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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약국의 딸들
박경리 : <김약국의 딸들>

출판사 : 나남 / 출판일 : 1993년 1월 1일 / 페이지수 : 398

▶박경리 :
1926년 10월 28일 경상 남도 충무에서 출생했다. 1945년 진주고등여학교를 졸업하고 결혼했으나, 한국 전쟁 중 부군이 납북된 후 창작 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박경리는 장편소설을 많이 썼으며 삶의 본직을 비극으로 파악하려는 경향이 있었다.
대표작으로는 <토지>, <김약국의 딸> 등 다수이다.
▶줄거리
선비의 성품을 지닌 김봉제는 김 약국의 주인으로 부유층에 속하는 인물이다. 이에 반해, 그의 동생 봉룡은 충동적이고 격정적 성격을 지닌 인물이다. 봉룡은 아내 숙정이 출가 전 그녀를 사모했던 송욱이 찾아오자 극단적으로 시기하여 그를 죽이고 만다. 숙정은 간부(姦夫)를 두었다는 의심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살을 하고 만다. 이 사태로 봉룡은 처가(숙정의 집안) 식구들의 보복을 피해 탈가(脫家)하여 자취를 감춘다.
봉제에게 맡겨진 봉룡의 유일한 혈육인 성수는 봉제의 아내인 송씨의 손에 의해 자라나게 되지만, 죽은 동서에게 항상 열등감을 지녔던 송씨는 그 화살을 성수에게 돌려 심리적으로 괴롭힌다.
사냥터에서 독사에 물려 사망한 봉제 영감의 뒤를 이어 성수는 김 약국의 주인인 된다. 성수는 딸 다섯을 두지만 전혀 지식이 없는 어장 사업에 손을 댐으로써 가산이 조금씩 기울게 된다. 장녀 용숙은 일찍이 과부가 되었는데 아들 동훈을 치료하던 의사와 불륜을 맺어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는다. 둘째 용빈은 똑똑하여 교육을 받아 교원이 되나 애인 홍섭으로부터 배신을 당하게 된다. 셋째 딸 용란은 관능적 미모를 갖추었으나 지적인 헤아림이 부족해 머슴과 놀아나는 바람에 지탄을 받고, 넷째 딸 용옥은 애정이 없는 남편 기두와 별거하다가 뱃길에서 죽음을 맞게 된다.
용란도 다시 나타난 머슴의 아들 한돌과 함께 있다가 남편인 연학에게 들켜 한돌과 어머니 한실댁이 연학에 의해 살해당하는 비극적 결과를 맞는다. 그 충격으로 용란은 정신착란자가 된다.
계속되는 집안의 몰락을 지켜보면서도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김 약국(성수)도 위암으로 죽는다. 결국, 용빈과 용혜가 통영을 떠나면서 작품은 끝난다.
▶배경
시간적 : 1894년부터 1930년대에 이르는 시기
공간적 : 경남 통영
역사적 : 일제 강점기
사회적 : 일제 식민지 사회
▶등장인물
김 약국(김성수) : 어머니(숙정)의 자살과 큰어머니 송씨의 학대가 가져온 정신적 충격으로 현실에 대한 집착도 저항도 하지 않는 정적(靜的)인 인물.
한실댁 : 김 약국의 처
봉제 : 김성수의 큰아버지.
봉룡 : 김성수의 아버지.
숙정 : 김성수의 어머니
용숙 : 첫째 딸. 일찍 과부가 되나 개성이 강하다.
용빈 : 둘째 딸. 의지가 굳고 사려가 깊은 지적인 여성.
용란 : 셋째 딸. 관능적인 여인.
용옥 : 넷째 딸. 남편과 별거.
용혜 : 막내딸. 용빈과 함께 통영을 떠남.
▶감상
경남 통영의 바닷가를 배경으로, 한 집안의 몰락이 지닌 비극성을 사실적으로 조명한 역작(力作)이다.
김 약국의 어머니가 비상을 먹고 자살하는 대목에서 비롯되는 비극의 씨앗은, 결국 김 약국의 딸들이 하나하나 몰락하면서 막을 내리게 된다. 작품 전체가 논리적 인과율에서는 이해가 안 되는 ´운명의 힘´에 의해 지배당하고 있기는 하나 이 작품은 그것에 의해 오히려 살아나고 있다.
첫머리에 제시되고 있는 통영에 대한 소개와 인물들의 사투리는 이 작품의 토속적 정감을 더해 주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 소설을 하나의 풍속도로서 완성시키고 있는 것은 샤머니즘과 신비(神秘)사상이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김 약국과 그의 딸들인데, 현실에 대해 적극적이지 못하였던 김 약국의 성격과 다양한 삶의 모습을 보여 주고 있는 다섯 딸들의 성격 분석은 작품 이해에 필수적이다.(그러나 용해에 대한 이야기는 매우 미미하다.)
