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joungul.co.kr 에서
제공하는 좋은글 입니다.
바쁜 일상 속에 잠시 쉬어가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
|
|
|  | 레고로 만든 집 |  | |
| 윤성희 단편집 『레고로 만든 집』을 읽어보고 싶어진건, 작가의 이름 때문도, 제목이 와 닿아서도, 내용이 흥미로워서도 아니었다.
1973년생. 지금 나이 29살. 등단 1999년. 윤성희의 프로필을 결론 내보면, 27살에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등단하였다는 것인데, 등단이란 것이 서른을 넘은 나이에서도 쉽지 않다는 걸 알고 있는 나에게 그것은 충격이었다. 어쩌면 부러움일 수도 있고, 혹은 도대체 어떤 글이길래, 라는 단순한 호기심일 수도 있다.
등단 후 첫 단편집 레고로 만든 집에는 총 10편의 단편소설이 수록되어있다. 신춘문예 당선작이자 제일 앞에 있던 레고로 만든 집을 읽은 하날이는, 사실, 어떠한 설명도 부연도 없이, 그저 주인공의 행동만을 묘사하는 소설의 의미를 찾아내기가 너무 어려워서였는지는 몰라도, 처음부터 이 책이 마음에 다가온건 아니었다. 오히려 이 책을 찌라시에 소개하지 않는게 더 좋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게 될 만큼 참 별로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한 작품 두 작품, 읽던 나는, 이 단편집에 수록된 주인공들에게 흥미를 느끼게 되었다.
각기 다른 직업의, 각기 다른 사람들이지만, 이상하게도 내 눈에는 다 같은 사람으로 보였다. 이들은 상황은 다르지만, 한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외로움. 혼자. 자신과의 싸움. 그리고, 그 외로운 자신의 모습을, 때로는 다른 사람을 통해, 때로는 자신을 통해, 찾아가고 있었다. 전부 같아 보이는 그들을 보며, 지루하다기보단, 어떤 한 사람을 하나하나 알아 가는 듯한 느낌을 받아, 나중에는 읽기가 매우 즐거워지기도 했다. 그와 동시에, 한편을 읽을 적마다, 나는 프로필을 들춰 윤성희의 얼굴을 물끄러미 들여다보기도 했다. 혼자 있는 주인공들, 외로운 주인공들, 그럼에도 버티는 주인공들, 자신의 세계에 빠져있는 주인공들.. 그 모습들이, 너무도 직설적으로 느껴져서, 혹시 작가 당신의 모습 역시 그러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윤성희의 소설을 보면, 어떤 행동에 대한 설명이 거의 없다.
그냥, 가볍게 읽어보면, 약간은 싸이코틱한 행동들의 묘사를 그저 늘어놓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주인공은 복사기에 자신의 얼굴을 프린트하고, 종이 비행기에 동전을 올려놓고 날려보기도 하고,
자동차를 멀리서 보면서 손으로 조종하기도 한다. 그 행동을 읽다보면, 그 행동을 왜 하게 되었는지 뭔가 설명을 원하게 되는데, 문제는 그런 설명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더 이상한 것은, 이 단편집을 읽으면 읽을수록 그런 설명이 필요가 없어진다는 점이다. 결국은 그 주인공이 다른 사람도 아닌, 결국엔 혼자여서 외로운, 우리들의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생활에 혹은 자신의 가면에 가려져 스스로도 때때로 망각하는 원초적인 인간의 모습을, 이 소설의 주인공들은 자아를 찾는 행위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나뿐만이 아니라, 읽어본 사람들은, 이 소설의 주인공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되지 않을까.
나는 앞으로도 윤성희의 소설을 더 찾아보게 될 것 같다. 소설을 읽음으로서 스스로를 찾아가고, 위로 받음은 내가 버틸 수 있는 힘이 됨과 동시에 내 스스로가 인간임을 즐기는 일이 될테니까 말이다.
인간은 결국 혼자라는 걸 알고 있는 넘들은 한번 읽어봐라.
이 소설을 읽는 동안,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혹시, 또 아는가, 이 외로운 세상에서 동지를 얻은 기분이 들지도.
반드시, 혼자라고 생각하고, 외로움을 느끼는 넘들만 읽어봐라.
그렇지 않은 넘들은, 공유하긴커녕 지루함을 느낄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