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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시전집
김수영 : <김수영시전집>

출판사 : 민음사 / 출판일 : 1981년 9월 1일 / 페이지수 : 310

시 그것이란 인간의 감정을 가장 교묘하면서도 함축적이게 또 때로는 여느 제약 없이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문학이다. 시를 읽고 있노라면 다른 문학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새로운 감정이나 생각들, 즉 그 시 자체의 문학적 의미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준다. 이런 이유 때문에 나는 여러 문학 장르 중에서도 시를 가장 좋아한다. 또 그렇기 때문에 이 경기과학고등학교에서도 유일한 시문학 동아리인 ´죽은 시인의 사회´에 가입하여 열심히 창작, 토론 활동을 하고 있다.
내가 시를 좋아하게 된 이유는 초등학교 동시 창작 대회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때 동시를 잘 쓰고 싶은 마음에 다른 사람들의 작품을 많이 읽어본 적이 있었다. 이 때 내가 읽던 다른 소설이나 동화책, 또 노래와는 다른 그 산뜻함에 매료되었다. 그래서 그 때부터 시들을 좋아하기 시작했고, 또 각별한 관심을 보이게 된 것이다. 단순히 동시에만 그친 것이 아니라 우리 나라의 전통적인 시가인 시조에도 재미를 지녀 시조 백일장 등에도 참가해 보았다. 또한 중학교 때에는 비로소 현대시에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이런 이유로 나는 이번 독후감 평가에서 선생님께서 제시해 주신 여러 책들 중에서 이 ´김수영 시집´을 주저 없이 선택하였다. 김수영이란 사람은 매우 다재 다능한 문학가여서 수필, 산문 등에도 뛰어난 역량을 보여주었으나 그 중에서도 그의 시는 한국현대문학에 큰 획을 그었다고 하였다. 나는 이러한 선생님의 말씀에 그 대단한 김수영 시를 읽어보게 된 것이다. 하지만 첫 장부터 몇 쪽들을 읽어봄에 따라 내가 가졌던 일련의 기대와 한국문학의 대가라는 호기심은 새로운 세계에 대한 낯설음과 난해함에 사라져 버렸다. 솔직히 이 시들은 내가 전에 읽었던 김소월, 윤동주, 김영랑 등과 같은 시인들의 시와 또 이전의 시조와 같은 고전 문학과는 다른 무엇인가가 있는 듯 하였다. 위의 시인들은 자연의 아름다움이나 인간의 희로애락을 순수하고 예쁜 언어를 이용하여 때로는 직서적 표현으로 때로는 뛰어난 기교를 이용하여 독자에게 전달하고자 하였다. 하지만 이 시는 그런 것들과 다른 것이 있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의 시에 대한 굴레나 선입견과 같은 것들에 익숙하지 않은 그런 종류의 시였던 것이다. 김수영의 시들은 이전 시대까지의 시들과는 달리 그 표현적 의도를 다른 곳에 둔 듯하였다. 즉, 김수영 이전까지의 시가 인간의 희로애락의 감정이나 자연의 아름다움을 노래하는 것 등의 순수시가 주류를 이루었다면 그의 시는 현실 세계를 바탕으로 그에 대한 비판과 함께 굴복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대한 인간과 사회 그 구성원들 간의 그 미묘한 조화나 자괴감 같은 감정들을 그의 시에 표현한 것 같다. 그래서 시를 감상할 때 고려하는 문학의 표현론적 관점에서의 작가의 전기적인 요소가 다른 작가들보다 더 확연히 드러나 있는 듯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우리 나라의 근대사와 역사를 같이 한 한국 근대사의 산 증인으로서 광복과 4.19, 한국 전쟁과 같은 우리 나라의 자유 민주주의를 향한 커다란 변혁들을 몸소 체험하면서 자신의 새로운 문학 세계의 방향을 결정할 수 있었던 듯 하다. 이는 궁극적으로 그의 시세계에서 참여시의 성격을 극대화시켰으며 이제까지의 여느 작가들과 다른 형태의 참여시를 창작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었던 것이다.
