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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통의 물
나희덕(창작과 비평사)의

´반 통의 물´을 읽고


후드득 지는 꽃처럼 덧없고 무심한 인생이다.
무감각하고 무기력해지기 쉬운 일상의 굴레, 아, 먼지같은 나날 속에서 시인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다.
여류시인 「나희덕」의 에세이집 ´반통의 물´은 유년 시절 시인이 노을을 바라보며 어렴풋이 꿈꾸던 삶이 커서 어떻게 현실화되어 가는지를 보여준다.
저자는 힘들고 무미건조해지기 쉬운 일상적 삶 속에서 의미를 찾으려고 노력한다.
그 노력은 시처럼 자연과 자기 자신에 대한 냉정한 응시를 통해 자기 고백의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시인은 무디어가고 시들어가는 일상의 삶 속에서 작고 순간적인 것을 찾아 존재의 고통과 행복을 느낀다.
일상의 삶은 사소하고 진부하게 보일 수 있지만, 예리한 응시와 따뜻한 가슴으로 받아들이는 시인의 일상적 삶은 항상 감동으로 충일하다.
저자는 이사, 목욕, 가사, 여행 등의 일상적 삶의 여정 속에서 탕진하기 쉬운 우리 존재의 소중함을 깨우친다.
그녀는 속도보다는 여유를, 또 소음보다는 마음의 정적을 찾고, 네온사인 보다는 별빛을 찾으며, 위선적인 웃음보다 거짓없는 눈물을 흘릴 줄 아는 정직한 인간의 삶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래서 절뚝거리는 걸음으로 텃밭에 부어줄 물을 흘리며 나르던 어느 할아버지의 반밖에 남지 않은 물통은 그녀에게 진실된 삶의 모습으로 비쳐지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저자는 시대에 정면으로 부딪치는 삶이 아니라 한 켠에 비켜서서 소심하게 삶을 관조하고 있다.
주변부적인 삶의 흔적이랄까.
화려한 존재의 모습도 아니고, 초라하지도 않은 소시민의 서정적 삶의 소박함이다.
일상의 나날 속에서 시인에게 눈을 뜨게 한 것은 자연이다.
저자는 자연의 섭리로부터 세상을 꿰뚫어보는 예지의 응시를 배운다.
혼미한 세상 속의 너절한 삶에 대한 개안(開眼) 혹은 득안(得眼)이라고 할까.
자연은 시인에게 인간세상을 통찰할 수 있는 번득이는 내면의 눈을 준다.
자연과의 친화를 통하여 인간의 삶의 이치를 깨우친 시인에게서 인간에의 짙은 향기가 난다.
시인은 나무를 바라보면서 산다.
나무를 심으며, 시름과 불안을 잊고 자신의 존재를 지탱하는 지혜를 배운다.
시인은 나무, 열매, 꽃 이외에 가시에도 주목한다.
인생의 행복에는 고통이 배어 있는 법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배운다.
그녀는 꽃피우고 열매맺게 하는 자연의 힘, 그 자연의 진리를 받아들이는 겸양을 갖고 있다.
저자는 항상 자문하며 살아간다.
무더운 여름 날, 나무는 햇볕을 막아주는 그늘을 주는데, 자신은 누구에게 그런 그늘을 주는 삶을 영위할 수 있을까 하고.
시인에 따르면, 문학이란 불행이란 말을 타고 세상의 가장 궁벽진 곳까지 스스로를 몰아간 자들의 기록이다.
이런 문학을 하는 시인에게는 인간의 실수, 흠집, 절망도 아우를 수 있는 사유의 폭과 존재의 힘이 느껴진다.
그녀의 수필집을 읽어가노라면 작고 부드러움이 크고 거친 것을 이겨내는 법을 배우게 된다. 새 천년의 아침, 누구나 자신의 삶을 새롭게 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삶이란 아무런 노력없이 갑자기 새롭게 변화되는 것이 아니다.
자연을 겸허하게 바라보고 자신의 내면을 바라볼 줄 아는 개안(開眼)을 해야만 진정한 자기 변화가 가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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