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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푸른 꽃을 가슴에 안고 |  | |
| 이현주 : <푸른 꽃을 가슴에 안고>
푸른 꽃을 가슴에 안고…. 도대체 이 책은 무엇을 의미할까? 하는 의문과 함께 책을 읽어 나갔다. 계속 읽을수록 책 속에 빠져 손을 뗄 수가 없었다. 한참 책에 정신이 팔려 있을 때쯤, 어머니께서 나를 부르시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가 왜 짜증이 나는지...
우선 이 책을 지으신 작가 선생님을 간략히 소개하자면, 충청북도 충주에서 1944년에 출생하신 이현주 선생임은 [조선 일보] 신춘 문예에 동화 <봄비>가 당선됨으로써 문단 활동을 시작하였다. 이현주 선생님은 우화적인 풍자를 통하여 강렬한 현실 의식을 풍기는 동화를 즐겨 쓰시는 분이셨다. 주요 작품의 하나인 <푸른 꽃을 가슴에 안고>라는 이 책은 우리민족이 겪은 일제 시대와 8·15해방, 6·25동란 등 한 맺힌 역사를 한 처량한 어머니의 애달픈 이야기를 통하여 들려주고 있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세 아들과 딸 하나를 두고 있었는데, 맏아들인 한동이는 신작로 닦는데 일을 나갔다가 일본인 순사한테 죽도록 얻어맞아 결국 세상을 뜨고 만다.
한동이를 묻은 날 밤, 어머니는 마실 줄도 모르는 술을 다 마시고는 당신의 가슴을 쇠북처럼 펑펑 내리치셨다. 내 눈엔 어느새 눈물이 핑 돌았다. 얼마나, 얼마나 답답하고 괴로우셨을까? 마음속으로 통곡을 하시며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리셨을까?
그러나 맏아들을 잃어버린 그 아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어머니에게는 또 다시 큰 불행이 닥쳐왔다. 술에 잔뜩 취한 이동이가, 독립운동을 하겠다며 만주 벌판으로 간지도 5년이나 흐른 아버지를 찾아 어머니 곁을 떠나고 만다. 이동이가 떠난 날 밤, 어머니는 밤하늘의 별을 쳐다보며 맨가슴만 치셨다.
어머니의 고통스러움과 괴로움이 나에게 절실히 느껴왔다. 한꺼번에 두 아들을 잃어버린 어머니의 심정. 갑자기 엄마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리고 엄마에 대한 소중함이 절실히 느껴졌다.
그러던 어느 날, 방앗간 집에 시집갔던 분이가 숨이 진 검둥이 아기를 낳고 하염없이 울던 날에도, 어머니는 당신의 가슴만 펑펑 소리나게 치셨다. 어머니는 어쩌다가 이렇게 됐느냐고 한마디도 묻지 않았다. 생각할수록 어머니는 가슴이 아팠다. 분이가 말없이 도망치듯 떠난 날 밤에도 벙어리처럼, 어머니는 죄 없는 당신의 가슴만 치셨다.
이제 많이 늙은 어머니는 언제부터인지 하느님께 빌면서 막동이만은 살려달라고 열심히 빌게 된다. 그래서인지 어머니는 막둥이는 예쁜 색시를 얻어 장가를 들게 된다.
어느 날 밤, 어머니는 막동이를 당신의 방으로 부르게 된다. 그리고는 어머니는 막동이의 품에 안겨 차근차근 얘기를 시작하신다. 그 동안의 가슴 아팠던 모든 이야기들을 어머니는 얘길 하시면서 자꾸만 가슴을 쓸어내린다. 그 모습을 본 막동이는 답답하냐고 묻게 되고 어머니는 가까스로 저고리 섶을 헤치고는, 비쩍 마른 가슴을 드려내 보인다. 막동이는 가슴을 내려다보고 깜짝 놀란다. 어머니의 조그만 가슴에 온통 퍼렇게 멍이 들어 있었던 것이다. 막동이는 솔방울 같이 거친 손으로, 어머니의 멍든 가슴을 조심스럽게 쓸어내린다. 어머니는 아들의 품에서 행복한 웃음을 지으며, 마지막 숨을 거두게 된다.
내 손 위에 눈물이 떨어져 흘러내리고 있었다. 처량하게 살다간 어머니라 너무나 애처롭게 느껴졌다. 남편을 잃고 자식들마저도 잃어버린 어머니…. 고통스러움과 괴로움을 항상 겪어야만 했던 어머니. 막동이의 넓은 품에 안겨 평화스럽게 숨을 거둔 어머니가 너무 안타깝고 불쌍하게 여겨졌다. 막동이의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두 볼에 타고 어머니의 가슴에 떨어졌다. 그러자 어머니의 가슴 여기저기 퍼렇던 멍들이, 막동이의 눈물 위로 모여들더니, 탐스럽게 피어난 한 송이 시퍼런 꽃처럼 아름다운 모양을 이루는 것이었다. 이렇게, 푸른 꽃을 가슴에 안고, 살아 있는 동안 슬펐던 어머니는, 슬픔이 없던 나라로 먼 길을 떠난 것이었다. 믿음직스럽기만한 막동이의 넓은 품에 안겨. 그 푸른 꽃은 지금도 두 동강이 나 철조망이 쳐진 우리 조국의 아픔을 상징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이 같은 고통, 괴로움을 이겨 낸 이 글의 주인공인 어머니로부터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마음의 따뜻함과 정신, 그리고 무엇보다 정말 뜨거운 감동을 받았다.
마지막으로 어머니의 크디큰 사랑을 절실히 깨달았고, 느꼈다. 나는 다짐한다. 어머니의 소중함을 잊지 않겠다고.... 착한 딸이 되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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