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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시조
이문열 : <금시조>

출판사 : 아침나라(주) / 출판년월(초판) : 2001년 10월 10일 / 면수 : 392

가슴으로 숨쉬는 금시조
예술의 세계라는 것.
어쩌면 감히 예술을 말하려는 나나 우리 모두, 인간이라면 그 속에서 살아가고 있고 또 자신들이 하나씩 예술이라는 것을 창조해 나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그것들에 예술이라는 이름을 붙이지 않고 부정하고만 있는 것이다. 아니, 이런 것이 아니라 인간이 살아 숨쉬는 움직임 하나 하나조차도 전혀 무시할 수 없는 지극한 미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단정지으려 한다. 그토록 섬세한 손놀림과 몸놀림으로 만져서 잠시의 부드러움이나 보는 것만으로 즐거움 따위의 단순한 쾌락이 아닌, 어떤 위대한 존재의 유무마저 주시할 수 있고 그것과 함께 자신을 지켜볼 수도 있을 것이니, 그만큼 인간을 뒤흔들 수 있는 것이 있을까. 그것이 일명 예술가라고 하는 모든 이들이 추구하는 한 목적지가 아닐까. 그러나 인간이라 이름 지워진 이들은 뒤흔들림으로 자신이 어지러워지기를 너무나 바라고 있을 것이다. 그러다 언젠가 그 속에 묻혀 쓰러지더라도 말이다. 아니 어쩌면 그러길 바라면서.
악연으로 연결 짓는 석담 선생과 고죽과의 관계. 예상한 것과는 달리 고죽에게 냉정히 대하고 그가 지식마저도 훌훌 털어 버리듯 가르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석담 선생은 고죽에게 자기의 예술 세계를 보여 주고 또 그대로 가르쳐 주면서 고죽이 석담 선생의 예술과 똑같이 되는 것을 바라지 않았던 것 같다. 각자가 추구하는 예술과 가꾸어 나가고 있는 예술의 방향은 분명 다를 것이다. 고죽 선생은 그것을 깨뜨리고 싶지 않았고, 강요와도 같은 배움과 가르침이 싫었을 것이다. 고죽에게는 석담 선생이 그 오랜 시간 동안 바라고 있었고 환상적인 모습으로 승화됨을 보길 원했던 존재가 가슴 속에 있음을 석담 선생은 오래 전에 알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늘 그 모습을 지키고 동경하며 석담을 데리고 있었기 때문에 그토록 냉정해질 수 있었던 것이리라.
고죽과 석담 선생과의 예술은 언젠가는 같아질 것이다. 그것은 예술의 고지에서 통합될 테지만 근본적인 그들의 자세에는 큰 차이가 있지 않나 한다. 석담 선생이 고죽에게 예술에 대한 지식을 주지 않았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고죽은 자신의 예술을 과시하고 싶어한다. 자신의 내면 속에서 끄집어낸 기발한 작품들은 그로 인해 인정 받고 싶은 것이다. 단지 자신만의 것으로 그칠 수 없는 것 말이다. 어쩌면 일상 사람들에게 흔히 있을 법한 명예욕을 가진 탓에, 석담 선생은 그에게 그 욕심을 먼저 없애려 했던 것으로도 해석될 수도 있을 듯하다. 그러한 나태를 버릴 수 있기 위해서.
황금빛 날개를 휘두르면서 날카로운 눈빛을 던져 놓을 수 있을 법한 불사조의 모습, 이것이 작가 이문열씨가 서술해 나간 이야기 하나 하나로 내가 만들어 나간 금시조의 모습이다. 금시조는 어쩌면 아무런 형태도 가지지 않고 인간의 가슴 속에서 살아 숨쉬고 있을 것이다. 그러면서 인간들의 예술적 행동을, 그 섬세함을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고죽이 자신의 작품을 태운 것은 자신의 정신적인 지주가 되어 준 스승이 바라고 있는 금시조를 그 또한 알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렇게 자신도 스승만큼이나 금시조를 갈망했음이 분명하다. 그렇다고 해서 석담 선생이 갈망하던 금시조가 나빴다거나 결국에는 보지 못한 것이 잘못됐다는 것은 아니다. 석담 선생은 자기 작품이 타 들어감과 함께 금시조의 흔적도 그렇게 사라질 테니 말이다. 석담 선생은 언제나 작품 속에, 아니 그의 가슴 속에 금시조를 묻어 둔 것이고 고죽도 작품을 태우면서 사모해 오던 금시조를 본 것이다. 그것이 자신을 완성시키는 동시에 작품을, 예술 세계를 완성시켜 나간 것이라고 본다. 그렇기 때문에 금시조는 예술인들이, 모든 인간들이 추구하고 있는 목적에 대한 과정으로 본다. 그것들이 다른 만큼 모든 이들의 예술 세계에는 큰 차이가 생긴 것이고 다른 길을 만들어 가는 것이리라.
고죽이 세상을 떠날 때, 그는 지금까지 그가 살아온 시간들에 후회나 스승의 배움의 모든 것을 안 것일까? 그랬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 생각을 하는 그에게 금시조가 나타나 날갯짓을 한 것은 고죽, 그에게는 금시조의 모습으로 고죽에게 일깨워 주는 것으로도 생각해 본다. 그러한 내적인 것과 외적인 것의 결합 상태를 금시조가 해 준 것이다.
허망하고 추상적이기는 하나 지금 내 가슴 속에서 가슴으로 숨쉬는 금시조가 있는 것을 믿으며 내 눈앞에서 휘황찬란한 날갯짓을 하는 금시조를 보고 싶기만 하다. 나도 그들처럼 금시조를 갈망하고 사모한다고 말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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