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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시대
김소희 : <생명시대>(지구생태 이야기)

출판사 : 학고재 / 출판일 : 1999/4/30 / 페이지수 : 310

- 환경친화적 과학의 필요성을 깨달으며 -
´과학 기술의 발전과 환경문제´, 그리고 ´미래의 과학이 나가야 할 방향´. 현대 과학 문명의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신문이나 방송을 통해 접해 보았을 21세기의 중요한 화두이다. 많은 사람들이 과학 발전과 함께 초래될 환경 문제 등 여러 역기능들을 논의할 때에도 나는 그러한 것들을 심각하게 생각해 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나는 과학 기술의 ´능력´을 과신하고 있었다. 과학자가 되는 것이 꿈인 나로서는 ´과학´이라는 학문은 마치 무엇이든 만들어내고 변화시키는 조물주의 손과 같은 존재였고, 절대적이고 부정할 수 없는 진리의 세계였다.
나는 종종 ´미래에는 과학을 어떤 방식으로 발전시키면 좋겠다´라고 생각하며 혼자 흐뭇한 표정을 짓곤 하였고, 가끔씩 다른 사람들과 환경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때에도 ´과학은 모든 환경 문제를 처리할 수 있다고 생각해.´ 라고 호언장담을 했었다. 그리고 과학의 산물을 비판하고 환경을 ´맹목적´으로―나의 관점에서는―옹호하는 환경 단체의 행동을 과학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의 지나친 자기 표현 정도로 치부해 왔었다.
하지만 ´생명시대´라는 책은 나의 철부지 같은 생각에 경종을 울려 주었다. 책을 처음 펼쳐서 나는 무슨 책이든 차례를 먼저 보는 평소의 습관대로 차례부터 살폈다. 차례에는 숫자도 없이 그냥 다음과 같은, 어찌 보면 섬뜩한 문구가 쓰여져 있었다. ´타오르는 지구, 재앙의 땅´, ´도시폭발, 탈출하라!´, ´전쟁의 역사, 환경 테러의 역사´, ´21세기, 물 전쟁이 벌어진다´, ´그들과 인간의 멸종을 막아라´ 등 모두 현재의 환경 문제에 대한 외침이었다. 예사롭지 않은 예감과 함께 책을 읽으며 나는 서서히 제목에서 받은 섬뜩한 느낌만큼이나 놀라운 환경 재해의 실상들에 하나씩 접하게 되었고,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의 환경 무관심에 대해 아픈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타오르는 지구, 재앙의 땅´이란 글에서는 온실 효과에 따른 환경 재앙을 다루고 있었는데, 몰디브와 그 밖의 여러 작은 섬나라들이 겪고 있는 해수면 상승 문제에 대한 것이었다. 이러한 해수면 상승은 그 나라들뿐만 아니라 전 세계 사람이 공동으로 노력을 해야 해결할 수 있는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나라들은 별로 신경을 쓰지 않고 있으며, 이들 섬나라가 국제적 지위가 약해 그저 속만 태우고 있다는 사실을 읽을 수 있었다. 처음에는 그저 ´답답하겠구나. 안됐다. 그 섬들이 물에 잠기면 지구상에 아름다운 장소가 하나 사라지겠구나.´ 하는 수준에서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읽다보니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서 해수면 상승 억제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 미국과 일본 같은 나라들조차도 안일한 태도를 취했다는 점에서 일종의 배신감을 느꼈다. 함께 노력하면 해결할 수 있을 문제인데도 당장 자신의 일이 아니라고 하여 안일하게 대처하여 정작 미래에 많은 땅들이 수장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조삼모사(朝三暮四)라는 고사가 생각나며 긴 안목으로 지구 환경 문제를 내다보는 식견이 우리 모두에게 필요함을 깨달았다.
