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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잉여인간 |  | |
| 손창섭 : <잉여인간>
출판사 : 민음사 / 출판일 : 1996년 1월 1일 / 페이지수 : 392
잉여인간. 이 말은 과연 어떤 사람들을 가리키는 것일까? 수업 도중 불쑥 던져진 이 단어에 난 가만히 생각해 보았다. 사회의 발전에 도움이 되지 못한 사람,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 이런 말밖엔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나 선생님께서 이 작품을 설명하시는데 무척 흥미로웠다.
세 사람의 성격을 말씀하실 때 난 그 세 사람의 성격을 조합해보면 나랑 비슷할 것이란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작품을 구해 읽어보았다. 실로 느끼는 점이 많았다. 우선 나의 앞날에 대해 생각하게 해주었다. 나중에 내가 저런 사람이 되면 어쩌나 하는 생각도 하게 되었고, 그로 인해 현실에 더욱 충실해야겠다는 결심도 하게 되었다.
이 소설엔 각각 독특한 성격을 가진 세 사람이 나온다.
첫째로 서만기라는 인물인데 이 사람은 책임감이 강하고, 어떤 어려운 상황도 크게 헤쳐 나아가 긍정적 인물이라 할 수 있다. 이 작품이 긍정적이고 낙관적일 수 있는 것도 바로 이 인물의 영향이라고 할 수 있다.
둘째로 채의준은 완전히 비분강개파에 속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조금이라도 마음에 들지 않는 신문 기사가 나면 사회를 거세게 비난하고, 스스로 분개하는 그런 사람이었다.
마지막으로 완전히 희망을 잃고 사는 한 인물이 있다. 바로 천봉우라는 인물이다. 이 사람은 채익준처럼 분개하는 것도 아니고, 일을 하는 것도 아니고 단지 만기의 치과에서 잠이나 자는 그런 인간이다. 그렇게 치과에 붙어 있는 것도 그곳 간호사 홍인숙에게 관심이 있어서이다.
이런 세 인물이 이 작품의 축을 이루고 있는데 나는 이 세 사람 중 누구를 닮았을까?
이 글의 첫 장은 익준의 분개하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정의감과 결벽성이라면 누구 못지 않은 익준, 그는 신문을 보면서 부정부패가 만연하고 있는 사회를 고발하고 또한 격분한다. 그리고 자기가 적성에 맞으면서도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일을 찾아 헤매지만 그의 지나친 정의감 때문에 낭패만 보고 만다. 그런 상황이 계속되다보니 익준에게 있어 유일한 낙이란 만기치과에서 지내는 것이 고작이다.
이는 봉우도 마찬가지이다. 전쟁 후 모든 것을 잃고 생활력을 상실한 그는 부정한 아내에게 자신을 기대며 살고 있다. 얼핏 보면 그는 아무 생각 없이 사는 것 같다. 언제나 치과에서 맥없이 앉아 졸기나 하고, 일엔 거의 신경을 쓰지 않는다. 만약 사회에 이런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어떻게 될까? 그런 사람들은 삶에 대한 의지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사람들에게 비해 만기는 올바른 가치관을 가진 치과 의사로서 발전적인 사고를 갖고 있다. 그리고 언제나 익준, 봉우 등의 주변사람에게 관용을 베풀고, 무엇이든 긍정적으로 사고하고 해결해 나간다. 사실 치과는 봉우 처의 소유이기 때문에 만기는 언제나 그쪽의 눈치를 살펴야만 했다. 거기에다 세금을 빌미로 계속 되는 봉우 처의 유혹은 만기를 더욱 괴롭히게 된다. 하지만 그때마다 만기는 가족에 대한 사랑을 다시 한번 되새기면서 이를 뿌리친다. 이런 만기의 올바른 행동들이 이 작품을 새롭게 이끌고 있는 것이다. 자기보다는 다른 이의 어려움을 먼저 생각하고 항상 위엄을 잃지 않는 그의 모습에서 그런 긍정적인 분위기가 연출되는 건 어쩜 당연한 일이리라.
그리고 순수한 인간애까지 느낄 수 있었다. 주위 사람들의 믿음을 저버리지 않고 항상 그들을 위하는 그의 성품을 작품 구석구석에서 발견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런 만기의 삶과는 다르게 아주 작은 것에 집착하면서 소극적으로 살아가는 봉우. 나는 그를 보면서 인간이 저렇게 될 수도 있는가 싶었다.
자기의 이루어지지 못한 조그마한 사랑을 위해, 즉 간호사 인숙을 위해 그는 어린애 같은 행동을 한다. 인숙이 가는 곳이면 어디든지 따라 가는 것이다. 퇴근길이면 늘 인숙의 집에까지 뒤를 따르며, 일요일은 집 앞에서 서성대는 것이다. 실로 어이없는 행동이다. 그만한 열정으로 봉우가 어떤 사업을 한다면 하고 생각해 본다. 만약 그가 어린 시절의 꿈과 야망만 지니고 있었다면야 그것도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그는 전쟁으로 모든 걸 잃었다. 꿈과 야망까지도…
그리고 익준이가 직업을 찾기 위해 사라진 며칠 뒤, 그의 아들로부터 충격적인 소식이 날아든다. 익준의 처가 죽었다는 것이다. 익준의 비참한 집안 사정을 아는 만기는 그것을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자기의 경제 사정도 어려우면서 만기는 그것을 자신의 일처럼 받아들였다. 더군다나 익준까지 없기에 만기는 더욱 분주한 어려움에 처하게 된다. 하지만 그는 매우 헌신적으로 그 모든 걸 점차 해결해 나간다. 익준은 장례가 끝난 직후 돌아오게 되는데, 눈앞의 만기와 그의 가족들을 보고 그가 무슨 말을 하겠는가?
전쟁을 겪은 뒤의 독특한 상황이지만 난 적어도 봉우와 익준 같은 그런 사람이 되지는 않으리라. 그 동안 나의 성격은 또 어떠했을까? 봉우와 같은 소극적인 성격, 익준과 같이 지나치게 한 곳에 집착하는 것, 혹 그것이 나의 모습은 아니었을까? 이외에도 많은 것들이 내 머리 속을 스쳐갔다.
아무튼 나는 이 책을 통해 나의 성격과 나의 미래에 대해 한번 더 생각 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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