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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미나는 인생 |  | |
| <재미나는 인생> (성석제, 도서출판 강, 1997)을 읽다.
전유성의 <하지 말라는 것은 다 재미있다>에 성석제의 <재미나는 인생>의 한 구절이 인용된 부분이 있다는 것은 실로 기막힌 우연이다. <재미나는 인생>을 읽은 후에 전유성의 책을 보았으니까. <재미나는 인생>은 단편소설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콩트에 가까운 -그 둘의 차이가 명확히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글들로 이루어졌다.
이문열이 어떤 칼럼에서 장편 소설이 구시대적인 산물이라고 얘기한 적이 있는데, 이는 차라리 <재미나는 인생>과도 같은 소설집의 진가에 대한 칭찬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장정일의 표현대로라면, 여행 갈 때 챙겨야 하는 상비약과 같은 책이라 할 수 있겠다. 나는 내 후배에게 지하철에서 읽기에 그만인 책이라고 소개했는데, 아마 지하철 두세 역을 지날 때마다 글 한 편씩 읽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너무 큰 소리로 웃다가 주변의 사람에게 오해를 받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
이 책은 성석제의 감수성이 유감없이 드러난 소설집이라 할 수 있는데, <재미나는 인생1 -거짓말에 관하여>, <번호>, <시간과의 연애>, <휴가>, <아빠>, <고수>, <´어이´를 위하여>, (이는 아마도 ´좃´일 것이다. 나의 상상이 지나치게 저질이라고 여기는 사람에게는 과감하게 일독을 권한다. 그대와 나의 질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가 될 것이다)등이 가히 수작이라 할 만하다. 특히 <아빠>는 거의 죽음이다. 웃음 그 자체라고 볼 수 있다. 코메디라고 해도 이보다 웃길 수 있을까?
혹자는 이러한 가벼운 웃음을 추구하는 소설이나 영화 등이 유행하는 세태를 두고, 아주 근엄하면서 진지하게 걱정하는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세태가 결코 80년대의 진보적 운동에서 좌절감을 겪은 세대의 자조나 탐닉은 절대 아닐 것이다. 적어도 내가 생각할 때에는 아직 우리 사회는 필요 이상으로 근엄하고, 속물적 보수주의가 넘쳐나기 때문에 웃음은 좀 더 전파될 필요가 있다. 재미를 추구하는 것이 해악이 되는 시대는 더 이상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문학계의 지형도에서 성석제가 차지하고 있는 위치는 대단히 필요한 것이며, 또한 그의 출중한 능력으로 그의 자리는 대단히 공고할 것이라 감히 단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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