한 일이오?´ 복수는 모든 행위를 있는 그대로 돌려준다는 의미로서, 인간의 행동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다는 인과율의 법칙과도 일맥상통하는 말이다. 엄마의 모성애에 대한 자식의 효심도 복수고, 자신에게 나쁜 짓을 한 사람에 대해 나쁜짓을 하는 함무라비식 사고 또한 복수다. 복수는 모든 행위에 준하는 행위, 원인이 있으면 결과가 있고 결과가 있으면 원인이 있다는 사고방식, 인과율의 법칙. 이것은 오랜 시간동안 인간의 사고를 지배해왔고 지금도 인간은 이러한 사고의 한계에 얽매여 있다. 반면, 자유는 사전적인 의미를 훨씬 넓게 확대 해석한 것으로 ´혼돈´을 뜻한다. 원인도 없고 결과도 없는 오로지 ´행위´ 만이 존재하는 세계. 사랑하는 어머니를 죽이고 자신에게 나쁜 짓을 한 사람을 껴안는, 원인도, 결과도 무시하는 혼란스런 세계. 어떻게 보면 혼란스러운 현대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고도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인간이 지향하는 것은 혼돈이 아닌 안정이다. 새장을 벗어난 새는 이리저리 떠돌다가 결국 새장으로 귀환해 버리고 만다. 초반에, 복수의 상징인 키 드레이번이 자유의 상징인 오스발보다 우세를 점하고 있었던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라는 것을 의미한다고도 할 수 있겠고. 완벽함을 뜻하는 두 개의 태양 중 하나는 인간인 새벽의 사수가 떨어뜨림으로서 인간은 불완전해지기를 자초하는 것이다. 키 드레이번의 옆에서 인간 중 가장 완벽한 존재임을 상징하는 ´마법사´ 세실은 언제나 답을 구하러 돌아다니며 자신은 결코 완벽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암시한다. 인과율이라는 한계에 얽매인 상태로서 인간은 결코 완벽한 존재가 될 수 없지만, 한계에서 벗어난 ´자유´를 얻게 된 인간들은 완벽해진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이들은 결국 한계를 벗어나고자 노력하게 되며, 이것이 기존의 사상인 복수와 새로이 도래하는 사상인 자유의 대립으로 나타나게 된다. 하지만 소설에서는 대립의 결과를 밝히지 않고 결말을 내버려서, 독자들에게 답을 내주기를 회피한다. 미래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으니 모든 것은 자라나는 너희들에게 달려있다는 뜻인지, 기존의 사상과 새로운 사상의 대립은 결코 끝날 수 없다는 뜻인지는 모르겠다. 우리 인간들이 자유라고 믿는 것이 정말 진정한 자유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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