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joungul.co.kr 에서
제공하는 좋은글 입니다.
바쁜 일상 속에 잠시 쉬어가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
|
|
|  | 빛 이야기 |  | |
| 후다가미 데쓰고로 - <빛 이야기>
잔상.
어릴 때 태양을 쏘아보던 일이 있다. 친구들과 누가 더 오래 쳐다볼 수 있나 내기를 하던 일도 있었다.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고 태양을 올려다보려고 했지만 금새 눈은 스르르 감겨 버리고, 어떤 때는 눈물이 나기도 했다.
어느 책에선가는 신의 상징적 존재라 할 수 있는 태양을 인간이 감히 쳐다보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 신이 그렇게 한 것이라고도 하지만 그건 도무지 믿을 수 없는 얘기고. 아무튼 그렇게 태양을 쳐다보다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리면 그곳에 푸르스레한 것이 비쳐지곤 했다. 그것이 늘 궁금했었다. 나만 이렇게 보이는 것은 아닐까? 정말 신의 뜻을 거역해서 내 눈에 이상이 생긴 걸까?
나는 이 책을 읽고 나서야 이런 일들이 잔상이라는 말로 표현된다는 것을 알았다. 빨강의 잔상이 녹청이기 때문에 빨간빛이 망막에 닿고 있는 동안 시흥의 분해, 부분 분해가 일어나면서, 빨간 것을 보는 데에 필요한 부분만이 분해된다고 한다. 그리고 빨강의 부분 분해를 한 시흥의 나머지 부분은 그 보색, 다시 말해서 녹청의 빛을 받았을 때에 분해하는 부분이 된다는 것이다.
나는 지금 형광등 불빛 아래서 이 글을 쓰고 있다. 만일 어둠에 싸인 세상을 밝혀주는 이 형광등이 1초에 100번 정도 깜박거린다면 어떨까? 그냥 생각에는 짜증나고 눈도 피로해서 그냥 꺼버리고 말 것 같다.그러나 형광등 불빛이 실제로 1초 동안에 100회 내지 120회 정도 밝아졌다 어두워졌다 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느끼지 못하는가? 왜 같은 밝기로 계속 빛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걸까? 이것은 잔상의 원리가 비슷하지만 조금은 다른 개념이다. 밝은 때가 지나서 다음 밝은 때가 오기까지 눈 속에 빛이 남아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잔류다. 잔상과 별 차이가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다.
다른 예를 들어보자. 우리가 흔히 즐기는 영화는 필름에 담겨져 상영된다는 것은 누가 알고 있을 것이다. 그 필름을 보면 영화 장면, 장면이 사진처럼 담겨져 있고 그것이 영사기에 돌아가면서 영화는 움직이는 하나의 영상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영화는 보통 1초 동안에 16회의 비율로 어둡게 해서, 어두운 동안에 다음 사진으로 바뀌는 것인데, 다음 사진이 나오기까지 앞의 사진이 눈 속에 남아 있기 때문에 물체가 순서적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결국 잔상은 눈에 강한 빛이 쬐거나 오랜 시간을 보고 있을 경우에 일어나는 현상이고, 잔류는 보통의 빛으로 짧은 시간을 보고 있을 경우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나는 전부터 빛을 사랑했다. 따사로운 봄날 온 세상을 감싸안는 햇살도 좋았고, 모두가 잠든 어두운 밤에 졸린 눈을 비비며 책을 볼 때 내 곁에 있어 준 전등불도 너무나 아꼈다. 그리고 이 세상의 모든 것들에게 색깔이라는 것을 선물해 준 햇빛도 너무나 고마웠다.
만일 이 세상에 빛이란 것이 없었다면 어떠했을까? 인간뿐만 아니라 모든 생물들이 생존 자체가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전부터 빛이 되고 싶었다. 세상 모든 것을 감싸안는, 세상 구석구석을 밝혀 주는 빛이 되고 싶었다. 나는 이 책에서 세상에 빛이 된 이들과 그들이 남긴 빛의 잔상을 만났다.
내가 읽은 것은 그들이 한 일에 비하면 아주 얇은 책 한 권에 불과할는지 모른다. 그러나 태양이 뿜어내는 햇빛에 비하여 한 사람이 받게 되는 빛의 양이 극히 적어도 그 빛의 따스함을 느낄 수 있듯이 이 책도 나에게는 빛에 대한 이론을 조금이나마 알게 해주었다.
아주 일부분만을 비춘다해도 강한 빛이 되어야겠다. 내가 이 세상에 없는 그 날이 되어도 잔상으로만이라도 남을 수 있도록 말이다.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