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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든 땅 언덕 위´를 읽고 |  | |
| 박태순의
´정든 땅 언덕 위´를 읽고
작가 「박태순」은 1942년 황해도 신천 태생으로 서울대 영문과를 졸업했다.
1962년 ´사상계´ 신인문학상에 소설 ´공알앙당´이 입선되고, 1966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약혼설´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그는 1960년대 작품활동을 시작한 대표적인 4.19세대 작가의 한 사람이다.
그는 도시생활을 무대로 한 풍속과 사유를 주된 제재로 삼았으며, 대표작으로는 ´정든 땅 언덕 위´로 시작되는 그의 외촌동 시리즈를 들 수 있다.
여기에서 그는 기형적인 도시화에 따른 빈곤과 무지, 광태 등을 포착하고 있으며, 경쾌한 터치로 묘사된 감각적 형태로부터 차차 근대화가 야기한 모순과 갈등으로 나아간다.
그 결과 도시인의 고뇌가 순응주의, 무사안일주의에 있음을 간파하기에 이르는데, 그 지점에 놓여있는 것이 ´단씨의 형제들´이다.
여기에서 작가는 도시인의 나약함을 비판함과 동시에 가족의 수준에서나마 공동체적인 유대감을 획득하며, ´벌거숭이산의 하룻밤(1977)´에 이르면 그것이 하나의 사회적 책임감으로 성장해 있다.
사람들이 책을 읽는데에는 저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나는 그 중의 하나로써 양서(良書)를 읽음으로 해서 어떤 한 개인의 운명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즉 글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힘을 소유하고 있는 것이다.
´펜은 칼보다 강하다´라는 말은 이런 맥락에서 파악해 볼 수가 있다.
무력은 단지 몇몇 전쟁광들의 광기어린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사용되며 제한된 지역의 몇몇 사람들만을 변화시킬 수 있다.
하지만 글은 시공간을 초월하여 많은 사람의 생각과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위대한 힘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나의 마음이 변화될 것을 기대하면서 이 책의 책장을 넘겼다.
외촌동은 길게 늘어 선 세 동의 단지로 구성되어 있다.
방 세 개마다 부엌하나가 달려 있으며, 그 중간 중간에 공중변소와 우물터가 마련되어 있다.
막걸리를 파는 ´과부댁´, 처녀인 그의 딸 ´오미순´, ´오미순´의 애인인 청년 ´나종열´, 그의 누이인 ´나종애´, 그리고 새로 이주해 들어온 돈 많은 노인 ´변씨´ 등이 그 동네의 주된 구성원들이다.
변 노인은 서독에 광부로 취직한 아들이 보내주는 돈으로 고리대금을 하고 마을의 노인회를 조직하여 회장노릇을 한다.
딸을 잃은 ´과부댁´은 변 노인과 동거를 시작하고, 다시 ´나종열´을 찾아온 ´미순´은 변노인의 돈을 훔쳐 함께 도주해 버린다.
´나종애´는 타관생활을 하는 애인 ´정의도´를 기다린다.
´정의도´가 돌아오는 날, 자기도 이 마을을 떠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변 노인은 ´나종애´에게 자기아들과의 서류상 결혼을 제안한다.
´나종애´의 부모들은 그렇게 해 주기를 바라나 그녀는 단호하게 거절한다.
그러나 ´정의도´를 기다리는 일도 기약이 없어 ´종애´는 긴 머리를 잘라 팔아 부모의 성화를 피하려 한다.
그리고 그 날 ´정의도´가 나타난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주요인물은 크게 두 부류로 나타난다.
외촌동이라는 공간을 떠나고자 하는 젊은이들인 ´오미순´ ´나종열´ ´정의도´ ´나종애´ 등이 그 하나이고, 다른 하나는 별다른 희망없이 외촌동에 머물러 있는 늙은 축들이다.
젊은이들은 더러는 경박하고 퇴폐적이기는 하지만 건강하고 활기있다.
늙은이들은 탐욕스럽고 이기적이지만 악당이라 할 만큼 추악하지는 않다.
서술자가 소개하는 마을의 모습은, 그 실상으로 말하자면 매우 비참하다고 까지 생각할 수 있을 것이나 오히려 경쾌하고 유머러스하게 드러난다.
그 안에는 폐병환자와 생활대책이 막연한 사람들, 술 담배를 배운 말썽꾸러기 소년과 어린아이를 지우는 처녀들이 포함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하다.
그것은 외촌동을 묘사하는 작가의 시각 때문이다.
작가는 외촌동의 풍경 하나하나를 깊이 천착(穿鑿)하기 보다는 여러 가지 사건들을 가볍게 나열해 놓는다.
그 중 어느 것도 소설 전체를 이끌어 가지는 못한다.
그러므로 여기에는 본격적이라 할 만한 갈등이나 비극이 존재할 수 없다.
절도사건을 조사하는 경찰도 심각하지 않고, 머리칼을 팔아 버린 ´나종애´의 슬픔도 화장실의 낙서를 보며 풀어진다. 그리고 헤어진 연인들은 다시 만난다.
심각한 비극이 될 수도 있는 소재들을 가볍고 경쾌하게 처리하는 것은 다른 소설작품에서는 잘 볼 수 없었던 특징으로써 이 작품을 읽으면서 새롭게 느낀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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