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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아들
<조선대학교 개교 54주년 기념>
중앙도서관 사이버 독후감 현상 공모 수상작
모래성 독서회 30기& 사범대 과학교육학부1년 유혜미(최우수상 수상작)


-´사람의 아들´을 읽고-
과연 신이란 존재하는가? 이 질문은 종교란 개념이 생기면서부터 아니, 그 이전부터 계속 있어왔던 인류의 의문일 것이다. 서로가 자신의 신이 우주 만물을 만들고 삼라만상의 이치를 정해놓은 진정한 조물주라 주장하는가 하면 다른 쪽에선 신이란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나는 종교를 가지고 있다. 초등학교 다닐 때부터 천주교라는 종교를 믿었고 항상 기도했고 항상 신의 존재를 인정해왔다. 이런 나에게 있어 이 ´사람의 아들´이라는 책은 적지 않은 충격으로 다가왔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그저 믿음의 대상으로만 여겼던 신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책의 내용은 민요섭이라는 인물과 조동팔 (후에 김동욱)이라는 인물의 행적을 남경사가 추적하는 내용이다. 남경사가 근무하는 지역에서 민요섭이라는 인물이 가슴을 난자당하여 살해당하는 살인 사건이 일어나고 남경사는 범인을 잡으려고 주변의 인물을 조사하던 중 민요섭을 끔찍이 따랐다는 조동팔을 알게 되고 그를 찾으러 다니게 된다. 그러던 중 발견된 민요섭의 노트는 남경사에게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오고 그 노트를 읽어가며 민요섭에 대한 남경사의 생각 또한 특이하게 다가온다. 나 또한 그 노트의 내용이 씌여진 부분을 읽으며 우리가 의심없이 믿었던 성서의 내용에 대해 다른 시각이 생기는 것 같았다. 그저 씌여진 그대로 믿었던 내용들을 역으로 써 놓은 글을 보며 과연 어떤 것이 진실일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한번도 그렇게 반대로 생각해 보지 않았던 내게는 큰 충격이었던 것이다.
남경사가 여기저기 쫓아다닌 결과, 민요섭은 조동팔이 자기와 같이 있고자 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 같았다는 사실과 조동팔은 민요섭을 자신의 부모보다도 지극히 존경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둘은 막노동판에서 일을 하며 돈을 벌어 이웃에게 베풀기도 하는 등 범죄자의 느낌은 아니었다. 남경사는 사건을 조사하면 할수록 더욱 민요섭의 노트에 관심을 갖고 읽어간다.
그 노트에는 아하스 페르츠라는 인물의 행적에 대해 씌여져 있다. 그는 어릴 때부터 경전을 모두 독파할 만큼 뛰어난 아이였으며 그의 아버지는 그를 최고의 랍비로 키우고자 했고 그 역시 경전의 내용들이 모두 진실이라 믿으며 자라왔다. 하지만 그가 열두살되는 해 그는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고 그는 성서의 내용과 그때까지 믿었던 신에 대하여 점치 회의를 가지기 시작한다. 또한 사람들의 고통조차 씻어주지 않는 신에 대해 실망을 느낀다. 그리하여 그는 진정한 신을 찾기 위한 방랑을 시작한다. 여기까지 아하스 페르트라는 인물은 민요섭과 매우 흡사하다. 민요섭 또한 신학대학에서 손꼽히는 수재였지만 교리에 어긋난 의문을 가지다 학교에서 나와 자신의 신을 찾으려 노력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아하스 페르츠는 여러 지역을 돌아다니며 수많은 신을 만나게 되지만 모두 그에게 실망만 줄 뿐이었다. 그러던 중 그는 신의 아들이라는 예수를 만나게 된다. 그는 매우 기뻐하며 예수에게 어서 고통받는 사람들을 구원하라고 요청하지만 예수는 모든 게 내세를 위한 고통이라 말하며 신의 말씀만을 전하려 한다. 현세에 사람들이 받는 고통, 슬픔, 굶주림 등을 덜어 주는 대신 언제 올 지도 모르는 내세를 약속하려는 예수에게 실망한 아하스 페르츠는 예수에게 기적을 강요하고 이러한 모습들은 성서에 악마의 유혹으로 기록된다.
민요섭 또한 현세의 고통을 씻어줄 수 있는 신을 원했다. 그리고 그러한 그의 교리에 따랐던 인물이 조동팔이다. 둘은 교리를 다시 만들려 노력했고 막노동판에서 번 돈을 남을 위해 쓰는 등 그들이 신념에 따른 행동도 많이 행했다. 하지만 민요섭은 신을 찾으려고 지금까지 믿었던 신에게서 멀어지는 것이 두려워진 것 같다. 그는 (조동팔이 말하는) 진정한 신을 찾았다고 생각하는 순간 이전에 믿었던 신에게로 돌아갈 결심을 하고 조동팔을 떠난다. 조동팔은 그리하여 자신의 신을 부정한 민요섭을 죽이게 된다. 남경사를 만난 조동팔은 이러한 이야기를 모두 해주고 죽어간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몇가지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그중 한가진 왜 민요섭은 조동팔이 자신을 죽이려 할 때 미소를 띄었는가하는 물음이다.
