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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세된 희망
거세된 희망 /폴라 토인비

허울뿐인 복지국가 ´신빈곤´ 고발


´상류층과 하류층 사이의 소득격차가 벌어지면서 사회적 상승이동은 돌연 멈춰버렸다.…빈곤층 자녀라도 똑똑하기만 하면 자신의 길을 개척할 수 있다는 ´능력 사회´의 믿음은 사회불평등을 합리화하는 구실이 되어 왔고, 특권층은 그들의 삶의 방식을 도덕적으로 정당화하면서 편하게 살 수 있었다. 중산층은 자신의 노력과는 상관없이 지속적인 부와 지위와 성공을 확보해 자녀들에게 확고부동한 지위를 보장해 준 반면,저임금 노동자들의 자녀는 좋은 직장을 얻기가 30년 전보다도 더 어려워졌다.´




현재 한국 사회에 대한 고발로 들리는 이 말은 한국 복지제도 및 정책 모델국이라 할 만한 영국 사회 현실에 대한 한 영국 언론인의 진단이다.

절망적이고도 충격적인 진단을 내놓은 이는 영국의 진보적 신문 ´가디언´의 칼럼니스트이자 BBC 방송국 저널리스트인 폴라 토인비.

초보 기자시절인 1970년 여러 가지 육체노동을 경험하면서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이들을 연구한 ´노동하는 삶´을 펴냈던 그는 30여년 만인 지난 2000년 빈곤의 악순환에 갇힌 영국 절대빈곤층의 실상과 정부 정책의 문제점을 파헤치기 위해 런던의 한 빈민가로 위장전입을 감행했다.

최근 출간된 ´거세된 희망´(이창신 옮김/개마고원/1만5천원)은 그가 체험하면서 느낀 문제를 담은 일종의 현장 리포트다.

여러 세대 전부터 탄탄한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나 고소득자로 50여년을 살아온 그는 런던의 가장 크고 빈곤한 공공주택단지인 클래펌파크 단지로 이주한 뒤 몇개월 동안 병원잡역부,빌딩 청소원,간병인,빵공장 노동자를 전전했다.

이주 후 그가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정부보조금 지급소. 그는 그곳에서 고리대금업자와 대화를 나눈다는 생각을 하며 ´금고에 남은 액수와 상담자의 기분에 따라서 결정된 액수´인 400파운드(한화 약 70만원)를 대출받았다. 이후 용역회사를 통해 병원 잡무일을 구한 그는 하루 7시간30분씩을 걸어다니며 환자를 운반했지만 일을 시작한 지 2주 후에야,그것도 용역회사에 지급되는 7~8파운드 중에 시간당 4.35파운드(약 7천원)를 받을 수 있을 뿐이었다. 이런 그를 더욱 놀라게 했던 건 실질임금의 저하. 그의 임금을 일주일치로 환산하면 174파운드로 병실보조원으로 일했던 30년전의 임금 210파운드보다 36파운드나 줄었다. 또 이 돈으로 집세와 수도요금 전기요금 버스승차권 등을 지불하고 나니 불과 14.22파운드가 남아 다시 돈을 빌려야 하는 상황이 됐다.

빚더미에서 삶을 살아야 하는 저임금의 구조 위에 작업현장의 안전이나 업무 재교육 등을 기대할 수 없는 열악한 근로조건 역시 노동자들의 삶을 절망으로 내몰고 있었다.

이렇듯 체험을 통해 복지국가 영국의 허상 뒤에 숨은 ´신빈곤´의 문제를 낱낱이 벗겨낸 지은이는 또 통제불능인 가정의 모습만 부각함으로써 정치와 정책 문제의 원인을 개인적인 게으름과 무능으로 환원시킨 언론에 대한 비판도 서슴지 않는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경제발전(성장)과 사회정의(분배) 사이에는 별다른 상관관계가 없음을 증명한 토니 애킨슨 교수(계량경제학)의 연구 성과를 빌려 ´경제수익을 공정하게 공유할수록 사회가 단결되고 이는 경제발전에도 플러스로 작용한다´고 강조한 지은이는 국가가 나서서 노동의 공정한 가치와 보상의 균형을 찾아야 한다고 거듭 주장한다.

´한국의 현실은 더하다´는 사실을 시위라도 하듯 책은 양국의 각종 통계와 비교 자료를 함께 실어 그의 주장을 숙고하게 한다.



by 부산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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