´전쟁의 역사, 환경테러의 역사´란 글에는 전쟁으로 인한 환경 파괴 이야기가 구체적 예시와 함께 정말 적나라하게 쓰여져 있었다. 베트남에 뿌려진 다이옥신이 들어간 제초제에서부터 세계 도처에 파묻힌 1억여 개의 지뢰 이야기, 냉전 때 소련군이 진을 쳤던 자리는 너무도 오염되어서 땅이 기름에 절었다는 이야기, 현대의 대규모 화학·미생물전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등……. 미처 알지 못했던 환경 파괴의 현황을 접하고 나는 충격과 함께 가슴 아픈 현실을 깨달아야 했다. 인간 세계의 반목과 갈등은 결국 환경을 파괴하고야 끝장이 나며 그 결과는 다시 인간에 대한 환경의 보복으로 돌아온다는 진리를 이제는 인류 모두가 깨달아야 할 때가 아닐까.
이 책에서는 또한 내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 왔던 많은 것들을 지적하고 있었다. ´21세기, 물 전쟁이 벌어진다´에서는 속담인 ´물 쓰듯 쓴다.´라는 말을 꺼내면서 우리의 물 낭비를 경고하고 있다. 지구 한 쪽에서는 고작 10여 리터 정도의 물을 떠오기 위해 물의 존재조차 확실하지 않은 곳으로 며칠동안 걸어간다. 그러나 우리는 하루에 400여 리터의 물을 정말 ´물 쓰듯이´ 쓴다. 그저 수도꼭지를 트는 간단한 방법으로 말이다. 지구 한 쪽에서는 구정물 한 방울도 생명수 같은 존재인데 우리는 그 소중한 물의 고마움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물에 관한 한 축복 받은 땅에 살고 있는 우리의 현실을 고맙게 여기며 그 귀중한 물을 언제까지나 맑게 가꾸는 노력이 필요함을 모두들 알게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우리의 미래, 토착민을 보라´에서는 우리가 대체로 원시인 취급을 하는 토착민의 환경친화적인 전통 문화를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보게 하였다. 나도 처음에는 토착민의 삶의 방식은 미개하다고 생각하였다. 하지만 글을 읽을수록 그들의 삶의 방식은 환경과 공존하며 살아가는 현명한 방법임을 알 수 있었고, 미래의 인간이 지향해야 할 삶의 방식을 가르쳐 주는 것 같았다. 그들이 자연에서 살며, 자연에서 나는 것들을 이용하여 병을 치료하고, 자연에서 필요한 만큼만 음식을 얻는 것을 보고, 나는 이 토착민들은 자연의 제어를 받으며 자연적인 먹이사슬 관계에 속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현대 문명인들이 포식자와 피식자의 균형을 통해 생태계를 안정화시키는 ´자연적인 먹이사슬´에서 인위적으로 만든 인간의 먹이사슬(인위적인 방법으로 대량으로 피식자가 길러지며 포식자인 인간은 그것을 쓸어모으는 인공적인 먹이사슬)로 바꿈으로써 이 생태계와 환경의 파괴를 조장하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또 이 책에서는 요즘 한창 논의가 되고 있는 생명 공학의 위험성에 대한 경고도 빠뜨리지 않고 있다. ´생명공학, 진보인가 재앙인가´에서는 윤리 의식이 결여된 상태에서 자칫하면 대재앙을 부를 수 있는 생명공학의 무서움을 표현하고 있다. ˝유전공학의 개념은 생물 진화의 진로를 완전히 바꿔놓을 수도 있다. 그 과정에서 한번 실수를 저지르면 다시 돌이킬 수 없을 것이다.˝라고 고려대 이세영 교수가 한 말은 나의 귓전을 맴돌았다. 만약 인간이 유전공학의 위력을 남용하고 인간이 신의 영역에까지 접근하게 된다면, 우리의 정신적인 지주 역할은 누가 할 것이며, 지금까지 유지되었던 가치관은 어떻게 될 것인가. 유전공학 기술을 소유한 집단과 그렇지 않은 집단의 불균등은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이필렬씨의 글 ´복제 양 돌리, 인간 복제의 시작인가´이란 글에서 언급된 대로 동물 복제와 동물의 유전자 수정 등이 인간복제의 토대가 된다면 이것들도 막아야 하는 것인가. 그렇다면 유전공학의 발전은 애초부터 불가능한 것 아닌가. 온갖 혼란스러운 물음들이 머리 속을 스쳐 지나갔다.
