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joungul.co.kr 에서
제공하는 좋은글 입니다.
바쁜 일상 속에 잠시 쉬어가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
|
|
|  | 새조롱을 드높이 |  | |
| <새조롱을 드높이>.
가로등 만드는 회사의 직원이었던, 나이는 마흔 둘인, 아들이 둘 있는, 우울한 ˝전반˝을 접고 화려한 ˝후반˝을 꿈꾸는(혹은 훨씬 전에 이미 후반을 포기했을지도 모르는), 떨어질 데까지 굴러떨어진, 어쩔 수 없는, 가슴 속 깊은 데서 피리새 소리가 들리는, 나지도 않은 소리가 들리거나 있지도 않은 것이 보이거나 하는(그래서 정신 이상자라고 말을 듣기도 하는), 검은 갑옷을 입은 기마무사의 환영이 끊임없이 출몰하는, 어떤 사내의 이야기.
이 소설을 읽고, 어디까지가 ´전반´이고 어디서부터가 ´후반´인가를 생각해 봅니다. 생의 반환점이란 게 그렇게 ´나이´로 결정지어지는 것이던가요. 가령, 열여덟 더벅머리 사춘기 소년에게도 ´이제부터 내 삶의 후반이 시작되는 거야.´라는 느낌은 충분히 가질 수 있는 것. 말하자면, 자기 삶이 계속 부정적으로 느껴질수록 지금까지와는 다른 삶을 꿈꾸는 정도는 커지는 것이고, 그런 욕구가 뚜렷해지는 그때가 생의 전반과 후반이 갈리는 때가 아니던가요. 그런 점에서 보면, 어쩌면 우리 삶은 한 개의 전반과 한 개의 후반이 아니라 몇 개의 전반´들´과 다시 몇 개의 후반´들´로 구성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나지도 않은 소리가 들리거나 있지도 않은 것이 보이거나 하면……환자˝라는 구절이 있더군요. 나는 그 ´환자´라는 글자 위에 조심스레 두 줄을 긋고 이렇게 씁니다. 느낌표 두 개까지 꽉 찍어서, 이렇게. ˝시인!!˝
* * *
어떤 점이 좋아서 그렇게 힘들게 구해 준 책인가 생각해 봅니다. 알 것 같기도 하다가, 그게 아닌 것 같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요즈음 내가 아주아주 많이 좋아하게 된 시 하나 적어 보겠습니다. 기형도의 시, <바람은 그대 쪽으로>입니다.
어둠에 가려 나는 더 이상 나뭇가지를 흔들지 못한다. 단 하나의 靈魂을 준비하고 발소리를 죽이며 나는 그대 窓門으로 다가간다. 가축들의 순한 눈빛이 만들어 내는 희미한 길 위에는 가지를 막 떠나는 긴장한 이파리들이 공중 빈 곳을 찾고 있다. 외롭다. 그대, 내 낮은 기침 소리가 그대 短篇의 잠 속에서 끼어들 때면 창틀에 조그만 램프를 켜 다오. 내 그리움의 거리는 너무 멀고 沈默은 언제나 이리저리 나를 끌고 다닌다. 그대는 아주 늦게 창문을 열어야 한다. 불빛은 너무 약해 벌판을 잡을 수 없고, 갸우뚱 고개 젓는 그대 한숨 속으로 언제든 나는 들어가고 싶었다. 아아, 그대는 곧 입김을 불어 한 잎의 불을 끄리라. 나는 소리 없이 가장 작은 나뭇가지를 꺾는다. 그 나뭇가지 뒤에 몸을 숨기고 나는 내가 끝끝내 갈 수 없는 生의 僻地를 조용히 바라본다. 그대, 저 고단한 燈皮를 다 닦아내는 薄明의 시간, 흐려지는 어둠 속에서 몇 개의 움직임이 그치고 지친 바람이 짧은 휴식을 끝마칠 때까지.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