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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琉璃)
글쎄 그대가 밟고 서 있는 곳이
부서지기 쉬운 유리(琉璃) 아니야
단단한 듯 보이지만 사실은
작은 모래 알맹이를 줏어 모아
용광로에 집어 넣어 불태워 만든 것 아니야
한 점의 빈 틈 없이 속까지
전부 다 투명하게 보여준다고 하지만
사실은 들여다 볼 수 없게 강철보다
더 두꺼운 단절의 벽 세운 것 아니야
그대와 나 사이에
섬이 있는 것이 아니라
유리(琉璃)가 있다
나와 세계 사이에 용서할 수 없는
유리(琉璃)가 비무장지대로 서 있다
가을과 겨울 그 사이 어느 곳인가에도
유리(琉璃)가 가로놓여 있다
가을나무와 겨울새 사이 그 어디쯤에도
유리가 지나가고 있다
벌거벗고 육신 다 보여주는
가을의 나무와 그 위에
비밀스럽게 감춰두었던 새들의 둥지
아무 것도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아무 것도 건너 갈 수 없는 거울처럼
어느 것도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어느 것도 가질 수 없는 감옥처럼
유리(琉璃) 속에 내가 있다
돌을 하나 들어 유리 속에 갇힌
나를 깨뜨린다
그대와 나의 거리가 부서져 무너지고
나와 세상을 덮고 있는 안개가 사라지고
그대가 밟고 서 있는 곳이 깨지고
내가 산산조각 모래 알갱이가 된다
글쎄 내가 밟고 서 있는 곳이
그대의 눈물로 만든 유리(琉璃)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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