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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드 마운틴의 사랑
찰스 프레지어(문학 사상사)의

´콜드 마운틴의 사랑´을 읽고


아주 어릴 적에 학교가 끝나고 집에 오면 먼저 부엌으로 들어가서 찬장 속을 열어보곤 했다.
속이 출출해서 가방을 내려놓기 무섭게 먹을 것을 두리번 거렸던 것이다.

그런데 그날은 가방을 내려놓자마자 미쳐 다 읽지 못한 책을 두리번 거렸다.
전등불이 깜박 나가버린 지난 밤이 낮 동안 내내 서운했었다.
한 소녀가 어린 나이에 부모를 잃고 온갖 어려움을 극복해 가며 성장하여 역경 속에서 사랑을 이루는 이야기, 그 가정교사의 이름은 제인 에어였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마음의 벽이 두꺼워져서 충격도 감명도 덜해진다는 것일까.
그 이후 왠만한 소설에도 내 마음은 그리 쉽게 움직이지 않았다.
「최진희」의 ´인간사´, 「황순원」의 ´그리운 사람들´, 「나보코프」의 ´롤리타´, 「마르케스」의 ´백년 동안의 고독´ 등이 그런대로 뇌리에 새겨진 아픈 소설들이었다.
그리고 아주 최근에 나는 한 동안 다른 글을 읽을 수 없게 가슴이 뻐근한 좋은 작품을 읽었다.
몇 해 전 내내 「뉴욕 타임즈」의 베스트셀러난에 ´콜드마운틴의 사랑´이라는 소설이 올라 있을 때 나는 ´웬 차가운 산 이름인가´하며 시큰둥하게 여겼었다.

그런데 그 소설이 47세된 산골 남자 「찰스 프레지어」의 첫 번째 소설이고, 그 해 미국에서 가장 권위있는 「전미 도서상(National Book Award)」을 받자 나는 도대체 어떤 소설이기에 그토록 오래 읽혔고, 동시에 미학성도 인정받는가 궁금해 졌다.
남북전쟁 당시 남군으로 싸우던 주인공 「이만」은 부상을 입고 병원에 머물면서 자신의 싸움이 무의미함을 느낀다.
공장 노동자를 동원한 북군도, 노예제도를 지키기 위해 싸우는 남군도 그가 보기에는 정의가 아니었다.
그는 탈출을 결심하고 산속을 택해 긴 행군에 오른다.
고독한 귀향길에서 그가 가장 두려워한 것은 짐승도 아니고 북군도 아닌 같은 남군이었다.
탈출하는 군인을 잡는 시민 자위대, 그들의 잔인함은 전쟁 못지않았다.
홀로 걷는 「이만」은 갖가지 경험을 한다.
탐욕에 가득 찬 못된 목사를 혼내주기도 하고, 남편을 전쟁에 보낸 불쌍한 여인을 도와주기도 한다.
그리고 부당한 대우에 저항하여 염소 몇 마리와 함께 숲 속에서 약초를 캐는 용감한 여자의 도움을 받기도 한다.
그는 지칠 때마다 인디언이나 집시들과 보낸 날들을 떠올리고 「바트람」의 ´여행´이라는 책을 펼쳐본다.
그러나 그에게 참 용기를 주는 것은 고향에서 집을 지키는 연인, ´아다´를 그리워 할 때였다.
생활력이 없던 ´아다´는 아버지를 잃고 황폐해진 농장에서 살림꾼인 ´루비´를 만난다.
두 여자는 서로 도우며 전쟁의 막바지 혼란한 후방의 삶을 헤쳐 나간다.
그리고 「이만」을 맞는다. 그들의 행복은 긴 여행에 비해 너무 짧았다.
전쟁이라는 역사를 오늘날의 시선으로 다시 쓴 이 소설은 사람과 자연의 소중함이 한데 어우러진 아름다운 이야기다.
여러 가지 에피소드들의 풍성함속에서 나는 생각했다.
좋은 소설은 역사가 지속되는 한 계속 쓰이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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