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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로의 날들 |  | |
| 이문열의
‘미로의 날들’을 읽고
이 작품은 작가가 1991년에 완성한 소설이다.
이 작품에 드러나는 줄거리는 한 어리숙한 천사(天使)와 교활한 악마들의 싸움이다.
‘어둠의 아이들이 빛의 아이들보다 지혜롭구나’란 성경의 개탄이 되풀이되는 것 같지만, 사실은 이 작품이 나타내고자 했던 바는 무엇보다도 어두웠던 70 ~ 80년대 우리 사회의 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현실을 사실적으로 그려낸 것이라 할 수 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문학에 널리 퍼져있는 작품들을 보면 민중들을 사실 그대로 표현한다기보다는 미화시키고 잘 포장하여 무슨 특별한 의도가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까지 하도록 많은 의도가 다분히 내포되어 있는 것이다.
그리고자 하는 대상이 무엇이건 그것이 실상과는 달리 미화되거나 과장되면 그것은 이미 사실적인 입장의 포기이다.
그렇다면 무슨 유행처럼 민중의 실상이 아름답기만 하기 때문인가 ?
아니면 어떤 목적으로 과장되고 미화되었기 때문인가 ?
하지만 문학이 가지는 기본적인 기능이 이상을 보여줌으로써 사람들을 그 쪽으로 유도하여 가듯이 또는 그렇지 않더라도 그렇게 추켜세움으로써 현실의 불만을 해소시킨다.
하지만 이 작품은 무엇보다도 그러한 미화적인 포장없이 현실을 있는 그대로 표현했다.
현실에서 나타나는 교활한 악마와 어리숙한 천사들의 갈등과 그 갈등을 어떻게든 중재해 보고자 하는 ‘나’라는 인물의 시각에서 표현하고 있다.
다른 작품에 비해 이 작품이 가장 나의 주의를 끌게 된 것은 무엇보다 이 작품의 ‘민중은 결코 아름답지도 않고 정의롭지도 않게 묘사’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 당시 민중을 무조건 미화하거나 과장하는 성향의 작품관에서 이 작품은 있는 그대로를 그림으로써 민중들에게 버림은 받았을지 몰라도 읽는 독자들로 하여금 더욱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동기를 제공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주인공인 ‘나’는 교사 발령 대기 중, 할 수 없이 8촌뻘의 친척 제재소에 경리로 취직을 한다.
말이 제재소지 대기업이라고 하기엔 약간 규모가 작고, 중소기업이라고 하기엔 조금 큰 듯한 그런 사업체였다.
갖은 고생을 다 겪고 성공한 사장이란 인물은 치밀한 계획과 의도된 행동으로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바를 하나하나 달성하는 ‘교활한 악마’의 역할을 맡고 있다.
그리고 그에 반응하는 노동자들은 월급이 무슨 기준에서 산출되는지, 사장의 비인간적인 대접이 당연하다는 듯 받아들이는 ‘어리숙한 천사’의 역할로 등장한다.
주인공은 ‘악마와 천사’의 중간에서 자신이 맡은 경리의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 노력하는 인간형으로 등장한다.
그러던 중 본사와 공장의 일부 담당직원들이 담합을 하여 회사의 자재나 완제품을 빼돌리는 부정행위를 하게 되는데, 주인공은 경리의 입장으로서 이를 막아보려고 하지만 워낙 뛰어난 수단의 부정사원들과 사장의 힘겨루기 싸움에서 지쳐 대기 중인 교사발령에 의해 회사를 그만두게 된다.
시간이 흐른 후, 그곳에 다시 갔을 때는 사장은 사장대로, 부정사원들은 그들 나름대로 잘살고 있었으며, ‘어리숙한 천사’들 또한 본연의 자세(?)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채 그냥 그대로 살고 있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이 작품을 읽노라면 오늘날의 우리 사회가 금방 비교되곤 한다.
사회에는 어느 곳이나 다 나름대로의 ‘천사와 악마’가 존재하기 마련이다.
다만 사람들이 그 역할을 얼마나 제대로 소화해내느냐에 따라 조용히 살아가거나 아니면 사회에 이름을 드러내며 살아가는 것이다.
‘교활한 악마’도, ‘어리숙한 천사’도..., 어느 누구도 독보적으로 존재할 수는 없다.
소금물을 만들려면 소금과 물을 섞어 적당한 비율로 혼합하여야만 소금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짠 맛을 유지한 액체가 된다.
결국 이 사회는 두 가지의 대립된 역할의 인간들과 두 역할의 인물들 사이에서 적당한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더불어 살아가는..., 세 가지 유형의 인간군상(人間群像)들이 존재한다.
흔히들 ‘민중’이란 단어를 소외된 계층을 등에 업고 무언가 일을 꾸며 보려는 세력들의 단골메뉴로 등장시키지만, 결국 ‘민중’의 참 모습과 행동을 제대로 보여주는 필력가는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이 작품을 통해 느낀 점이 있다면, 그 당시 사회에서 보여주었던 대립구조가 다만 형태와 대립의 문제만 약간 달라졌을 뿐 그대로 존재하고 있고, 이러한 사회 속에서 급작스런 변화와 개혁의 추구는 수많은 희생과 반발을 사게 된다는 점을 볼 수 있었다.
오늘날 우리 사회도 조용한 개혁..., 자그마한 것에서부터의 개혁이 절실히 필요한 시기이다.
우리는 지난 정권들이 겪은 시행착오를 수없이 지켜봐 왔다.
괜히 인기에 영합하여 떠벌려 부풀린다거나 또는 아무 것도 하는 일없이 외국에만 뻔지르르 하게 드나드는 거품정책(?)의 추진..., 그리고 실속없는 명분과 허세에 빠져 이익은 모두 다 빼앗겨 버리는,.., 정말이지 일국(一國)의 지도자라고 보기엔 너무도 치졸한 행태들을 서슴치 않았던 그 많고 많은 사람들...!
