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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풀 이야기.2
할머니는 늘 이마의 주름살 찌푸리며
떠나갈 듯 큰 소리로 말했습니다
어허 요놈, 밥 한풀이라도 애깨야지
그래서 저는 밥 한 풀이라도
버리지 못하고 꼭꼭 눌러 삼켰습니다
가끔씩 설익은 보리쌀이
목구멍에서 꾸루꾸루 굴러 다녀도
할머니의 이맛살이 무서워
밥 한풀에 침 꼭꼭 발라 씹어 먹었습니다

어제 오후 필리핀 마을 침수 지역에 들렸더니
한솥 가득 밥풀 들을 푹푹 삶고 있었습니다
왠 밥풀들을 저리도 많이 버리냐고 물으니
돼지 새끼 두마리에게 주려고
식당에서 버린 밥풀 주워다가
끓인다고 말해 주웠습니다
돼지 새끼 두 마리가 저들의 밥이기에
꾹꾹 눌러 푹푹 삶아 밥풀 가득 채워 주려
비지같은 땀 뚝뚝 흘리며 밥풀 삶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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