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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좋은 물은 향기가 없다 |  | |
| 인터뷰를 위해 서울 광화문 뒷골목에서 만난 건축평론가 이용재씨는 “근처가 전부 시대를 풍미한 김수근 사단 작품이군요”라고 말했다. “이건 김수근, 이건 윤승중, 이건 김원 작품이네….” 건축물을 이론적, 학술적으로 접근하기보다는 건물에 얽힌 비화를 경쾌하게 풀어가는 이씨는 “비하인드 스토리는 곧 사료(史料)”라고 덧붙였다.
이씨는 ‘아웃사이더’다. 건축 관련 글을 쓰지만 생계유지를 위해 택시운전을 한다. ‘아웃사이더’이기 때문에 할 말을 척척 하는 자유도 누린다. “우리나라는 건축법이 90%, 건축주가 9%, 건축가 1%다” “서울의 대표적인 고층 건물 A와 B는 현상설계공모에서 각각 일본과 미국 업체가 설계비를 거의 무료로 적어내 공사를 따가면서 일본과 미국에서 구할 수 있는 자재만 들여다 썼다” “I.M 페이적 건축물은 공사비를 무한대로 지원하는 경제적 기반에서 가능하다”….
이씨는 최근 건축가 김원의 작품을 비평한 ‘좋은 물은 향기가 없다’(책으로 만나는 세상)를 냈다. 그가 ‘존경한다’는 건축가의 ‘황새바위 순교성지’ ‘분당연립주택’ ‘통일연수원’ ‘러시아 대사관’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친다. 이씨는 “김원의 건축은 전율이 아니라 추억”이라며 “진짜 건축은 요란하지 않고 자연스러워야 하는데 김원이 바로 그 건축을 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는 책에 ‘비하인드 스토리’를 많이 담았다. 건축가가 입을 열지 않고는 알 수 없는 속 이야기로 한국 현대사의 일부를 썼다. 설계를 놓고 이래라저래라 하는 70년대 중앙정보부, 사채업자 ‘광화문 큰 곰’과의 빅딜, 건축의 완성도보다는 건축 잡지에 게재하기 위해 ‘사진발’에만 신경쓰는 건축인들, 무조건 ‘거북선처럼, 경회루처럼 해라’ ‘기와 올려라’ ‘갓·부채 모양으로 해라’ 종용하는 정부…. 이씨는 건축가 김원을 1주일에 한 번, 3시간씩 인터뷰 했다. “기본요금 1600원 받는 택시기사가 30분에 2000원짜리 유료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건축가 이야기를 들었죠. 이 책은 건축이란 키워드로 보는 우리 시대상인 셈이에요.”
건축을 전공한 뒤 한 건축지에서 필력을 날렸던 이씨는 한때 건축가, 시공자로 나서기도 했다. 그때 이씨는 “내가 대학 다니면서 배운 거라곤 코르뷔지에는 위대하다뿐이었구나” 하고 반성했다고 한다. 그러다 외환위기로 사업을 접고 집도 62평 아파트에서 13평으로 줄여갔다. 택시운전도 시작했다. “만날 어음만 받다가 현금 받아서 좋았습니다. 하루 12시간 일해서 한 달에 120만원 벌었어요. 하루에 손님 40명을 태웠는데 노동의 소중함을 배웠고.”
앞으로 김수근·김중업과 관련된 책을 펴내겠다는 이씨의 글은 독설에 가깝게 날이 서 있는가 하면 명확하고 경쾌하다. ‘글발이 건축발을 앞서는’ 평론가·건축가·인테리어 디자이너들과 ‘발발이 모임’을 꾸려가고 있다는 이씨는 “원고를 초등학교 6학년 딸에게 먼저 보여준 뒤 어렵다는 부분은 지운다”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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