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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머니의 초상 |  | |
| 유재주 - <어머니의 초상>
무척 단순함이 새겨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몇 번이고 망설이다 드디어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나의 무지막지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어머니. 그저 모두가 단순히 그냥 느끼지도 못하면서 주위에서 나오는 형식적인 정의로 그것을 안다. 이 작품에서도 그냥 단순하고 우리가 금세 느낄 수 있는 그런 어머니의 유형을 볼 수 있다. 하지만 무엇인가 설명할 수 없는 진실 속의 어머니의 존재를 서서히 느낀다. 언제나 한 가족을 위한 열심히 일생을 살아온 그녀. 자신보다는 가정을 위해서, 그리고 나보다 약한 자들을 위해서 그녀는 이 세상에 몸을 던진다.
자신을 잃고 다른 이를 위한다는 것. 그것이 무척이나 어렵다는 것을 안 나이기에 더욱더 그녀에게 호감과 정이 들기 시작한다.
어느 날부터 왠지 모르게 아파 오는 통증. 그녀는 언제나 그러하듯 약을 잊은 채 그냥 놓아두었지만, 왠지 더욱더 통증이 심해짐을 느낀다. 남편의 생일을 맞아 선물한 예수의 사진. 그녀는 그 예수의 얼굴이 보이지 않았지만 언젠가는 보일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가지고 마음이 환할 때, 빛이 보일 때, 약한 마음이 없어질 때 비로소 볼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더욱 열심이었다. 그 곳엔 무언가 큰 뜻이 담겨 있을 것 같지만 알 수가 없었다.
그녀는 나날이 늘어가는 통증을 참지 못하고 병원을 찾는다. 암이라는 큰 죄명과도 같은 그런 엄청난 병에 대한 초조함, 그리고 두려움이 온 가족에게 다가오지만 그녀는 두렵지 않은 척 자신의 커다란 의지를 보이려 한다.
어째서 그녀의 일생은 역경과 슬픔만이 자리잡고 있는가? 그녀의 삶은 여지껏 그 누구를 위해 살았는지 나조차 화가 치밀어 오기 시작한다. 꿈속에서의 착각과 실제의 현실과 잘 맞아떨어진다고 생각하는 그녀는 어느 날 갑자기 커다란 꿈속에서 자신이 죽어가는 느낌을 받게 된다. 이런 악몽들을 자주 꾸게 된다. 하지만 꿈에 지날 뿐 그녀는 잘 견디곤 한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그녀는 자기 자신을 잃어 가는 것을 느낀다. 아니 자기 스스로가 자신을 버려 가고 있다. 좀더 자신의 삶에 대한 의지와 희망을 지니고 살아갈 수도 있는데, 왜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더 슬픔만을 자아내는지.... 언제나 하느님 앞에서만 작은 미소를 띠울 뿐 그저 다른 그녀가 되어 버렸다. 예전에 그렇게 온아하고 평온하고 아름다워 보이던 모습이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쇠약해 가는 모습들. 그녀의 삶이 또 무엇으로 연결되는지는 그 누구도 모르는 것이니깐.
그녀는 이 곳을 떠나기 바로 전까지도 그녀의 아들 손을 잡고 시선은 그 예수의 사진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삶. 어머니로서의 삶의 모습. 그리고 한 개인으로서 자신의 삶. 아마도 그녀는 자신을 잠시 가두어 놓은 채 어미로서의 역할로만 일생을 마친 것이다.
그녀가 보고 싶어했던 사진 속의 예수를 그 전에는 볼 수 없었던 그런 모습으로 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난 믿어 의심치 않는다. 또한 그러하길 마음속으로 빈다. 그녀의 일생은 어떻게 보면 비참하고 안쓰러운 느낌이 들지만, 아마도 그녀는 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나날들을 보내면서 삶을 마쳤을 것이다. 어머니라는 그 커다란 단어 하나만으로도 그녀는 이 세상을 다 자기가 안은 양 기뻐하면서 지내 왔고, 그렇게 삶을 마친 것이다.
어머니라는 단어는 우리에게 가장 친근하게 가장 고귀하고 가장 넓고 높은 의미로 남아 있다. 누구나가 느낄 수 있는 그 힘은 무척이나 위대한 것이다.
나의 어머니를 바라본다. 나의 사랑하는 어머니, 우리를 위해서 홀로 지내는 그 분에게 그 누구도 견딜 수 없었던 크나큰 좌절과 고통이 있었다. 홀로 거의 10년 간을 우릴 돌보신 당신에게 패배의 그 순간은 같은 피를 나눈 지도 자신도 알 수 없는 것이었다. 그저 어머니의 커다란 실수로 인해서 난 그런 어머니를 무척 싫어했었다. 어머니가 날 사랑하지도 않는 것 같았고 나 또한 나의 마음을 내 보여 주기가 무척 힘들었다. 거의 몇 년 동안 어머니 얼굴에서는 웃음을 느낄 수가 없었다. 어머니가 무척 싫었다. 내게 있어서 어머니는 내가 바라던 그런 분이 아니어서 슬픔을 자아내기도 했다. 얼마나 철없는 지난 시간들이었는지.... 어머니의 화냄과 외로움, 어머니에게 그런 악의 글자가 붙는 것이 싫었다. 왜 난 그리도 어머니를 싫어했는지..... 단지 우리가 지난 날 느끼고 있던 물질적인 풍요를 한순간에 잃어버린 것이 어머니의 실수라는 그런 이유만으로 어머니란 존재는 필요하지 않을 거라는 잘못된 생각도 나의 마음속에 담아 본 적이 있었다.
어느 날인가 그런 나의 마음에 새로운 사랑이라는 것이 있다는 걸 알았다. 누구에게인가 썼던 한 구절이 생각난다.
˝엄마가 걱정된다. 평소 때는 못 느끼던 그러한 것들.... 그리 크게 다치신 것도 아닌데 병원이라는 것 자체가 더욱더 날 불안하게 만든다. 엄마가 무척 불쌍해. 우리를 위해서 다니시다 사고를 당하시고 그렇게 누워 계시는 엄마의 모습이. 당신은 무엇을 위해 그렇게 발버둥치시는지. 엄마가 다치신 첫날은 왜 그리도 아빠가 원망스럽던지. 하여간 더욱 많은 생각에 날 데리고 가더라.˝
이제는 알 수가 있다. 당신의 삶을 말이다.
이 세상에서 어머니라는 존재가 가장 큰 것이라는 것을 안다. 아니, 어쩌면 이런 말들로도 표현할 수 없는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당신의 삶에 대한 패배가 있었지만, 내가 언제나 그것을 채워 가면서 길을 가고 싶다.
이 곳의 어머니라는 것은 표현하기도 무척 어려운 존재라는 것을 알 수가 있다. 지금 우리의 눈으로 그 분을 지켜본다면 온몸으로 느낄 수 있을 것이며, 또 다시 새로운 그 분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을 버리고 살아가시는 모든 어머니들을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어머니의 삶, 사랑, 아픔을 난 서서히 물들여 가고 싶다. 그 존재를 시간이 흘러도 더욱 깊게 느낄 수 있도록. 난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어머니를 사랑할 것이다. 내가 이 곳에서 존재하는 날까지. 어머니 모습이 세상에서 제일 포근함을 느낄 수 있기에.
by http://www.edu.co.kr/kwank9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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