여러 가지 생각이 드는데 아마도 민요섭은 신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믿음의 대상이 사라지는 것이 두려워진 것 같다. 그래서 진정한 신을 찾은 순간, 기뻐하지도 슬퍼하지도 칭찬해주지도 꾸짖지도 않는 그들의 신에게서 두려움을 느꼈을 것이다. 그래서 그는 예전의 신에게로 돌아가려 했고 그 신에 대한 믿음을 지키기 위해 자신을 죽여야만 하는 조동팔을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민요섭은 기독교의 신이 약속한 내세로 가는 것이 기뻤는지도 모른다. 그 신이 약속했던 풍요로운 땅은 내세에 있는 것이고 그가 기독교로 돌아간 이상 그 내세의 약속은 민요섭에게 중요한 의미였는지도 모르겠다. 또 다르게 생각해보면 민요섭이 미소를 띄우며 조동팔을 바라보았다는 것은 단지 조동팔의 생각일지도 모른다. 만약 그것이 조동팔의 생각 속의 미소라면 아마 조동팔은 민요섭의 신념에 두려워졌는지도 모르겠다. 죽음 앞에서 한번 더 다시 돌아오라고 설득하는 조동팔에게 그러한 느낌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아무튼 나는 책을 여러 번 반복하여 읽어보았지만 그에 대해 확신할 수 없다.
또 다른 의문은 왜 조동팔은 모든 일을 마쳐놓고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일을 선택했냐는 것이다. 이 의문에도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먼저 조동팔은 죽음으로써 자신이 찾은 신을 확고히 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조동팔이 죽어가며 ˝이 시각 이전에나 이후에나 영원히 살아있을 것은 우리의 신 뿐˝이라고 말한 데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아마 조동팔은 자신의 죽음은 자기가 선택할 수 있다고 증명하면서 기독교에서나 다른 종교에서 주장하는 신의 섭리나 운명을 거부하는 수단으로 삼았을 지도 모른다. 그 행동이 자신의 신을 믿는 방식이라 믿었는 지도 모르겠다. 또 다르게 생각해보면 조동팔은 죽음 앞에서 당당할 수 있었던 민요섭과 그의 신에 대해 두려움을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죽음 앞에서조차 당당할 수 있었던 믿음 그것이 두려웠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도피심의 일환으로 자살을 택했는지도 모르겠다. 이 물음 역시 간단히 답을 말할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어느 물음조차 당당히 답을 말할 수 없을 만큼 난 이 책을 읽으면서 여러 가지 많은 생각들로 복잡했다. 여러 번 반복해서 읽어도 이 글에서 과연 작가가 신의 존재를 어떻게 정의 내리고 싶어했는지 모르겠다. 그러고 나의 생각 또한 확실하지 않다. 하지만 이것 하나는 확실히 말할 수 있다. 신이 있느냐 없느냐를 떠나 중요한 것은 믿음이라 생각한다. 신이 있다고 믿으며 그의 교리에 따르는 이들도 정말로 내세의 약속만을 위해 하는 행동들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들의 불안하고 확실하지 않은 자신의 선택과 그에 따른 미래가 두려운 것이다. 그래서 세상 누구보다 강하고 모든 일을 주관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절대자, 즉 신을 만들고 그에게 기대는 것이다. 그들 역시 신이 있는지 없는지 알지 못한다. 신에게 바치는 노력이 헛된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단지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의지할 곳인 것이다. 그 역할을 하는 것이 그들이 말하는 그들의 신일 것이다.
이를 책의 부분에서 인용해 보면 ´오히려 우리에게 속여주기를 바란 것은 그들이었다. 우리 자신이나 파라오와 그의 신하들을 위해 우리가 그들을 속이고 있다고 흔히 말하지만 그런자들이야말로 오히려 저들 민중에게 속고 있다.´는 부분이 나온다. ´믿기 위한 미신´ 아마도 우리가 지금 믿는 신도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 역시 만약 신이 없다고 하여도 나의 신을 부정하거나 내 종교를 포기할 생각은 없다. 신의 존재에 대한 확실한 믿음의 있어서라기 보다는 나의 미래를 기원하고 그에 대한 불안함을 기댈 수 있는 곳이 나에겐 필요하기 때문이다. 나의 미래를 상담하고, 나의 고통을 토로하고., 나의 선택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고 그에 대한 믿음을 주고 그것을 행할 수 있는 용기를 줄 수 있는 존재,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나의 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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