하지만 이제는 두 번 다시 그런 한심한 작태들을 봐서는 안된다.
아니, 봐서는 안되는 것이 아니라 볼 수가 없는 것이다.
그 꼴을 또 다시 지켜보고 ‘용서와 응징’이란 줄다리기로 시간을 낭비할 여력이 더 이상 남아있질 못하다. 그러기에는 우리의 현실이 너무도 급박하다.
혼자서 걷기도 힘든 판인데 쫓아오는 경쟁자들은 너무도 강력한 상대들뿐이다.
우리는 지난 60년대 이후 앞만보고 치달아왔다.
그렇기에 무조건 ‘빨리빨리(hurry hurry)식’으로 매사를 처리해 왔다.
사회구조에서도..., 건축현장에서도..., 어떠한 경쟁에서도..., 하물며 식당에 가서 음식을 먹을 때에도 빨리되는 음식만 찾고있는 현실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래서는 안된다.
‘빨리빨리(hurry hurry)식’으로 처리하기보다는 우리의 현실에 맞게 내실을 다지면서 ‘천천히’, 또는 ‘단계적(step by step)´으로 이런저런 정책을 추진해 나가야만 한다.
그렇게 하기위해서는 무엇보다 필요한 것이 현실을 바로 볼 줄 아는 넓은 가슴을 지녀야 한다는 점이다.
최근 우리나라의 사회현상이 두드러지게 침체되는 듯한 느낌이 든다.
이라크 파병과 관련하여 국내.외적으로 진통을 겪고 있으며, 정치권에서는 여․야가 공히 부정자금의 사용과 관련하여 팽팽한 긴장국면에 돌입하고 있고, 정부와 노동권의 생존을 위한 투쟁에 노조위원장과 또 집행위 간부들이 자살을 하는 등...,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어디 그뿐이랴...!
우리의 손으로 뽑은 대통령을 ‘중간평가’하자는 이야기가 국내․외적인 화제로 등장하고 있다.
물론 대통령 자신이 내뱉은 말이기는 하지만, 국민의 손으로 선택한 대통령이 임기를 채우지도 않은 채 1년도 안된 현 시점에서 ‘중간평가’를 한다니....?
만약 국민들이 ‘중간평가’에서 대폭적인 지지를 보이지 않는다면 대통령을 하야시키기라도 한다는 말인가...?
그렇다면 헌법상에 명기된 대통령의 임기가 왜 필요하며, 다시 대통령을 뽑으려면 거기에 소요되는 그 많은 예산과 경비를 또 누가 부담한다는 말인가 ?
또다시 국민들에게 그 많은 경비를 부담토록 강요라도 하겠다는 말인가...?
실로 동네 이장이나 통․반장들의 입씨름과도 같은 아둔한 말장난을 하고 있는 정치권들의 한심한 작자들이 너무너무 괘씸하기만 하다.
아마 초등학교 반장을 뽑는데도 이런 일은 없을 것이며, 그 반장을 갈아치우려는 한심한 행태를 보이는 그런 치졸한 어린이도 물론 없을 것이다.
‘중간평가’라는 말을 한 사람이나, 또 그것을 빌미로 삼아 자신들의 정세(政勢)를 넓혀가려는 그 사람들이 못내 불쌍하다는 느낌이다.
그래도 우리의 손으로 뽑은 국가원수인 우리나라의 대통령인데..., 그런 분의 말에 꼬투리를 걸어 온 나라의 모든 매스컴이 동원되어 사건화시키고, 또 그 말을 부풀려 정쟁의 재물로 삼으려는 사람들...!
그러한 사람들 역시도 우리의 손으로 뽑은 우리나라의 지도자가 아니었던가...!
참으로 치졸한 작자들이 우리나라의 미래를 짊어지고 그 선두에 서서 끌어가고 있다는 것이 한심스럽고, 그런 작자들이 이끌어가는 이 나라 대한민국이 내 조국임이 한없이 안타깝고..., 또 그 대한민국의 국민된 것이 부끄러울 뿐이다.
정말이지 이 소설 ‘미로의 날들’에서처럼, 하나의 조직이나 사회는 ‘천사와 악마’가 공존하는 것이 사실이겠지만, 그 천사와 악마가 그나마 서로의 가장 기본적인 도리만이라도 지킬 수 있는..., 그런 우리나라 대한민국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 크다.
어쨌든 계절은 맑고 청아한 가을날이다.
사회 구조와 실태는 그렇다하더라도 우리는 또 살아야 한다.
그 옛날 ‘국채보상 운동’을 통해 국권을 유지했었고, ‘I․M․F 경제대란´을 맞아서도 우리는 ‘아․나․바․다 운동’이란 정말 귀신이 곡할 정도의 기발한 정책을 전개하여 다시 또 오늘의 안정을 이루었다.
비록 지금의 국내․외적인 실정이 우리에게 조금은 어렵게 다가서는 것이 사실이긴 하지만 우리 민족은 언제나 위기를 호기로 바꾸는 지혜를 발휘해 왔었다.
우리 국민들은 국가의 시책이나 정책수행을 ‘비평은 하되, 적극적인 협조와 홍보를 병행’할 수 있는 수준높은 백의민족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오늘날의 우리 사회에 실망감을 느끼는..., 그러나 뭔가는 이루어지리란 것을 확실히 믿을 수 있는 수준 높은 모든 사람들에게 이 책 ‘미로의 날들’을 읽기를 공손한 마음으로 권하고 싶다.
by http://www.13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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