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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한 몸
김원일의

´깨끗한 몸´을 읽고


한국전쟁이 우리 민족에게 준 상처는 무시무시한 것이었고, 우리 민족 개개인 누구 하나 그 상흔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할아버지, 아버지 연배의 사람들은 대체로 부끄러울 것도 자랑스러울 것도 없지만 가끔씩 역사의 한 장면인 한국전쟁을 떠 올릴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한 많은 소설을 접해 봄으로써 전쟁을 체험한 세대의 고난과 어려움을 느껴보고 싶었기에 그 당시의 소설작품을 찾던 중 ´마당깊은 집´이라는 책 속의 ´깨끗한 몸´이라는 이 작품을 접하게 되었다.
작가 「김원일」은 1942년 경남 김해 출생으로 서라벌 예대와 영남대를 졸업한 후 1966년부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주요 작품으로는 장편에 ´어둠의 축제(1975)´, ´노을(1978)´, ´불의 제전(1983)´, ´바람과 강(1985)´, ´겨울 골짜기(1987)´가 있으며, 단편집으로는 ´어둠의 성(1973)´, ´오늘 부는 바람(1976)´, ´도요새에 관한 진상(1979)´ 등이 있다.

어머니가 장남 ´길남´에게 그녀 스스로의 자기훈련을 요구하고, 그것을 그대로 실천함으로써 무의식적인 동화를 성공시키는 장면을 잘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다.
고향인 진영으로 내려와 남의 집에 맡겨져 있던 아들을 대구에 살고있는 어머니가 거의 정기적으로 찾아와 목욕을 시킨다.
남의 집에 혼자 얹혀사는 사내아이이므로 각별히 몸을 깨끗이 해야 한다는 그 이유는 납득할만 하다.
그러나 문제는 열 살이 넘은 큰 소년을, 더욱이 소년 자신의 완강한 거부에도 불구하고 강제적으로 여탕에 끌고 간다는 점, 그리고 단순한 목욕이라고 하기에는 심할 정도의 고통스러운 때밀기를 계속한다는 점 등에 있다.
지나친 결벽증이라고 하는 편이 좋을 그녀의 목욕시키기는 순전히 몸을 깨끗이 한다는 측면과 더불어 정신적인 면을 함께 지니고 있다.
그 정신적인 면은 다시 정신을 깨끗이 한다는 점, 아들을 자신의 생각대로 훈련시킨다는 점으로 대별될 수 있다.
이마에서 코로, 코밑으로, 뺨으로 숨쉴 짬도 주지않고 힘을 주어 문질러대면 주인공의 얼굴판이 절로 뒤틀려 진다.
특히 비누칠한 수건으로 팔을 씻어 줄 때는 수건으로 팔을 감싸 당신의 손아귀에 채워 뼈를 추려낼 듯이 밀어대어 어머니의 아귀 힘이 얼마나 센지 뼈가 아릴 정도였다.
이런 표현 등에서 엿보이는 어머니의 강한 자아는 애비없는 자식을 강하게 키우겠다는 모성의 슈퍼 에고적 성격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 단련과정이 장남을 그런 대로 동화시켰음을 짐작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그러나 설명, 이해, 동의의 과정이 생략된 동화는 그 내부에 저항을 담고 있으며, 결국 영원한 소외를 초래한다.
과연 이 소설의 곳곳에서 어머니와 아들은 단단한 모자관계를 묵묵히 유지해 가지만 그 관계의 회로에 따뜻한 피가 흐르는 기색은 없다.
그러나 바로 그 같은 억압에서의 소외를 통해 예비된 힘이 작가를 보다 높은 인간애의 길로 끌어가고 있는 것이다.

소설 속 화자(話者)와 작가의 동일화를 통해 말하고 있듯이 「김원일」이 어머니로부터 받은 영향은 적지 않아 보인다.
그의 성격을 가장 많이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문체에 있어서 무엇보다 두드려지게 그 영향은 나타난다.
초기 작품을 지배하는 다소 건조한 문체, 80년대에 들어서 자리잡기 시작한 절제된 문체는 어머니와의 동화 소외를 거듭하면서 정착된 그의 문학적 기질일 것이다.

「김원일」씨의 소설은 이른 바 리얼리즘을 끊임없이 지향한다.
적어도 85년에 발표한 ´바람과 강´ 이전까지 이러한 노력은 계속된 것으로 보여진다.
그러나 어머니로부터의 영향이 가장 원숙하게 드러나기 시작한 것은 오히려 어머니의 영향을 가장 덜 받는 것으로 여겨지는 최근의 작품들, 특히 ´깨끗한 몸´으로부터가 아닌가 생각된다.
소설 이론상으로 말한다면 종전의 리얼리즘은 보다 높은 단계의 서정성, 혹은 주관성과 교통함으로써 보다 진전된 세계 인식에 이를 수 있게 된 것이다.
작가의 한국전쟁에 관한 문학은 바야흐로 완성단계에 다다르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그러나 문학이 어떤 특정한 소재나 주제를 통해 일정한 성공을 거두었다고 해서 곧 완성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그로부터 얻어진 능력과 확인된 문학정신이 우리 삶의 다양한 전개 속에서 또다시 다양한 변수의 양식을 형성해 나가는 일이다.
이 책을 통해 작가가 우리들에게 어떤 교훈을 주려는 것일까 ?를 생각해 보았다.
지금 우리의 주변에는 아버지나 어머니가 안 계신 친구나 동료들이 있다.
이러한 사람들의 행동을 살펴보면 두 분다 계신 남들보다 대체로 생활이 올바르다는 느낌을 받는다.
생활을 열심히 하고 항상 웃음을 잃지않는, 잃지 않으려 의도적으로 노력하는 모습을 많이 본다.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은 누구나 똑같겠지만 그에 못지않게 남들보다 잘 키우려는 마음 또한 부모님의 사랑에서 우러나오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미 하늘나라로 떠나가신 부모님과 나를 가르쳐 주신 선생님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았다.
너무도 고마웠던, 내 삶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그 분들에게 보답하는 길은 항상 올바른 생활과 건전한 삶을 영위함으로써 인생을 살찌우는 길임을 다시 한 번 느껴본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나름대로의 느낌을 가져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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