이와 같은 참여시들은 나에게는 매우 생소한 것이었다. 내가 이제까지 읽었던 김소월의 시와 김영랑의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같이´라는 것과 매우 다른, 또 윤동주님의 참여시와는 또 다른 그것이 바로 이 김수영의 시였던 것이다. 김수영의 시를 읽으면서 어렵고 또 생소하게 느껴졌던 것이 바로 내가 생각하는 시세계와는 약간 다른 그의 세계를 접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도 처음부터 참여시만을 고집한 것은 아니었던 것 같다. 초창기 그의 시를 보면 그의 후기 작품과는 다른 산뜻하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어설픈 느낌도 주는 것 같다. ´공자의 생활난´ 등과 같은 초기의 시들에서 그는 ´보다, 바라보다(see)´라는 단어를 매우 많이 사용한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이 때의 ´보다´라는 것은 멀리서 관념적으로 방관하는 자세를 취한다는 의미로 쓰인 것 같다. 즉 구체적인 현실에의 방법이 없이 자신의 의지만을 약간씩 표명한 것이었던 것 같다. `아메리칸 타임지´, ´가까이 할 수 없는 서적´등에서도 자세히 볼 수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시들은 수많은 한자와 어려운 단어를 사용하여 나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역시 한문 공부를 많이 해야지만 문학 공부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6.25 전쟁은 그에게 있어서 많은 변혁을 불러온 듯하다. 1957년엔 첫 시집 달나라의 장난을 간행했는데 이 기간(6·25직후)의 김수영의 시의 가장 큰 특징은 관념적·추상적 세계 인식이 구체적인 모습으로 전이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당연히 초기의 난해한 어투는 많이 사라지고 구체적 일상이 시의 소재로 등장한다. 이 시기의 김수영 시에는 생활이 중요한 소재로 채택되고 있다. 즉 현실 인식의 중요성을 시에서 표현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전쟁을 겪으면서 김수영은 전쟁의 참담함으로부터 벗어나 생활인으로 돌아간 시인의 비애를 느끼고 그것은 당시 시대에 대한 의식과 함께 공동체 의식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즉, 초반에 자신의 심리적인 문제에 대하여 주로 논의된 것에 비하여 이 때부터는 일상적 말투와 화법으로 자신 주변의 문제에 대해 독자에게 전달하려고 한다. 이러한 의지가 ´폭포´나 ´거리´등의 시에서 잘 표현되고 있다.
4. 19는 김수영에게 시에 대해 일대 전환기를 마련한 사건이었다. 첫 번째 변화는 개인적 삶에서 비롯되던 비극적 세계 인식이 사회·역사적 세계 인식으로 바뀌는 것으로 나타나고, 그 변화는 4. 19를 거침으로써 김수영에게 자유 의지가 폭발적으로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4. 19를 전후한 시기 중에 그는 가장 직접적으로 자유에 대한 강한 의지 즉, 혁명적 의지를 표현해 내는 것 같다. 4. 19 직후인 이 시기에 김수영은 자유와 혁명을 동의어로 본다.
´그 방을 생각하며´라는 시를 보면, 또 다른 사회에 대한 실망 즉 정치적 혁명의 실패에 대하여 유감을 표현하는 것 같다. 그는 4·19가 혁명은 안되고 방만 바꾸어 버린 것이라며 혁명의 뜨거움은 남았지만 사람들만 바뀐 결과가 되어 버리지 않았느냐고 스스로에게 묻는다. 제2공화국 정부는 그에게 좌절감을 맛보게 한 것이다. 생각해 보라. 그토록 원하던 자유가 결국 실패로 되돌아갔는데 그의 실망이 어떠했을지!
거기에다가 설상 가상으로 5.16군사 쿠데타가 일어나게 된다. 이는 그에게는 가장 침울한 시기가 된 것 같지만 의외로 작품은 가장 많이 나온다. 그는 이러한 현실에 대한 좌절에 대해 그것을 비판하고 자유주의의 이상을 노래하고 있다. 이렇듯이 4.19와 5.16은 시기적으로 볼 때 그의 참여시적 성격을 가장 잘 확립시켜 준 계기라고 생각된다.
거대한 뿌리라는 시는 나에게 또한 많은 깊은 생각들을 할 수 있는 계기를 주었다. 이 시에서는 이사벨 버드 비숍이라는 외국인을 등장시켜 우리 나라를 그녀의 눈에는 이해하지 못할 과거를 가진 나라로 등장시키고 있지만, 작가 즉 김수영 자신은 그 조국을 자신을 지탱하고 영양을 공급해 주는 뿌리임을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즉, 전통을 인정하고 그것에 경탄하는 것이다. 아무리 사소한 아낙네의 모습에서라도 ...
하지만 이런 시로써 그가 민족주의자라고 단정지을 수 있을까는 의문이다. 내가 김수영을 조사한 것에 따르면 그는 자유주의 이념의 추종자이지 결코 민족주의자는 아니라는 느낌을 받았다. 나는 내 생각이지만 조금 다르게 생각해 보았다. 그가 생각하는 전통은 결코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들만이 아니다. 즉 부정적 전통도 존재하지만 그 부정적 요소를 딛고 일어서 새로운 세계 즉 자유주의 세계에 대해 힘찬 발걸음을 딛는 것이다.
나는 이러한 김수영씨의 시를 읽으면서(비록 전부 다 읽지는 못했지만) 어려웠지만 나름대로 얻은 것이 많다고 생각한다. 즉 이제까지 시를 읽으면서 생각지 못했던 사회적 측면과 현실 반영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 본 것 같다. 저번에 국어 선생님께서 시란 어떤 형태로든 현실을 반영할 수밖에 없다고 하신 말씀이 가슴에 와 닿는 것 같았다. 이제부터는 시를 읽을 때나 또는 창작할 때 이와 같이 반영론적 관점도 고려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이번 독서는 나의 시 세계에 김수영에게 4.19가 그러했던 것처럼 큰 영향을 주었다. 이제는 시를 보는 시각이나 범위가 더 넓어졌음을 느끼게 된 것 같아 매우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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