´미래 에너지를 찾아라´에서는 정말 상상하기도 싫은 핵과 관련된 환경 파괴의 현장을 목격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인간은 죽어 가고 있었다. 특히 초기 핵폭탄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몇몇 대중을 대상으로 플루토늄에 대한 독성 실험을 하였다는 부분은 너무도 잔인하고 끔찍하였다. 과학은 잘 발전시키면 무한히 이로울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무한히 해로울 수도 있는 양면성을 지닌 학문이다. 그런데 이런 과학의 발전을 주도하는 엘리트들의 윤리 의식이 이처럼 부족하다면 앞으로의 과학의 발전 방향은 불을 보듯 뻔하다. 아무리 신속한 데이터가 필요하더라도, 또 아무리 대중이 무지하더라도 이와 같은 방법으로 대중을 우롱한 것은 과학도가 할 행동이 아닐 것이다. 그러한 실험을 수행했던 사람들은 과학 엘리트의 탈을 쓴 악마이며, 그러한 평가와 함께 언제까지나 그들의 행위를 널리 알려 과학 발전의 길에서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앞의 내용들도 다 환경과 관련하여 중요한 사항들을 전달하고 있지만 윤리의식의 부재로 인한 환경파괴야말로 가장 끔찍하며, 이는 환경뿐만 아니라 인류 전체를 즉시 몰살 시켜 버리는 말 그대로 재앙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몰디브사람들과 함께 발을 동동 굴렀고, 소말리아사람들의 갈증을 함께 하였으며, 체르노빌 사람들과 함께 무서운 고통을 나누었다. 나는 잘못된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재앙의 무서움을 보았고, 인간의 무지로 인한 환경파괴의 결과가 어떠한지를 알았으며, 인간성과 윤리의식의 타락으로 인한 환경 파괴와 인간 파괴의 지옥을 보았다. 이미 환경은 인간에게 복수를 시작하는 것 같다. 기상이변, 신종 바이러스의 등장, 온난화, 해수면의 상승 등등은 인간의 환경 파괴에 대한 업보일 것이다. 인간은 환경과는 떨어져 살수 없는데 이는 어찌된 악연인지…….
어쨌든 나는 이 책을 통해 환경 문제의 심각성과 환경 보호의 필요성을 절실히 깨닫는 소중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비록 이 책이 사실의 전달에 치중하여 구체적인 대안이 부족하고 각각의 글들이 동떨어진 느낌을 받긴 하였지만, 그래서 환경 오염의 실상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었으며, 다양한 측면에서 환경 문제를 조명해 볼 수 있었다. 구체적인 예시가 유난히 많고, 현장감이 잘 나타나도록 서술되어 있는 것도 그러한 것을 전달하고자 하는 장치가 아닌가 생각한다. 그리고 과거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많은 것들이 우리 모두의 생사와 관계되는 중요성을 지닌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며, 윤리의식의 부재 속의 과학의 발전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를 깨닫게 되었다.
책을 덮으며 결국은 환경친화적 과학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낀다. 그리고 책에서 읽은 환경 오염의 피해들을 한 장면씩 떠올리며, 이제 이러한 ´필요성´은 단지 필요성의 차원을 넘어 ´필수적´인 수준에까지 도달하게 되었다는 것을 느낀다. 이 책은 나의 과학에 대한 입장을 바꾸게 한 중요한 책으로 기억될 것이다. 그리고 ´환경과 함께 하는 과학´이란 명제를 언제까지나 내 마음 속에서 잊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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