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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산에서
진 크레이그헤드 조지 지음. 김원구 옮김. 비룡소출판사

일 년 중에 자연이 가장 아름다운 때가 언제인가 하는 물음에 나는 곧잘 신록이 빛을 발하는 4월 중순을 꼽는다. 나무에 새싹이 돋을 즈음 온 몸의 촉각을 곤두세워 나무를 세밀하게 관찰한다. 일년 중 딱 이틀이나 사흘, 나무는 가장 연하고 밝은 모습으로 자태를 뽐낸다. 그 사흘이 지나면 그렇고 그런 연두나 초록 중의 한 색이 되어 푸르름으로 통칭되곤 하니까 절대로 놓칠 수 없다는 심정이 된다. 어쩌면 가을의 노란 은행나무보다 이즈음의 푸르른 은행나무가 더 멋진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맘때의 자연은 우리에게 바싹 다가와 말을 건다. 그리고 얼마전 바로 이러한 신록의 계절에 딱 그만인 소설을 읽었다. 진 크레이그헤드 조지 여사가 썼고, 당시 광남중학교에 다니는 김원구 학생이 번역한 책. <나의 산에서>

나는 미국에 살았던 경험이 있는 어린이가 초등학교 6학년때 시작해서 2년여의 시간에 걸쳐 번역을 마쳤다는 뒷이야기에서부터 시작하여, 번역의 동기가 재미있게 읽은 책을 친구에게 소개시켜 주기 위함에 있다는데 우선 마음이 끌렸다. 요즘 들어 책을 고르는데 가장 고민이 되는 것은 바로 아이들도 ‘즐거워’하는 책을 찾는데 있었는데, 아이들이 스스로 재미가 있어서 친구에게 추천하는 책이라니. 선생님이 추천하는 책들은 하나같이 어렵고 재미가 없다는 아이들의 원성 속에서 ‘권하는 자와 읽는 자가 함께 행복한 책이 없을까’하는 나의 고민을 풀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고 읽기 시작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샘 그리블리는 혼자 힘으로 산에서 생활해 보고 싶은 꿈을 가지고 있다. 어느 날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 모험을 떠난다. ‘저녁이면 돌아오겠지’, ‘늦어도 내일이면 돌아오겠지’라고 생각하는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고 증조할아버지가 살았던 캐츠킬 산으로 떠난다. 주머니칼, 노끈 뭉치, 도끼, 부싯돌과 쇳조각, 그리고 약간의 돈만을 가지고. 오래된 솔송나무 속을 파내 집을 만들고, 나무를 깎아 송어 낚시를 하고, 바다매 프라이트풀을 길들여 토끼 사냥을 하고.. 사냥꾼들이 잡아 놓고 찾아가지 못한 사슴으로 옷도 해 입는다. 그는 족제비 바론, 너구리 제시 쿤 제임스도 사귄다. 새나 동물들의 움직임을 보면서 날씨를 예측한다. 그러면서 차츰 문명의 이기를 사용하지 않고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체득해 간다. 그러다 결국 산 속에 가끔 만난 한 두 사람들 때문에 신문에 ‘야생소년’으로 알려지고 그의 산 생활이 끝나려는가 할 때 가족들이 모두 산으로 찾아온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어른과 어린이라는 조건을 생각하게 되었다. 어른들은 현대인의 조건을 감내하면서 마음 한 구석에 꿈과 모험의 세계를 숨겨둔다. 이제는 잊혀진 꿈, 아스라한 모험들. 그래서 아침 저녁 밀리는 차 안에서 혹은 지하철에 시달리면서 주말농장과 전원주택을 꿈꾸고 행동에 옮긴다. 아, 그러나 이건 꿈이랄 수도 없는 관상용 자연에 불과하지만. 그러나 아이들은 꿈을 꾸는데 그치지 않고 그것을 실현하고 살아내는 용기를 가지고 있다. 그 말랑말랑한 상상력이 유감없이 발휘한다. ‘어디론가 멀리 떠나서 혼자 사는 꿈’. 어떤 어른이 이 책의 샘 그리블리의 행동에 격려의 박수를 보내주는가. 어른들이 볼 때는 허황되고 불가능하게 보이는 일이라도 어린이들에게는 가능하다. 그들의 상상력은 자유롭고 거침이 없기 때문이다.

책의 머리말에서 나오는 것처럼 저자도 샘처럼 숲으로 도망가서 홀로 살아보고 싶어했다고 한다. 나도 그랬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 번쯤은 집을 나와서 멀고먼 산이나 섬, 성채나 범선에서 아름답고 평화롭게 살아보는 것을 꿈꾸며 살고 있다. 그러나 도망가는 꿈을 꾸는 것과 실제로 도망가는 것은 다른 것. 용기를 지닌 샘에게 박수를 보낸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부러웠던 것이 또 하나 있었다. 집을 나와서 증조할아버지의 땅을 찾아가는 여정에서 샘이 찾았던 도서관과 사서의 모습. 숲에서 살겠다는 무모한(?) 생각을 펼치는 아이를 믿어주고, 다음과 같은 말로 도움을 주는 사서의 모습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샘, 우리 도서관에 풀, 나무, 동물에 관한 좋은 책이 많이 있어. 잘 안 되면 다시 와봐”
살아가면서 어려운 일이 생겨서 문제를 해결해야 할 때 도서관과 책이 먼저 떠오르는 사회. 이런 것이 요즘 우리 나라에서 한참 외치고 있는 ‘지식정보사회의 기반’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소설이기에 가능한 것 같기도 했지만, 아무튼 샘의 행동양식을 이해한 샘의 가족도 부러웠다. 아이들을 하나의 주체로 인정해 주는 아버지를 보면서 오늘 우리 주변의 유약하기 짝이 없는 아이들이 좀 안스러웠다.

이 책을 우리 아이들이 읽는다면 어떤 것을 얻을까. 아니 즐겁게 읽기나 할까. 글쎄..... 표면적인 즐거움을 그 자리에서 제공해주는 책은 아니지만, 우선은 샘을 따라서 숲 속에서 일 년간을 잘 지낼 것 같고, 어른이 되어서도 문득 캐츠킬산에 사는 샘이 부르는 소리를 환청처럼 듣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자신이 하는 일의 근본을 생각하게 될 때나, 세상 일에 지쳐 힘이 쏙 빠져 있을 때 이 책에서 읽은 구절들이 되살아나 힘을 줄 수도 있을 것 같다.


[서울사대부여중 독서신문´책과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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