김 약국의 흥망은 바다와 직결되어 있다. 김 약국이 능력 밖의 일인 어장 사업에 손을 댐으로써 몰락이 가속화되는 것과 용숙이 바다에서 죽는 것이 바로 그것으로서, 이 작품의 공간적 배경은 사건의 내부에까지 파고들어 불가분의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현실에 적극적이지 못하였던 김 약국의 성격과 다양한 삶의 모습을 보여 주고 있는 다섯 딸들의 성격 분석이 잘되어져 있는데, 용해에 대한 이야기는 매우 미미하다. 그리고 등장인물이 많아서 각 캐릭터마다의 성격을 파악해서 외우기가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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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소설 ´김약국의 딸들´은 분명 한 집안의 몰락을 다루고 있다. 하지만 이 소설 속에는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될 또 하나의 복선(伏線)이 있다. 그것은 한 집안의 몰락과 함께 그 배후에 깔린 ´역사 의식´ 이다.
소설의 배경은 전통이 외세에 의해 무너지고 주권이 상실되는 1910년대에 놓여있다. 1910년대란 민족이 일제에 의해 천천히 잠식당하고 수많은 애국청년들이 주권을 되찾기 위해 투쟁했지만 좌절, 때로는 투옥되기도 했던 시기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과 김약국과의 묶임을 상징하는 인물은 바로 둘째딸 용빈으로 그녀는 당시로써는 드문, 일하는 여성으로 등장한다. 용숙과 용란이, 그리고 용옥이 그들의 생을 수동적인 것으로 끌려가는 듯 살았다면, 자신의 일을 가진 그녀는 그들과는 반하여 자신의 생을 능동적인 것으로 이끌어 가는 인물로 그려지고 있다.
그녀를 매개로 하여 등장하는 몇몇의 인물들, 정윤과 태윤, 그리고 신비의 인물로 작품의 말기에 등장한 강국의 입을 통해 작가 박경리는 나름의 민족관을 피력하고 있다.
나는 여기서 스스로에게 한가지 질문을 던졌다. 어째서 작가는 아들이 아닌 딸들의 삶을 통해 민족의 어려운 시기를 그렸던 것일까 하는 것이다. 남성위주로 구성된 조선사회의 틀을 본다면 당연히 김약국이 아들이 있고 아들의 흥과 망을 그리는 일이 타당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어쩌면 작가는 아들형제의 이야기라는 것은 은연중, 도스토예프스키의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표절한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던 탓이었을까 ?
하지만 그런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것은 아마도 작가가 추구했던 이야기가 우리들의 역사 속에서 드러나는 억압, 몰락의 과정이었기 때문에 여성이라는 올바로 대접받지 못하고 씨받이의 구실밖엔 할 수 없었던 계층의 시각을 통해 민족의 비장미 비장미(悲壯美)를 더욱 처절한 것으로 그려내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글 중에서 나오는 한실댁이 어린 용혜를 재우면서 부르던 노래,
´솔은 총총 잔솔밭에 / 아계동창 둘러놓고 / 배옥같은 저 배등에 / 금아동을 품에 품고 / 어허
잠이 과히 들어 / 임 온줄을 모르는가 / 계명산이 계명월이 / 부모보다 반갑소다´
는 그 시대의 여성들이 얼마나 힘들게 살아왔으며, 얼마나 억압받는 신분이었는가를 잘 말해주고 있는 구전가요였다.
부연하면 작가는 당시 조선의 상황을 몰락해 가는 김약국이라는 집을 통해 투영하고 그것을 다시 한번 한마디 말도 하지 못하고 자신에게 닥치는 천액(天厄)을 감수해야 했던 여성에게 집약하여 우리민족의 고통을 적절하게 표현하고자 했는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소설 ´김약국의 딸들´ 은 비극의 소설이며, 영원히 재기할 수 없는 희망이 소진(燒盡) 된 소설로 봐야 할 것인가 ? 그렇지는 않다. 그것은 작가가 김약국의 딸들의 몰락을 그렸지만 그들 중에서 한사람, 막내딸 용혜를 남겨놓는 아량도 베풀고 있기 때문이다.
소설의 전후반에 걸쳐 그녀의 존재는 거의, 아니 전혀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나타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녀는 이 작품에 있어서 소리없이 숨어있는 과육(果肉)의 씨앗과 같은 존재이다. 하지만 그녀는 희망을 상징하며 김약국 집안이 이대로 몰락하지는 않으리라는 것을 상징하고 있다.
그것은 작가가 딸들의 외모를 표현하는 구절로 미루어 알 수 있다. 김약국의 딸들이 모두들 칠흑처럼 검은 머리를 가지고 있었는데 반해, 그녀만이 밤색 머리칼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용혜의 머리카락은 소설의 첫머리에서 김성수가 어머니와 동일시했던 아름다운 여성, 구원의 여성상으로 설정한 봉제영감의 외동딸 연순의 그것과 같은 것이며, 김약국이 그토록 그리워했던 아버지의 머리카락 빛깔과도 맞닿아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김약국은 비록 눈을 감았지만 그의 아비, 김봉룡의 흔적은 지워지지 않고 남아지게 된다는 사실을 암시하는 것이다.
