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좋은글 나누기
joungul.co.kr 에서 제공하는 좋은글 입니다.
바쁜 일상 속에 잠시 쉬어가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성교가 두 인간의 관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문학적 고찰 중 사례연구 부분 인용
성교가 두 인간의 관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문학적 고찰 중 사례연구 부분 인용> (송경아, 여성사, 1994)이라는 다소 긴 제목의 소설집을 읽다.



송경아는 연세대학교 전산학과 89학번으로 일찍이 <엘리베이터>라는 작품집으로 나를 즐겁게 해준 적이 있다.
<아기찾기> 또한 나름대로 좋았었고.



송경아의 작품에서 주 무대는 ´부영시´라는 곳이다. ´떠다니는 그림자´라는 뜻인데, 웬지 김연경의 <언제나 없는 여자>에 등장하는 ´무영´이라는 여자를 떠올리게 한다. ´무영´은 ´부영시´에서 살 것만 같다.



작품집에서 가장 뛰어난 작품은 역시 <송어와 은어>와 <유괴>이다. <아카라>와 <청소년 가출 협회>, , <소한>, <의식>은 초기 습작이라는 혐의가 짙다. 현학적인 문장 구사가 쉽게 범하기 쉬운, 비문 구사의 실수가 곳곳에 눈에 띈다.



<송어와 은어>는 부영시라는 가상의 도시, 즉 배타적인 중산층의 이데올로기가 지배하는 도시 속에서 그들만의 전통 -동성애- 과, 이방인의 유입으로 생긴 전통의 파괴 -낭만적 이성애- 가, 주인공의 기묘한 꿈이 벌이는 환상의 향연과 뒤섞여 절묘하게 표출되고 잇다. ´송어´와 ´은어´라는 인물이 겪는 동성애와 질투, 소유욕, 이상적인 사랑은 소설 속에서 또다른 액자를 구성하면서 인간 관계가 변질되어 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주인공이 겪는 7일간의 부영시로의 여행은 현실과 가상을 뒤엎어 버려 Virtual Reality를 구현한다.



<유괴>는 개인적으로 가장 맘에 드는 주제를 다루고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는 모두 작가의 언어로 빚어진 허상이며, 작가에 의해 특정 주인공으로 발탁되지 못하는 대다수는 모두 김씨, 이씨 등으로 무화(無化)될 뿐이라는 망상 (진짜 망상일까?)에 사로잡힌 주인공이 작가에게 한 방 먹이기 위해 벌이는 범죄는 재기발랄한 생각이다. 이는 내가 여섯 살 때 변소에서 똥을 누다가, 나는 신(혹은 거인이나 괴물)들의 만화책에 등장하는 인물일 것이라는 의심이 헛된 것이 아니었음을 증명해주는 동시에, 언어라는 것이 얼마나 위력적인지 여실히 보여준다.



내가 또 하나의 작가가 된다고 해서 그 관계가 역전된다거나 지워지는 것이 아니다. 설령 이 부영시에 대해 기술하는 작가 또한 다른 작가의 작중 인물 중 하나에 지나지 않고, 그리하여 세계는 끝없이 시간적으로나 공간적으로 점점 더 크게 투영되는 작가들의 연속된 사슬일 뿐이라는 것이 (무한을 직관적으로 느낄 수 없는 인간이 두뇌로 상상하기는 조금 어렵겠지만) 가능한 일이라 하더라고, 변하는 것은 없을 것이다. 언어라는 궁극적인 매개체마저 소멸한다면 모를 일이지만. (p.242)



그렇다. 언어의 소멸과 함께 세계는 소멸된다. 언어가 사라지면 이미지는 재생산의 과정을 역으로 겪어 결국 점의 형태로 변할 것이며, 텍스트는 삼풍 백화점과도 같이 무너지게 된다. 평면을 이룬 텍스트가 무너지듯.

 
비즈폼
Copyright (c) 2000-2025 by bizforms.co.kr All rights reserved.
고객센터 1588-8443. 오전9:30~12:30, 오후13:30~17:30 전화상담예약 원격지원요청
고객센터휴무안내
클린사이트 선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