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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빵 굽는 시간
조경란 : <식빵 굽는 시간>

출판사 : 문학동네 / 출판일 : 1996/8/20 / 페이지수 : 204

가끔씩 그런 식의 책읽기를 할 때가 있다. 동시다발적으로 여러 권의 책을 읽기 시작하는 것. 그리고 때와 장소를 구분지어 읽는다. 예를 들면 출퇴근길 버스 안에서 읽는 책, 잠들기 전 스탠드불빛 아래 읽는 책, 그냥 좀 막연한 시간에 눈을 좀 피로하게 만들기 위하여 읽는 책. 어떤 곳, 어느 시간에 읽더라도 늘 눈은 피로하기 마련이지만 가끔씩은 정말 미련하리만치 글자 읽기에 집착하는 것이다.
이번에도 그랬다. 시내에 나가는 동생에게 부탁해 가지고 있던 도서상품권으로 두 권의 책을 구입하고서 두 책을 동시에 읽어 나갔다. 그런데, 월요일 저녁 퇴근길에 갑자기 도서대여점이 내 발목을 잡았다. 왠지 그냥 지나칠 수 없어서 두 권의 책을 다시 골라 들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이 <식빵 굽는 시간>, 21세기 문학상수상집 속에 들어있던 조경란씨의 다른 소설 <사소한 날들의 기록>을 읽으며 받았던 신선하면서도 냉소적인 분위기를 다시 느껴보고 싶었다. 거기다 언젠가 이 책에 대해 자주 언급했던 한 집현전님도 생각나서..
식빵은 빵 중에 가장 만들기가 까다로운 빵이라고 한다. 제과, 제빵에 관심이 좀 있는 나로선 이 책은 정말 맛있고, 탐스럽고, 배울 것이 아주 많았다. 겨우 파운드케익이나 스펀지 케익, 그리고 버터과자 정도가 내가 할 수 있는 것의 전부인데 반해, 여기에 나오는 각종 빵들은 그 이름조차 기억하기 어려우리만치 다양하고 맛있어 보였다. 작년 한동안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빵만들기를 열심히 배운 내 선배는 늘 식빵을 어려워했다. 발효라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면서... 발효, 그것은 하나의 적당한 기다림일 것이다.
시간이 너무 이르면 발효가 진행이 되기 전이라 식빵은 부풀어오르지도 않을 것이고, 지나친 발효는 우리가 흔히 아는 대로 쉬어버림을 의미하기에 두서너 덩이의 반죽을 적당한 거리를 두고 알맞게 배열해야만 부풀어오르면서 그 기다란 모양의 식빵이 완성된단다.
이십대의 후반에서 삼십대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너무 많은 사람들을 잃어 가는 주인공을 몇 번씩 나와 대비시켜 본다. 그럭저럭 아직은 큰 시련이나 어려움 또는 상실감을 느끼지 않고 살아온 나로서는 그녀의 심정을 이해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이모가 없는 나로선 ´이모´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조차 생경하니까... 평생을 어머니의 무관심(어쩌면 애증이었을지도 모를)속에서 살아온 그녀에게 연민을 느낀다. 자신이 낳은 딸에게 이모라 불려야했던 그녀의 생모는..글쎄..사랑의 무모함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고나 할까.
힘겨운 그녀 삶 속에 그래도 그녀가 몰두할 수 있는 일이 있음이 부럽다. 그녀가 멋진 빵집을 열기를 바란다. 커다랗고 번잡스런 빵집이 아니라 찾아오는 누구에게나 갓 구워낸 빵 맛을 보여줄 수 있는 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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