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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가락이 닮았다´를읽고
김동인의

´발가락이 닮았다´를읽고


그 유명한 우리나라 순수 문예지 ´창조´의 동인(同人)인 춘사 ´김동인´은 신문학의 기초를 수립한 크나큰 공적을 남긴 선구적 소설가이자 구어체 문장을 확립한 문체개혁의 공로자이기도 하다.
순수 문예지인 ´창조 창간호(1919)´에 ´약한 자의 슬픔´이란 첫 작품을 발표한 이래, ´배따라기´, ´붉은 산´, ´감자´, ´김연실전´ 등의 우수한 단편을 연속 발표하여 자연주의 예술지상주의 민족주의 경향으로 평판이 높았다.
또한 ´춘원 이광수´가 장편소설의 개척자라고 한다면 그는 우리나라 단편소설의 개척자이자 자연주의 문학의 창시자로서 단편 이외에도 장편소설 ´운현궁의 봄´, ´젊은 그들´ 등이 있다.

이 작품 ´발가락이 닮았다´는 3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서술되고 있다.
주인공의 직업은 의사이다. 주인공은 M이라는 친구가 혼인을 한다는데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M은 학생 때부터 유곽이란 유곽은 모두다 돌아다녀 안 걸린 성병이 없을 정도로 방탕한 생활을 한 사람이다.
결국 그는 고환염에 걸린다. 의사인 주인공은 그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것을 M에게 알리지는 않았다. 하지만 M도 자신의 병을 어느 정도 눈치채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M의 아내가 임신을 한다.
자기가 생식불능일 수도 있음을 알고있던 M은 주인공에게 선뜻 자세한 검사를 의뢰하지 못한다.
검사를 하여 자신이 정말로 생식불능이면 괜히 부푼 희망을 깨뜨릴 것 같고, 검사를 하지 않으려니 깨름칙하기만 하다.
M은 그것이 무서워 검사를 단념하고 만다.
어느 날 M이 주인공에게 ´자식은 제 아비를 닮는다´며 대답을 구하자 주인공은 그의 말에 동조해 준다. M의 아내가 아이를 낳고 반년이 지난 후에 M은 주인공에게 아이를 데리고 와서 아이가 제 증조부를 닮았다고 한다.
주인공은 그 자식이 친가와 외가 중 어느 쪽도 닮지 않아서 M이 조상을 들추어낸 것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M은 자신의 발가락 중 가운데 발가락이 가장 길다고 하며 아이의 발을 꺼내어 놓는다. 그러면서 발가락 어딘가가 닮았다고 한다.

M은 열심으로 동조와 찬성을 구하듯이 주인공의 얼굴만을 바라본다.
주인공은 ´M이 얼마나 닮은 곳을 찾아보았기에 발가락이 닮은 것을 찾아 내었을까´를 생각하며 M의 마음과 노력에 눈물겨워 한다.
주인공은 커다란 의혹을 삭여 보려는 M의 노력이 가히 인생에 있어 가장 큰 비극이라고 생각한다.
마침내 주인공은 M의 얼굴을 들여다보며 ´발가락 뿐 아니라 얼굴도 닮은데가 있다´고 말하며 의혹과 희망이 섞인 M의 눈을 피하면서 돌아앉는다.

고교시절을 지나면서 그저 작가의 이름이나 소설의 제목을 부지런히 암기하고, 또 짧은 시 구절 몇절 정도는 그냥 술술 외워 내려갔던 경험들을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 당시만 해도 실제적으로 유명한 시인이나 소설가들의 작품을 제대로 읽어본 학생들이 몇 명이나 있었을까 마는 ´그저 시험에 나오니까´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수도 없이 외우고 또 외웠던 기억이 아련한 추억으로 떠오른다.
학창시절에는 제대로 읽어보지도 못했던 문학작품들..., 이제 40대 후반으로 넘어가며 비로소 잡게 되었지만, 이 작품 ´발가락이 닮았다´를 읽으면서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참느라고 애를 많이도 썼다.
인과응보(因果應報)적인 자신의 방탕한 생활을 인정하면서도 아내의 부정만큼은 인정할 수 없었고, 또 그것을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현실을 생각해 적극적인 행동을 취할 수 없는 커다란 절망 속에서 살아가면서도 그 속에서 약간의 희망이라도 찾아보려는 M의 애태우는 모습에서 어쩔 수 없는 인간의 애욕을 보았으며, 그를 결코 실망시킬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동조하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씁쓸한 인정을 맛보기도 했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작중인물들은 단지 작품 속에 숨어있는 단역배우로만 생각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들은 곧 우리 인간들의 숨겨진, 때로는 드러난 삶의 모습이기도 하다.
드러날 듯 드러날 듯 하면서도 꼭꼭 숨어버리는 작품 속의 긴 여운에서 묘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인간의 섬세한 마음을 이렇게 아슬아슬하고도 재미있게 풀어나간 작가의 수완 덕분이 아니었을까...?
아무튼 이 작품 ´발가락이 닮았다´를 읽음으로써 새삼 문학청년임을 자부하며 엄청스럽게도 많은 책을 읽고..., 또 되지도 않은 시를 씁네..., 소설을 씁네..., 하며 괜시리 쎈치멘탈해 했던 시절의 추억이 생각나 잠시나마 쓴 미소를 지울 수 있었다.

잠시나마 지난 추억 속으로 젖어들게 해 준 작가에게 깊은 감사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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