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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시간 속으로
<낯선 시간 속으로> (이인성, 문학과지성사, 1997)를 읽다.



이 소설집은 본래 1983년에 초판이 발행되었지만, 1997년에 재판 2쇄가 나왔으며, ´문학과지성사´에서 소설 명작선으로 꾸며 8번째로 나온 작품이다.



<길, 한 이십 년>, <그 세월의 무덤>, <지금 그가 내 앞에서>, <낯선 시간 속으로> 이렇게 총 네 편의 단편과 중편 소설이 묶인 이 소설집은 ´1974년의 봄부터 겨울까지´의 부제를 달고 있다.



우선 이인성의 작품은 주제보다는 문장 또는 문단의 의미를 파악하기에 급급할 지경이다. -적어도 내게는 그렇다- 물론, 각 문장이 모조리 주제를 향해 뻗어있기는 하지만, 문장마다의 절묘한 표현들과 각가지 실험적인 언어 표현들은 내 의식의 외피를 휘감는다. 특히,내가 그가 되어 나를 보고, 내 안의 내가 나로부터 분리되어 (유체이탈과는 거리가 있다) 증식되면서 여기저기서 나를 드러내는 것은, 흡사 <한없이 낮은 숨결>의 중요한 서술 방식의 원전이 된다. 분열하는 나의 모습. 읽지 않은 사람은 단지 상상만 할 수 있을 뿐이다.



이 소설에서 이인성이 추구하는 것은 결국 ´나´로부터 ´우리´를 찾는 과정이다. 원체 문장을 체득하는 것조차 어려워서 읽다 보면 주제가 흐려지지만, 결국은 나의 ´나´에 대한 인식의 문제, 그리고 ´그들´로써 존재하는 그들과의 ´우리´ 되기의 문제들이 늘 소설 속 주인공의 문제이다.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라는 드라마가 있는데, 나는 그 문장에서 사랑보다는 우리에 초점을 맞추고 싶다. 정말로 우리가 과연 ´우리´였을까? 의심스러운 구석이 많다. 단순히 여러 명의 개체들을 ´우리´라고 부를 수 있을 때는 어떤 공통의 분모가 존재할 때일 것이다. 과연 우리들 사이의 그 공통 분모는 무엇일까? 사람 사이의 관계 속에서 아파하고 헤매고 있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생각해봐야 한다. (물론 대답이 쉽지 않을 것이란 것쯤은 나도 알고 있다)



사실 주위를 보면 그들´과 ´우리´들의 쑥덕거림은 늘 존재한다. 좁혀졌다 멀어지는 간극을 좁히기 위한 몸짓과 언어의 몸부림 속에서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그러한 면에서 작가의 몫은 이런 행위를 어떻게 묘사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두 번, 세 번 읽어야 할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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