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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천국
<낯선 천국> (김호경, 민음사, 1997)을 읽다.



이렇게 여러 번 웃을 수 있었던 소설이 있었던가. 읽으면서 워낙 여러 번 큰 소리로 웃어서 주위에 아무도 없음에 끊임없이 감사해야 했다. 비극적인 상황에 대한 희극적 냄새. 물벼락을 맞는 코미디언을 보고 깔깔거리는 심정이다.



´김´, ´이´, ´박´으로 대표되는 우리의 익명성을 교묘히 드러내면서 너, 나, 그리고 모두를 지칭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약물에 중독되어 가는지를 보여주는 이 소설은 역시 ´인생유전´이라는 측면에서 파악할 수도 있다. 평탄하게 회사원, 학생, 군인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지극히 우연적인 계기로 수감자, 치기배, 약물 유포자를 변모하는 과정에 초점을 맞추면 인간의 삶이란 찰흙 덩어리만큼이나 유동적인 것임을 금새 깨닫는다. 자고 일어났더니 스타가 되어 었더라는 것도 지금은 그리 새로운 말이 아니다. 하룻밤 사이에 주가가 50포인트 이상씩 변동하고, 그에 못지 않게 물가도 폭락, 폭등을 거듭하며, 총리가 암살당하고, 새로운 정부가 수립되고, 어디에서 온천이 솟고, 3000원짜라 고서에서 1000만원짜리 그림이 나오고, 요강이 보물로 판명되고, 누군가 똥을 닦고 버린 100만원짜리 수표를 누군가 줍고...... 이런 세상에서 사람의 팔자가 뒤바뀌는 일은 전혀 낯설지 않다. (그러나 그런 일이 낯설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유독 나에게는 일어나지 않는 까닭을 대다수의 사람들은 모르고 있다)



그러나 이 <낯선 천국>은 그러한 인생유전의 가능성이나 과정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오히려 그렇게 파괴된 일상이 복구되는 것이란 얼마나 어렵고, 심지어 불가능한지를 보여주는 일에 더 충실하고 있다. 단순히 도덕 교과서적으로 해석하면 확각 물질 (대마초, 필로폰, 최음제 등 고급 제품에서부터 본드·매니큐어· 마킹펜· 페인트 희석제· 스프레이 페인트· 라이터용 부탄 가스·가솔린· 프로판가스· 가정용 세제 등 저가 보급형, 그리고 타자 교정용액· 방향제· 냉방 장치 냉각제 등 일부 매니아 계층에게 어필하는 것까지 흡입시 환각을 일으키는 원인 제품은 1천여 가지가 넘는다. 역시 수요가 있는 곳에 종류가 다양한 상품이 구비되는 놀라운 사회다.) 에 저항하는 인간의 의지력이란 보발 것 없는 것이므로 이는 경계 및 퇴치 대상 1호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소설로 볼 수도 있지만, 문제는 -언제나 그렇듯- 간단하지 않다.



우연한 기회에 길을 걷다 똥을 밟는 것과 마찬가지로 약물을 접한 ´김´, ´이´, ´박´은 모두 약물에 의한 쾌락을 경험하지만 약물을 끊어야 함을 아주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약물 복용을 중지할 것을 결심하지만, 모종의 폭력에 의해 약물을 강요당한다. ´김´에게 가해지는 형사의 구타, ´이´에게 행해지는 호모에 대한 편견으로 가득한 이들의 린치, ´박´에게 돌아오는 매음굴에서의 감금과 매질. 모두 사회의 폭력이다. 사회의 폭력. 결코 나는 동의한 적도 없는, 로크가 전인류를 대표해서 체결한 사회 계악설에 의해 성립된 사회의, 개인에 대한 무자비한 폭력 하긴 무자비하지 않은 것은 폭력의 범주에 속하지도 아닐 것이다.



사회의 폭력에 노출되어 있는 개인이라는 것에 섬뜩함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은 아마 없으리라. 정보통신의 발전의 기회는 개인의 사행활을 파괴하며서 무자비한 폭력의 희생양이 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동시에 나도 모르는 사이에 사회에서 보장해주는 익명성을 탈을 쓰고, 누군가에게 린치를 가하는 가해자가 될 자유도 확보해주고 있다. 인터넷과 월드 와이드 웹의 신세계에서 살기는 결코 쉽지 않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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