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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구려 역사 유적 답사 |  | |
| 서길수 : <고구려 역사 유적 답사>
출판사 : 사계절 / 출판일 : 1998년 10월 25일 / 페이지수 : 488
많은 사람들이 우리 나라의 대표적인 역사 유적으로 석굴암이나 불국사를 그 예로 들면서도 평양이나 만주, 그리고 연해주에 있는 고구려 발해의 역사 유적을 언급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발해 130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가 있어도 관심을 갖는 사람들은 별로 많지 않다. 매년 수만 명의 국내 관광객이 백두산에 들러 만리장성에는 가면서도 고구려 역사 유적이 즐비한 집안이나 환인을 다녀오는 사람 또한 드물다.
우리는 흔히 크기에 대한 열등 의식이 있다고 한다. ´우리는 작다´ 이러한 열등 의식을 과감히 깨칠 수 있는 것이 바로 고구려 역사일 것이다.
한 나라의 역사관과 대중들의 역사 인식이 제대로 설 때 문화 전쟁에서도 이겨낼 수 있다는 판단 아래 ´고구려 역사 유적 답사´가 작은 밑거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10년 동안 열두 차례의 답사를 통해 고구려의 높이와 깊이를 회복하는 데 전력하면서 독자들 앞에 이 책을 내놓았다. 고구려와 발해가 압록강 이북에서 꽃 피웠던 역사를 왜 우리는 그 동안 말하지 못하고 침묵하고 있었나? 혹시 잊고 살아왔을까? 아니면 연구할 가치가 없어 보였었나? 그 어떤 것이 답이 될 수 있을까? 아마 이런 질문의 답은 없으리라 생각된다.
자료가 빈약한 고구려사를 건국부터 전성기까지 찾아가 하나씩 복원해 나가는 어려운 작업을 거쳤다. 답사에 관련된 다른 책들이 온갖 시대의 역사를 간단하게 훑어 가면서 주로 문화 유산에 대한 요소들을 강조했다면, 이 책은 한 시대를 역사관을 가지고 잔잔하게 복원하면서, 답사라는 형식을 통해 역사적 진실과, 생생한 현장을 함께 할 수 있도록 하였다.
고구려 연구와 함께 답사 10년의 세월이 지나서야 고구려의 줄거리가 보인다는 저자의 말이 퍽 인상적이었다. 그냥 겸손함에서 나온 말일지 몰라도 그 글을 보면서 정작 고구려란 어느 정도가 그 끝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통해 아직까지 낯선 고구려와 가깝고 그러면서도 깊이 있게 만날 수 있었다.
읽는 도중 조금씩 그냥 흘려 보낸 내용이 자금은 아쉽다. 이 책은 중국 동북 3성에 있는 고구려인들의 수준 높은 문화와 생활, 역사를 보다 생생하고 박진감 있게 전달해 큰 부담 없이 단숨에 읽어 갔다. 많은 양의 사진과 지도들이 나에겐 생소한 중국땅을 더욱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주었다. 이 책의 특징 중 하나는 크게 두 개의 마당으로 내용을 나눈 후 각의 마당에 다섯째 마디, 일곱째 마디씩 내용이 있다.
홀본성으로 가는 길에서는 단동에서부터 압록강을 거슬러 올라가면서 역사 유적 답사를 시작하는 저자의 정취가 우수 깊게 녹아 있다. 또한 홀본성을 찾아가서 우리 나라 최초로 올라간 오녀산성에서 1500년 세월 동안 이끼 낀 성벽을 발견하고 그 감회와 함께 고구려의 첫 수도 환인에 대해 작의 생각 적어 놓았다.
홀본(환인)에서 국내성(집안)까지 산삼을 캐는 재미있는 일화를 통해, 중국 심마니의 일상을 흥미롭게 적었고, 고구려의 위대한 축조술을 보여 주는 한편, 장수왕 후손의 눈물을 통해 잔잔한 감동을 안겨 준다.
서길수 교수는 1986년 중국을 처음 다녀오면서 고구려에 대한 집념을 보이기 시작했고, 그 동안 열두 차례의 답사를 통해 자료가 빈약한 고구려사를 저자는 10년 동안 전문학자들의 서적들을 탐독하고, 현장의 역사 유적을 수시로 찾아가 낱낱이 파헤치면서 어느덧 전문학자의 반열에 올랐다. 서길수 교수의 뜻대로 우리의 고구려가 이제는 좀더 많이 알려져서 우리의 혼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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