결국 김약국의 처, 한실댁은 사위의 손에 의해 비명횡사를 하고 용옥은 객사, 김약국은 위암으로 눈을 감는다. 소설의 마지막 장은 김약국의 장례를 마치고 통영을 떠나는 용빈의 모습으로 그려져 있다.
나는 자칫 비통해질 수 있는 이 장면 속에서 알 수 없는 희망을 느낀다. 그것은 문학작품 속에서 등장하는 모든 종류의 여행은 변화와 희망을 상징하기 때문이며, 미지의 무엇, 산너머 남촌이란 또 하나의 출발과 동경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스칼렛이 ´내일은 또 하나의 하루´라고 말하는 것처럼, 신여성 용빈은 자신의 새로운 고통을 감수하며 당당한 모습으로 고향을 떠나 새로운 삶을 개척하기로 한다. 떠나는 고향의 그곳에는 달맞이꽃처럼 하얀 용혜의 얼굴이 남아 이대로 김약국의 집안이 흔적 없이 소멸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고......
안팎으로 새로운 출발이다. 그리고 바람은 차지만 봄은 멀지 않았다는 마지막 구절은 소설의 전반을 꿰뚫고 지나온 슬픔과 비통히 끝났다는 것을, 그 동안의 아픔이 새로운 기쁨으로 승화될 것이라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
박경리의 소설 <김약국의 딸들>은 이 민족의 한(恨)의 역사가 새로운 전환기를 맞이했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제 고통은 끝났다. 업은 풀렸으며, 남은 것은 새로운, 선한 업의 묶임뿐이다.
당할 만큼 당하고, 맞을 만큼 맞았으며 끌려다닐 만큼 끌려다닌 이후에 어금니 질끈 깨물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용기, 아마도 작가 박경리는 그러한 여성이야말로 약하면서도 강한 한국의 어머니상이며, 여성의 모습이라고 생각하는지도 모른다.
그리하여 <김약국의 딸들>은 딸들로 인해 몰락한 한 집안의 이야기가 아니라 한 여성으로 인해 다시 일어서는 민족의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뭉클한 흙 내음 풍기는 한반도 도약의 이야기이며, 영원히 지속될 이 민족 융성의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통영(統營), 그곳에서 김약국의 딸 용혜의 행복한 이야기가 다시 한번 시작되는 것을 기대할 수 있는 이상 말이다.
어떤 것으로부터 느끼는 감정을 구체화한다는 것이 참으로 어렵게 느껴진다. 어떤 때 는 책 읽기의 흥분과 감동을 오랫동안 절제하지 못하기도 했는데 이번에는 또 그와는 다르게 잔잔한 바닷물 결처럼 밀려오는 감동이 일었다. 참 신기하다. 허구적인 이야기에 참 많이도 푹 빠진다는 것 이 이야기 속의 상황과 인물이 나에게 동일시되기 때문일 것이다. 이야기는 통영을 배경으로 한, 김 약국의 다섯 딸들의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 속에서 독특하게 느껴지는 분위기는 크고 작은 사건들에도 불구하고 너무 조용하고 잔잔하다는 것이다. 김약국의 성품 속에 모든 것이 묻혀버 리는 것 같다. 김약국이란 김성수라는 사람을 부르는 호칭이다. 책을 대하면서 처음에 가진 나의 기대 는 다섯 명의 딸들이 어떤 삶을 살며 특히 인생에서 어떻게 자아실현하고 성취하는가 하는 것이었다. 읽는 사람에 따라 여러 가지로 볼 수 있겠는데 내가 본 것은 살아가는 모습이었다. 사람은 자기가 처한 상황을 극복하려고 한다. 모든 인간이 그 상황을 벗어나서 더 나은 곳으로 가려고 희망할 것이다.
여기에서 각자가 선택하는 방법과 사람이 다르기 때문에 인생이 갖가지 다른 모습으로 보이는 것이리라. 김약국의 다섯 딸들도 자기에게 주어진 삶을 극복하기 위해 여러 가지 삶을 선택하게 된다. 각자가 선택하는 삶은 그 시대, 사회에 대한 도전이 되기도 하고 그 사회의 도덕성을 무시하기도 하고 순종의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이들의 이런 고민과 노력을 무시하기라도 하는 듯 이 가정에는 비극적인 사건이 연속적으로 발생하면서 모두의 삶이 처참한 비극으로 끝나버리게 되는 것 같다.
그렇다면 그 모든 노력과 고민이 헛된 것일 수밖에 없는 것일 수밖에 없는 것이 아닌가? 그러나 나는 마지막에 떠나가는 용빈과 용혜를 보며 그 속에서 희망을 보고 싶다. 그래도 인생은 희망이 있다고. 나는 그 희망을 확신하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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