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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염소를 모는 여자 |  | |
| 전경린 : <염소를 모는 여자>
출판사 : 문학동네 / 출판일 : 1996/7/25 / 페이지수 : 326
가정의 견고함을 견디지 못하는 여자는 마침내 자신과 염소의 숲을 찾아 떠난다. 야생의 무리를 그리워하는 염소는 그 여자, 윤미소의 또 다른 자아이다. 박쥐 청년을 포함하여 이 셋은 세상으로부터 안정되게 보호받을 수 있는 자기만의 우산 혹은 숲을 필요로 한다. 중산층 여성이 삶에서 더 이상 나아갈 수 없음을 인식하고 그곳으로부터 빠져나가려는 몸짓을 이 소설은 그리고 있다. 여기서 작가는 여자의 답답함이나 절망만을 얘기하지는 않는다.
가정이라는 공간을 꾸리는 것 자체가 여자와 남자 모두를 수인으로 만든다. 묶여질 수 없는 존재들을 한데 모아 아파트라는 공간 속에 처넣고 비슷한 일상을 반복하게 하는 가족이라는 제도, 그리고 사회의 숨막힌 질서를 가만히 드러내고 있다. 그리고 여자에게 있어 자아라는 것은 결혼을 하여 누구의 아내, 엄마가 되어서라도 포기할 수 없는 것임을 낮게 외친다.
작가는 보통의 중산층 가정의 여성들이 제대로 된 직장을 얻어 자신의 삶을 사는 것이, 결혼을 하여 아이를 낳고 사는 평범한 삶보다 얼마나 획득하기 어려운지도 보여주고 있다. 직장에 다니는 나의 여자 친구는 직장인의 삶이 얼마나 지겨운 것인지를 끊임없이 얘기한다. 대부분의 남자는 한 가족을 부양해야 한다는 의무감에 어쩔 수 없이 그 일을 지속해야 하며, 또 대부분의 여자는 그런 소외된 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가정이라는 닫혀진 영역에 제 발로 들어간다.
우리 시대의 노동이란 그런 끔찍한 생활로 귀결되기에 남자에게나 여자에게나 불행일 수 있다. 생활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로만 일하고 자기 자신과 다른 사람을 기쁜 마음으로 돌볼 수 있는 시대는 언제쯤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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