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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른의 학교 |  | |
| 이윤기(민음사)의
´어른의 학교´를 읽고
그리스와 로마 신화와 동양고전이 공존하면서도 이물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신화와 고전 사이를 가로지르며 인간과 세상의 안팍을 찌르고 어루만진다.
저널리즘에서 즐겨 사용하는 ´반발 앞서가는´ 지혜와 감각이다.
그리하여 익숙한 것을 낯설게 만들면서 일상에 안주하고 있는 삶의 뒤통수를 후려치는 짧은 글들이 긴 감동을 남긴다.
이 책에 실린 32편의 짧은 산문은 지은이가 ´오늘의 화두´라는 제목으로 연재했던 글들이다.
´화두´라는 말이 환기하고 있는 것처럼, 이 책은 새로운 것을 보려하지 않는 까막눈, 아름답고 진실한 것으로부터 멀어지려는 무지한 욕망들, 인간의 아름다움을 외면하려는 황폐함을 향하여 내려치는 죽비이다.
잠들지 말고 깨어 있어라.
깨어서, 너 자신과 나를 둘러싸고 있는 세상을 직시하라.
네가 앉아있는 자리가 바로 학교이다. 배워라.
「이윤기」산문의 특징 가운데 하나인 적확한 에피소드가 있다.
그 에피소드는 구체적이어서 생생하고, 생생해서 강한 메시지가 있다.
그렇다고 깊이가 없다는 것이 아니다. 그 메시지에는 여백과 여운이 있다.
표제적인 산문 ´어른의 학교´는 미국에서 슈퍼마켓을 하는 아버지가 대학생인 아들로부터 ´대학생들의 입맛´을 배운 뒤 장사에서 수지를 맞췄다는 삽화에다 지은이의 딸이 쓴 동화 한 편이 소개된다.
열두 살 바기 소녀가 소원 한 가지를 대면 그 소원이 이루어지게 해주겠다는 천사의 말을 듣고 밤새 고민하다가 포기하고 만다.
한 가지 소원을 놓고 고민하는 동안, 그동안 행복했던 삶이 갑자기 초라해 보였기 때문이다.
이 짧은 동화에서 지은이는 ´어떤 사람의 소원이 무엇인지 알면 그 사람이 어떤 인간인지 알 수도 있겠구나´라는 잠언을 추출해 낸다.
「이윤기」가 주목하는 사람들은 ´깨어있는 사람들´이다.
탱자나무 북채를 한 해에 스무 남은 개를 부러뜨리는 고수, 깨어있는 눈으로만 세상이 보인다고 말하는 연극인, 자유로부터도 자유로워지리라는 선사, 친구생각이나 밤새 배를 저어 친구 집 앞에 갔다가 그냥 돌아서면서 ´흥을 타고 왔다가 흥을 다하여 돌아갈 뿐´이라고 말한 「왕휘지」등을 통하여 지은이는 깨어 있음의 ´호메오스타시스(항상성)´를 육화하고자 한다.
그렇다고 이 책이 마음의 안쪽만을 따라가는 여행은 아니다.
우리 사회의 곳곳을 날카롭게 해부한다.
효율만을 우선하며 생명을 망가뜨리는 자본주의의 극성, 바닥짐(배의 가장 낮은 곳, 즉 선복에 싣는 짐으로 배의 균형을 잡아준다)이 없어서 늘 위험사회인 한국사회, 엉터리 번역문제(´그는 권총을 쏘았다´라는 원문을 ´그는 루거를 불태웠다´라고 오역한 경우를 예로 들며), 일본 대중가요 표절문제(´찬찬찬´이 표절이란다) 등을 ´관제탑´에서 내려다 보고 있는 것이다.
산이나 바닷가에서 펼쳐들기에 안성맞춤인 이 책에서 내가뽑은 키-워드는 이것이다.
「내게 낯익은 풍경을 보되, ´시각을 고쳐서 보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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