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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神話)
나의 신(神)은
눈부시게 흰 목에 진주 목걸이를 걸고
섬섬옥수 손에 황금 팔찌를 끼고
미륵반가상 닮은
검은 머리카락 검은 눈동자의
이름이 선덕(善德)이라고 불렸던
신라의 여왕이여서
나는 누더기 마음을 걸친 사나이
내 속의 동굴 속에
쑥과 마늘을 가지고 들어가
문을 닫아 걸고 사람이 되달라고
삼칠일 동안 무릎꿇고 기도하는
신화(神話) 속의 짐승이여서
사람이 되지 못하고 뛰쳐나온 나는
수레를 타고 지나가는 여왕을
단 한 번 얼핏 바라보고 흠모하며
사랑에 불타는 지귀이여서
그녀는 강 저쪽에 살아서
그녀를 찾아가는 길은 돌아오지 못할
사나운 물길을 건너가는 것이여서
그녀가 가는 곳을 미리 알고 가서
기다리다 잠이 드는 나 지귀는
비바람에 가을 나뭇잎 떨어지면서
여왕이 내게 덮어준 비단 옷자락
내 손에 쥐어준 진주 목걸이와
황금팔찌같은 목숨보다 귀한 선물 같은
마음을 붙잡고 있는
황룡사 마지막 남은 저 잎 하나이여서
애처롭게 이별하는 그 날을 미리 알고
하늘의 어디인가 도솔천에 묻어달라는
여왕의 이야기를 듣는 나는
불타오르다 죽어 땅의 귀신이 되는 것이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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