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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북동비둘기 |  | |
| 성북동 비둘기>를 읽고..
살 곳을 읽은 비둘기
정서영
어렸을 때 내가 다니던 유치원에는 비둘기가 많았다. 매일 매일 유치원 놀이터에서 비둘기를 &#;;;51922;으며 놀기도 하고 비둘기에게 모이를 주기도 했다. 어렸을 때의 비둘기는 나의 친구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유치원을 졸업하고 초등학교에 입학하고부터 비둘기를 본 적이 거의 없었다. 가끔 엄마, 아빠가 공원에 데리고 갔을 때 가끔 볼 때를 제외하고는 거의 본 것 같지 않다. 그렇게 비둘기는 차츰 나에게 먼 존재가 되었다.
그런데 작년 봄 이 곳 대치동으로 이사오면서 난 비둘기를 또 매일 보게 되었다. 우리 아파트 단지에 비둘기들이 살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상하게 이 비둘기들은 어렸을 때 내가 보던 비둘기들과는 느낌이 달랐다. 더럽고 뚱뚱하고 잘 날지도 못하는, 엄마와 차를 타고 갈 때 우리의 앞 길을 막아서 애를 타게 하는 귀찮은 새라는 생각 밖에 들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난 비둘기에 대해 다시 생각을 하게 되었다. 며칠 전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이었다.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가 바뀌기만을 기다리다가 내 앞에서 짧은 다리로 뚱뚱한 몸을 겨우 옮기고 있는 비둘기를 보게 되었다. 땅에서 뭔가를 찾고 있는 것 같았는데 아무래도 먹을 것을 찾는 것 같았다. 한참을 바라보다가 비둘기를 평화의 새라고 부르는 이유가 궁금해졌다. 우리가 걷는 앞길만 귀찮게 막는 저 새들이 왜 평화의 새라는 거지? 하는 의문이 머릿 속에 꽉 찼다. 집에 와서 엄마께 여쭤보니 비둘기에게 편지를 물어주면 평화를 전달한다고 해서 사람들이 그렇게 부르는 거라고 하셨지만 엄마도 잘 알고 계신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러다가 난 성북동 비둘기라는 글을 읽게 되었다. 정말 이 글이 나온 것처럼 비둘기는 이제 사람과 가까이 있지도 않고 사람과 같이 사랑을 하지도 않고 사람과 같이 평화를 즐기지 않는 것 같다. 오히려 사람들에게 귀찮은 새라는 느낌까지 주는 비둘기가 되어 버린 것이다. 지금 생각이 났는데, 내가 초등학교 때 남북 통일에 대한 포스터를 그릴 때 비둘기를 그렸던 것 같다. 그 때 까지만 해도 비둘기는 ´평화의 새´ 라고 생각을 해 왔는데 이제는 그렇지 않다. 오히려 난 비둘기를 일부러 피해 다닌다.
하지만 글을 읽다 보니 비둘기에게 잘못이 있는 것 같지가 않다. 성북동 산에 번지가 새로 생기면서 본래 살던 비둘기 번지가 없어졌다고 한 것 처럼 우리 동네 비둘기도 아마 건물이 들어서고 차가 다니게 되면서부터 길을 잃었던 것 같다. 갑자기 비둘기에게 너무 미안해진다. 웬지 그들의 살 곳을 빼앗은 것 같은 기분도 든다.
사실 내 주변에서 접할 수 있는 자연은 많지 않다. 똑바로 줄지어 서있는 벚꽃나무나 개나리, 은행나무, 가끔 보이는 고양이. 그리고 살 곳을 잃고 무리 지어 다니는 비둘기 뿐이다. 하지만 너무나 똑바로, 너무나 평평히 뻗은 도로들, 그리고 그 위를 빠른 속도로 달리는 자동차들, 언제나 똑같이 반복되는 생활. 모두 똑같이 생긴 아파트들. 웅장하고 거대하게 서있는 백화점, 이런 것들이 그나마 있는 자연까지 가린다. 결국 우리도 비둘기와 같은 처지가 된 것 같다. 우리의 자연을 잃고 이런 딱딱한 공간에서 살고 있으니 말이다.
오호호~오호호~www.freechal.com/FlytotheSkybr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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