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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꽃
김영하(문학동네)의

‘검 은 꽃’을 읽고


´검은 꽃´이라~~!
책의 제목을 처음 대하면서 얼마 전에 읽었던 ´숨은 꽃´이란 소설과 약간은 혼동이 있었다.
분명히 읽은 책인데 내용이 틀리다니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한참을 궁시렁 대다가 그 제목의 오류가 있었음을 알아내고, 혼자서 많이도 웃었던 그런 책이다.

이 책은 실화를 바탕으로 쓴 소설이라는 점에서 ´하얀기억 속의 너´란 소설을 쓴 김상옥을 생각케 했다.
하지만 김상옥 작가는 자신의 사랑을 그려나간 것이지만 이 소설 ´검은꽃´은 작가 김영하(35)씨가 멕시코에 이민가서 느낀 바를 리얼리즘적으로 그려냈다는데 그 차이점이 있다 하겠다.
그는 발랄한 어법으로 우리 사회의 탈근대적 징후를 예리하게 파헤쳐 왔으며, 멕시코에 이민사의 비극을이민 3년만에 이 소설 『검은꽃』에서 조명하고 있다.

개략적인 소설의 내용은 이러하다.

1905년 멕시코 행 영국 기선 일포드 호는 조선인 1,033명을 싣고 제물포항을 떠났다.
작가는 금이 열리는 나무를 꿈꾸고 불안의 여정을 시작한 이들 가운데 11명의 가상인물을 심어놓는다.
몰락한 양반 이종도, 전직 군인 조장윤, 이름도 없이 보부상에게 끌려다니다 도망쳐 나온 고아 소년 김이정, 신부 박광수와 그를 강도질한 도둑 등 배에 몸을 실은 이들은 망해가는 조선 사회의 풍경을 축소해 보여준다.
배 안에 넘쳐나는 배설물과 토사물로 인해 병에 걸려 미처 멕시코 땅을 밟아보지도 못한 채 죽은 이들을 보내고, 새로운 탄생을 맞으며 배는 약속의 땅에 도착한다.
그러나 이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식지 않는 더위와 이른바 애니깽이라고 불리는 에네켄 농장에서의 가혹한 노동이다.

이 대목에서는 김상렬 작가의 ´애니깽´이란 소설작품을 떠오르게 한다.

관찰자적인 리얼리즘 기법으로 서술됨에도 불구하고 딱딱하다거나 고루하게 느껴지지 않는 건 단문 위주의 리듬 있는 문장과 문어체를 최대한 배제하고 자연스러운 요즘 어법으로 풀어낸 말투 덕이다.

4년이라는 농장과의 계약 기간이 끝난 뒤에도 이민자들은 정착하지 못하고 멕시코 땅을 유랑하거나 내란에 휩쓸리며 서서히 세상에서 자취를 감춰간다.
작가는 역사적 사건의 충실한 재현에도 불구하고 이미 영화나 소설 등을 통해 등장했던 민족수난사를 반복하지 않는다.
그가 등장인물 11명을 통해 보여주는 건 인간 존재 일반의 운명, 개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예약된 파국을 향해 밀려가는 실존의 비애다.
마지막 부분에서 남의 나라 내전에서 ´어쩌다 보니´ 각자 반대편으로 흘러들어 서로에게 총을 겨누는 김이정과 박정훈의 죽음은 허탈하기조차 하다.
또한 작가는 시종 냉정한 거리를 유지한 채 무력한 개인들의 몰락을 관찰하면서 역사소설이 빠지기 쉬운 국가나 민족의 신성화를 균열시키고 무력화시킨다.
이런 점에서 『검은꽃』은 역사소설에 대한 통념을 배반하는 역사소설로 평가받을 만하다.

우리는 역사소설들을 많이 보고 읽어왔다.
하지만 다른 역사소설들이 국가와 민족, 그리고 기존의 사회질서를 미화했다면, 이 소설 ´검은꽃´은 그런 점들을 과감히 배제하고, 사실적인 기록으로 마무리했다는 점에서 이 소설의 의의가 있다하겠다.

잠시 쉬어가는 마음으로 읽을 수 있는..., 많은 님들이 이 가을에 읽기를 권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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