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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흙 속에 저 바람 속에 |  | |
| 이어령(문학사상사)의
‘흙 속에 저 바람 속에’를 읽고
언젠가 이어령 교수의 작품인 ´축소지향의 일본인´이란 책을 읽었던 적이 있었다.
지금은 그 책의 내용까지도 모두 까먹어 버린 상태이지만, 나름대로 일본에 대한 적절한 비판으로 당시로는 가히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켰던 것으로 안다.
특히 1960년대초반에 20대 이어령 교수가 쓴 이 책 『흙 속에 저 바람 속에』란 평론은 신문에 연재되었다가 단행본으로 출간된 후 일대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이 글은 ´우리는 도대체 누구인가?´라는 물음을 던지는 동시에 우리 고유의 풍토(風土)에서 그 해답을 찾으려는 시도로 대중은 물론 지식인들의 관심을 끌었다.
마차 길을 지프로 달리는 동안 유리창 너머로 펼쳐진 시골 풍경과 경적 소리에 깜짝 놀라 몸을 피하는 촌로 부부를 보면서 ‘우리의 피부빛과 똑같은 그 흙 속에 저 바람 속에 우리의 비밀, 우리의 마음이 있다’라는 깨달음으로 시작된 이 에세이는 굶주림․ 윷놀이․ 눈치․ 돌담․ 한복․ 장죽․ 밥상․ 시집살이․ 지게 등..., 우리들 삶 속의 다양한 소재를 흙(우리의 풍토)과 바람(서양의 문화를 실어 온 것)을 대비하면서, 비교문화적인 시각으로 우리를 다시 보게 만들었다.
예컨대 윷을 주사위와 비교하면서 육면체의 주사위는 개개의 면이 각각 독립적인 운명을 나타내지만, 윷은 하나 하나의 윷가락들이 얽히고 설켜서 그 연관성 아래 비로소 결정적인 한 의미를 형성하게 된다고 지적한다.
‘서로 관련된 운명성 ─ 이것이야말로 한국인의, 특히 그 한국적 사회풍토의 상징’이라고 파악한다.
그러나 이것이 파당의 비극을 낳았다는 비판도 했다.
타고르가 서구는 ‘성벽의 문명’, 인도는 ‘숲의 문명’이라고 한데 대해 한국은 ‘돌담의 문명’이라고 맞선다.
높지도 낮지도 않아 밖에서 들여다보면 내부가 반쯤 보이는 돌담의 반 개방성은 분열이면서 통일이며, 고립이면서 결합이며, 폐쇄이면서 개방이라는 것이다.
그렇게 대중들에게 읽혔던 책이 최근 발간 40주년 기념으로 개정 증보신판으로 출간됐다.
글을 쓸 때 20대 후반이던 저자(이어령 교수)는 어느새 일흔을 바라보는 나이가 됐다.
그러나 그의 사고는 늙지 않았다.
이후 변화된 사고는 100쪽에 걸쳐 Q&A(질문과 답변) 형식으로 담았다.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향하는 그때 나에게 필요했던 것이 지프의 시점이었다면 산업사회에서 지식정보사회로 향하는 이 시대에 무엇보다도 필요한 것은 정자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옛날 바둑을 두던 할아버지들처럼 마지막 찾아가는 곳이 정자였구나, 비웃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높고 탁 트이고 텅 빈 정자 공간의 시점은 이중성․ 복합성․ 쌍 방향성이 가능한 디지털 시대의 사고방식이다.’ 라고 역설한다.
아무튼 이어령 교수의 높은 학식을 흠모하는 나로서는 약간은 어려운 이 작가의 책들을 힘든 가운데서도 가끔씩 읽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관심있는 사람들도 나와 같은 공감대를 가져주기를 바라며 이 책~~´흙 속에 저 바람 속에´란 작품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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